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재무제표에 스며들다... IP공시제도, 한국 경제의 새 언어 될까?

이성용 기자 | 기사입력 2025/07/08 [14:39]

지식재산, 재무제표에 스며들다... IP공시제도, 한국 경제의 새 언어 될까?

이성용 기자 | 입력 : 2025/07/08 [14:39]

▲ 출처=gemini  © 특허뉴스


디지털 전환과 기술 혁신의 물결 속에서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바뀌고 있다. 

과거 공장, 부동산 같은 유형자산이 기업의 힘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특허, 상표, 저작권 같은 지식재산(IP)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 하지만 이런 ‘보이지 않는 자산’의 가치를 재무제표만으로는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IP공시제도’가 주목받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이 흐름에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P공시제도란 무엇인가?

IP공시제도는 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의 현황과 활용도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하거나 장려하는 제도다. 특허의 수와 질, 상표의 활용도, 라이선싱 수익, 소송 리스크 등을 포함해, 단순히 자산의 존재를 넘어 그 경제적 가치와 사업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투자자와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실제 가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IP공시제도의 선두주자들

해외 주요국은 이미 IP공시제도를 도입하며 지식재산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SEC를 통해 상장기업에 IP 관련 리스크와 포트폴리오 공시를 권고하며, 기술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EU는 비재무정보 공시 지침(NFRD)을 통해 무형자산 정보를 포함시키고, 유럽특허청(EPO)을 통해 특허의 경제적 활용도를 분석한다. 일본은 ‘IP Landscape’를 통해 상장기업의 지식재산 전략 공시를 장려하며, 민관 협력으로 가치평가 프레임워크를 구축 중이다. 중국은 특허 출원, 등록, 분쟁 현황 공시를 의무화하고, IP를 담보로 한 금융 상품 활성화를 추진한다.

 

왜 IP공시제도가 필요한가?

지식재산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자 미래 수익의 원천이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기술 기업은 유형자산이 적어도 수백 개의 특허로 시장을 선도한다. 하지만 이런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으면, 투자자는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기업 가치를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IPO, M&A, 대출 등에서 가치 왜곡을 초래하고, 특허 소송이나 기술 유출 같은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IP공시제도는 금융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 정확한 기업가치 평가로 투자자 보호와 자본 조달 효율성을 높이고, IP담보대출이나 IP기반 채권 같은 금융 상품을 활성화한다. 또한, 기업이 기술 혁신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하며, 리스크 관리를 통해 시장 안정성을 강화한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IP담보대출이 금융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입의 걸림돌

그러나 IP공시제도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첫째, 특허의 가치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표준화된 기준이 부족하다. 같은 특허라도 업종과 시장 상황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둘째, 과도한 정보 공개는 기술 유출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경쟁사에 민감한 정보를 노출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셋째, 공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행정 부담은 기업, 특히 자원 부족한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다. 마지막으로, 시장이 공개된 정보에 과민 반응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위험도 존재한다.

  

한국, IP공시제도의 필요성과 과제

한국은 무형자산이 기업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바이오, 반도체, AI 등 기술 산업이 경제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IP 관련 공시는 특허 수나 R&D 투자 비율 정도에 그치며, 정성적 분석이나 활용 전략은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특허청과 금융위원회는 IP 기반 가치평가와 기술금융 강화를 추진 중이지만, 정보 투명성 강화는 여전히 미흡하다. 

 

지금이 IP공시제도 도입의 적기라는 목소리가 높다. IP소송 증가와 IP담보대출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명확한 로드맵, 국제 기준에 맞는 평가 체계, 그리고 기업과 투자자 간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지식재산, 시장의 새 언어로 'IP공시제도'

IP공시제도는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을 뒷받침하는 금융 인프라다. 기술과 가치를 연결하는 명확한 신호로 작동하며, 기업의 혁신을 자극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높인다. 한국이 ‘보이지 않는 자산’을 시장의 언어로 번역하려면, 이제 IP공시제도를 통해 글로벌 흐름에 동참해야 할 때다. 지식은 자산이고, 자산은 책임을 동반한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IP공시제도는 그 책임을 다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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