"대한 독립의 불꽃, 미국 땅에 특허로 피어나다"... 제1호 美 특허출원 한국인은 '애국지사 권도인'

특허청, 역사적 연구 통해 숨겨진 영웅 밝혀…발명으로 독립운동 지원한 숭고한 삶 재조명

선우정 기자 | 기사입력 2025/05/15 [11:58]

"대한 독립의 불꽃, 미국 땅에 특허로 피어나다"... 제1호 美 특허출원 한국인은 '애국지사 권도인'

특허청, 역사적 연구 통해 숨겨진 영웅 밝혀…발명으로 독립운동 지원한 숭고한 삶 재조명

선우정 기자 | 입력 : 2025/05/15 [11:58]

▲ 사진=특허청  © 특허뉴스

 

▲ 권도인 선생  © 특허뉴스

광복 80년, 그리고 발명의 날 60주년을 맞이한 뜻깊은 해,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벅찬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미국 특허를 출원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 권도인 선생(1888∼1962)으로 밝혀졌다. 특허청은 문호개방(1876년)부터 광복(1945년)까지 주요국(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의 특허 등록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주요국 재외 한국인의 발명, 특허출원·등록 등에 관한 역사적 연구' 결과를 5월 15일 발표하며 세상에 알렸다.

 

5월 15일, 대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는 발명 활동과 독립운동을 병행했던 권도인 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추모식이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이날 추모식에는 김완기 특허청장, 장정교 대전현충원장을 비롯하여 하와이에 거주하는 권도인 선생의 외손자 Paul Stuart Arinaga 씨도 참석하여 그 의미를 더했다. 특히, 선생의 묘비에는 ‘제1호 미국 특허출원 한국인’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후대에 그의 업적과 애국심을 영원히 기릴 예정이다.

 

경북 영양 출신인 권도인 선생은 1905년, 고국을 떠나 하와이로 노동 이민을 떠났다. 낯선 땅에서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통해 1920년 9월 14일, ‘재봉틀 부속장치에 관한 특허’를 미국에 출원하였고, 이듬해인 1921년 9월 27일 마침내 특허 등록의 결실을 맺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권 선생은 ‘대나무 커튼’을 발명하여 또 하나의 특허를 등록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특히, 이 대나무 커튼은 하와이를 포함한 미주 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가구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선생은 이 사업을 통해 얻은 귀한 수익을 아낌없이 독립운동 자금으로 기부하며 민족의 염원을 실현하는 데 앞장섰다. 또한, 독립운동 단체인 대한인국민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그의 아내 이희경 여사(1894~1947) 또한 하와이에서 국권 회복 운동과 독립 전쟁에 필요한 후원금을 적극적으로 모금하고 지원하는 등 헌신적인 독립운동을 펼쳤다. 이러한 공훈을 기려 정부는 각각 1998년 권도인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2002년 이희경 여사에게 건국포장을 추서했으며, 두 분은 2004년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함께 안장되어 영면에 들었다.

 

▲ 김완기 특허청장이 ‘독립운동 발명가 권도인 애국지사 추모식’에서 헌화하고 있다.(사진=특허청)   © 특허뉴스

 

이번 특허청의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또 한 명의 숨겨진 애국지사이자 발명가가 새롭게 조명받았다. 바로 강영승 선생(1888∼1987)이다. 강 선생은 1934년 2월 ‘식품 및 공정(Food product and process)’이라는 명칭의 특허를 미국에 출원하여 1936년 5월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그의 아내 강원신 여사(1887∼1977) 역시 부부 애국지사로서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펼쳤으며, 정부는 이들의 공을 기려 1995년 강원신 여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2016년 강영승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한편, 이번 연구를 통해 제1호 미국 특허 ‘등록’ 한국인은 박영로 선생(생몰연도 미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 선생은 권도인 선생보다 이틀 늦은 1920년 9월 16일, ‘낚싯대(Fishing-rod)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지만, 권 선생보다 약 4개월 빠른 1921년 5월 10일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박 선생은 재미 독립운동 단체인 ‘한국통신부’ 서기로 활동한 기록이 남아있어, 그의 발명 활동 역시 독립운동과 무관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한국통신부는 미국인들에게 3.1 운동으로 타오른 한국 독립의 열망과 한국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리고, 반일 여론과 한국 독립에 공감하는 친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1919년 4월 필라델피아에서 설립된 중요한 독립운동 단체이다.

 

▲ 발명인의 전당 '독립과 발명 기획전시실' 개관식 포스터(사진=특허청)  © 특허뉴스


이러한 역사적인 발견을 기념하고,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특허청은 5월 15일, 정부대전청사 4동 1층 발명인의 전당에서 ‘독립과 발명’을 주제로 한 특별 기획전시실을 개관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대한민국 제1호 특허권자인 정인호 선생과 제1호 미국 특허 출원인 권도인 선생을 비롯하여 강영승, 박영로, 장연송 선생 등 다섯 분의 독립유공 발명가들의 삶과 업적이 소개된다. 또한, 정인호 선생의 ‘말총모자’, 권도인 선생의 ‘대나무 커튼’, 박영로 선생의 ‘낚싯대’ 등 발명품 모형이 전시되어 당시의 시대상과 발명가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기획전시실 개관은 독립운동과 발명 활동이라는 두 가지 시대 정신을 실천하며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염원했던 독립유공 발명가들의 삶을 조명하는 매우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김완기 특허청장(왼쪽에서 4번째)이 발명인의 전당 ‘독립과 발명’ 기획전시실에서 권도인 선생의 후손인 폴 아리나가(Paul Stuart Arinaga, 왼쪽에서 5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특허청)   © 특허뉴스

 

김완기 특허청장은 “발명을 통해 조국 독립에 헌신하신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은 오늘날 과학기술 기반 사회에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라며, “광복 80주년과 발명의 날 60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번 행사가 발명과 특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미래 시대의 혁신적인 발명으로 이어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