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특허] 색맹도 당구를 즐길 수 있다… ‘색 식별 정보 제공 당구공’ 국내 특허 등록163만 색각 이상자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실현, 올림픽 종목 채택 위한 첫걸음
“색맹도 구분할 수 있게”… 당구공의 진화 당구 게임은 기본적으로 3가지 색(흰색, 노란색, 적색)의 공을 사용하며, 스누커와 포켓볼 등 종목에 따라 녹색, 갈색, 파란색, 분홍색, 검정색 등 다양한 색의 공이 추가된다. 하지만 이처럼 색상에 의존하는 스포츠는 색각 이상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특허의 핵심은 색각 이상자들도 쉽게 당구공의 색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한국색채표준 규정과 CMYK 색상 모델을 통합하여 이를 캐롬(3쿠션), 스누커 등 당구 경기에 맞게 적용하고 체계화한 것으로 예를 들어, 흰 공에는 'W', 노란 공에는 'Y' 적색 공에는 'R' 등 색 영문 기호를 당구공에 표기하여 당구공의 색을 직관적으로 구별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국내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 남성의 5.9%, 여성의 0.4%가 색각 이상을 겪고 있다. 2020년 기준 인구수로 환산하면 약 163만 명이 색각 이상에 해당하며, 특히 적색과 녹색을 혼동하는 적록색맹이 가장 흔한 유형이다.
대부분의 색각 이상자는 색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색 간의 구분이 어려운 형태이며, 그 심각성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당구와 같은 색상 중심 스포츠에서는 경기 중 혼동을 초래하거나, 관람 시 몰입도를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보편적 디자인’ 적용한 당구 산업 첫 사례 이번 특허는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 개념을 적용한 국내 당구 산업 최초의 지식재산 등록 사례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접근성 개선이라는 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장애 유무, 연령, 성별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자인 철학을 말한다.
이미 교통신호, 공공시설, 전자기기 등에서는 색약자를 위한 고려가 반영되고 있지만, 스포츠 영역 특히 당구에서의 적용은 드물었다. 이번 특허는 이 같은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세계적 인기의 당구, 왜 아직도 ‘올림픽 밖’에 있나? 당구는 전 세계적으로 90여 개국 이상에서 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스누커 시청 인구만 5억 명에 이른다. 한국만 보더라도 하루 평균 당구장 이용자 수는 267만 명에 달하고, 동호인은 약 1,200만 명, 산업 규모는 2조 2,000억 원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구는 아직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당구의 시청자 친화성, 규칙의 명확성, 보편적 접근성 등을 이유로 채택을 보류해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색각 이상자를 포함한 ‘모두를 위한 당구공’ 발명은 당구의 유니버설 접근성과 국제적 기준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도전으로 볼 수 있다.
삶의 질, 스포츠에서 시작된다 시력은 인간 감각 정보의 90%를 담당한다. 그만큼 시각 정보에 제약이 따르는 색각 이상자들은 당구를 포함한 시각 중심 활동에서 소외되기 쉽다. 교통사고 위험, 사회적 단절, 취업 제약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색각 이상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포용성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특허는 스포츠에서의 포용성과 접근성을 실현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다. 특히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일반인에게는 ‘모두를 배려한 디자인’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가치가 있다.
이번 특허기술이 실제 당구공 제조업체와 협업해 상용화될 경우, 국내뿐 아니라 해외 당구 시장에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유럽과 북미의 색각 이상 비율이 국내보다 높은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시장 진출도 유력한 시나리오다.
또한 이번 기술이 장애인 체육, 유소년 스포츠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면, 당구의 ‘생활 스포츠화’와 ‘올림픽 진입’이라는 두 목표를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할 것이다.
'다른 시선’에서 출발한 당구 혁신 당구공의 색을 구분하지 못해 게임 참여나 관람이 제한되던 색각 이상자들에게 이번 특허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참여할 권리’를 되돌려주는 상징이자 출발점이다.
특허권자인 조현권 씨는 "전 세계 10분 1인 색각 이상으로 인한 시력 약자를 배려하고, 당구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 당구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며 "친목 도모 및 즐거움과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시력 약자에게 제공 할 수 있어야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 되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당구는 누군가의 시선을 고려하지 못했던 스포츠에서, 모든 시선을 존중하는 스포츠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주 작은, 그러나 누구에게나 명확한 당구공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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