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위주에서 과정 중심으로"... 국가 R&D 특허평가, 패러다임 전환 시급하다

이성용 기자 | 기사입력 2025/09/16 [12:55]

"성과 위주에서 과정 중심으로"... 국가 R&D 특허평가, 패러다임 전환 시급하다

이성용 기자 | 입력 : 2025/09/16 [12:55]

▲ 출처=freepik  © 특허뉴스

 

국가 연구개발(R&D) 성과 평가 체계가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조상규 부연구위원과 류태규 선임연구위원이 작성한 '특허성과의 질적 제고를 위한 국가 R&D 사업 평가 개선방안' 보고서는, 현재 국가 R&D의 특허 성과가 양적으로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미흡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특허개발활동지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 연구개발 사업은 여전히 ‘논문 수’나 ‘특허 건수’ 같은 정량 지표 위주로 평가가 이뤄지고 있어 고품질 특허 창출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19~’23년 국가R&D vs 민간R&D 국내 등록 특허 질적 수준 비교(출처=특허성과의 질적 제고를 위한 국가 R&D 사업 평가 개선방안 보고서)  © 특허뉴스

 

▲ 국가 R&D 특허성과 사업화 현황(출처=특허성과의 질적 제고를 위한 국가 R&D 사업 평가 개선방안 보고서)  © 특허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특허출원·등록 건수는 2023년 기준 세계 4위(2023년 기준 출원 243,310건, 등록 243,310건) 수준을 유지하며 양적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특허 품질을 나타내는 삼극특허 출원 비율, 미국·중국 등 해외출원 비중, 특허품질지수(PQI) 등은 여전히 민간 연구개발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정부 지원 R&D의 사업화 성과는 최근 5년간 정체 혹은 감소세를 보였으며, 2023년 특허성과가 포함된 사업화 건수는 전년 대비 9.1% 줄어든 1만 5,052건에 그쳤다. 

 

▲ 특허성과 발생 여부에 따른 국가 R&D 과제 창업건수(출처=특허성과의 질적 제고를 위한 국가 R&D 사업 평가 개선방안 보고서)  © 특허뉴스

 

▲ ’19~’23년 국가 R&D의 특허성과를 통한 창업 및 기술이전(출처=특허성과의 질적 제고를 위한 국가 R&D 사업 평가 개선방안 보고서)  © 특허뉴스


’19년 대비 ’23년 창업이 4.5배 증가(169건→768건)해, 연구개발 결과가 특허를 통해 창업으로 연결되는 가능성이 높아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사업화 및 창업 연계를 고려한 특허 전략을 강화해야 하며, 기술이전・사업화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기술이전 계약 건수는 ’19~’23년 연평균 3.9% 증가해 ’23년 4,676건이 이루어졌다. ’23년 국가 R&D 특허성과 이전율은 5.9%로 전년(6.2%) 대비 감소한 수치다.   

 

문제의 핵심은 현행 평가제도가 논문 수, 특허 건수 같은 정량 지표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연구 현장에서는 “논문은 승진에 직결되지만, 특허는 단순 등록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해 고품질 특허 개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금의 제도는 우수특허 창출 활동 자체보다는 산출된 결과만을 중시해, 연구 현장에서 ‘평가 대비용 특허’가 양산되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연구자 다수는 특허 전략이나 명세서 작성에 익숙하지 않아, 결과 위주의 질적 평가만으로는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 국가연구개발 성과평가 체계(출처=특허성과의 질적 제고를 위한 국가 R&D 사업 평가 개선방안 보고서)  © 특허뉴스


이에 보고서는 국가 R&D 평가에 ‘특허개발활동지표’를 과정지표로 반영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단순히 특허 건수나 질적 지표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선행특허기술조사 ▲특허기술동향분석 ▲출원·개발 전략 수립 ▲출원 전 심사 ▲특허 관련 교육 등 일련의 활동을 평가 항목에 포함시키면, 연구자들이 연구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인 특허 전략을 수립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실증분석에서도 이러한 활동을 적극 수행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특허 품질과 성과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또한 전략계획서 작성 단계에서 ‘핵심특허 창출 활동’만 기재하도록 한 현행 지침을 개정해, 특허개발활동 전반을 필수 항목으로 명시할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를 지식재산 시행계획과 재원 배분 체계와 연계할 경우, 특허 활용률과 기술이전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식재산 서비스산업 확장과 전문 인력 양성,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 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궁극적으로 이번 보고서는 국가 R&D 평가가 단순히 “무엇을 냈는가”에서 벗어나 “어떻게 만들어졌는가”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양적 성과를 넘어 질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연구문화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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