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비밀 풀렸다" 핵융합 난제 해결할 '꿈의 원리' 발견… 고에너지 입자가 오히려 효율 높인다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5/06/05 [15:29]

"태양의 비밀 풀렸다" 핵융합 난제 해결할 '꿈의 원리' 발견… 고에너지 입자가 오히려 효율 높인다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5/06/05 [15:29]

▲ 고에너지 입자의 존재 유무에 따른 난류 및 에너지 손실 비교 / 토카막 플라즈마의 단면을 살펴보면, 고에너지 입자가 존재할 경우 파란색 영역이 넓어지면서 난류가 현저히 감소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손실 측면에서도 고에너지 입자가 있을 때 손실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결과는 독일 막스플랑크 플라즈마물리연구소의 ASDEX Upgrade 장치에서 수행된 실험을 기반으로, GENE 선회운동론(gyrokinetic) 코드로 시뮬레이션한 것이다.(그림 및 설명=서울대학교 나용수 교수)   © 특허뉴스


인류의 무한한 에너지 꿈,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를 앞당길 획기적인 새 물리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학교 나용수 교수와 함택수 교수 연구팀은 핵융합로 내부의 고에너지 입자들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오히려 핵융합 성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 및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명확히 규명했다.

 

핵융합은 태양과 별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근본 원리다. 두 개의 가벼운 원자핵이 합쳐져 더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며, 탄소 배출이 전혀 없고 무한한 연료 공급이 가능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수소 이온을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플라스마(초고온에서 전자와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 내에 발생하는 난류가 핵융합 반응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었고,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기술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었다.

 

'악당'이 '영웅'으로... 고에너지 입자의 놀라운 반전

연구팀은 다양한 토카막 장치에서 수행된 실험과 정교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고에너지 입자와 플라스마 난류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네 가지 주요 물리 기작으로 분류하고 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 고에너지 입자들이 ▲자기장 구조 변화 ▲이온 밀도 희석에 의한 억제 ▲난류와의 상호작용 ▲불안정성 유발 및 상호작용이라는 네 가지 기작을 통해 플라스마 난류와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이들 기작의 핵심에는 고에너지 입자가 전단유동(zonal flow)이라는 띠 형태의 대칭적인 유동을 강화시켜 난류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현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전단유동은 플라스마에서 미세한 파동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발적으로 발생하며 난류를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고에너지 입자가 바로 이 전단유동을 강화하여 핵융합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이는 그동안 핵융합 성능을 저해한다고 여겨졌던 고에너지 입자들이 실제로는 핵융합 효율을 높이는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놀라운 반전의 발견이다.

 

핵융합 상용화에 '청신호'

이번에 규명된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독자 개발에 성공한 핵융합 연구로 KSTAR 장치 등에서 고에너지 입자를 최적화하여 플라스마 난류를 제거하고 초고온 플라스마를 장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연구가 더욱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용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핵융합로에서 고에너지 입자를 활용하여 출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며, "이 성과는 향후 소형 핵융합로나 실증로 설계에 직접 적용되어 핵융합 상용화를 크게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적인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리뷰스 피직스(Nature Reviews Physics)’ 2025년 4월호에 게재되며 전 세계 핵융합 연구 분야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했다.

 

논문명은 How fast ions mitigate turbulence and enhance confinement in tokamak fusion plasma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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