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태양광 패널에서 나온 실리콘이 수소와 이차전지 소재로 다시 태어나는 길이 열렸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백종범 교수 연구팀은 암모니아에 저장된 수소를 저온에서 분리해내는 ‘볼 밀링(ball milling) 공정’을 개발, 순도 100% 수소와 함께 고부가가치 소재인 질화규소(Si₃N₄)를 동시에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화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 미국화학회지(JACS)에 9월 3일 자로 게재됐다.
고온 분해 대신 ‘50℃ 반응’으로 수소 100% 추출
암모니아(NH₃)는 청정에너지인 수소(H₂)를 값싸게 저장·운송할 수 있는 매개체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수소를 꺼내 쓰려면 400~600℃의 고온 분해와 복잡한 정제 과정이 필요해 상용화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이 제시한 새로운 공정은 직경 수 mm의 구슬이 들어 있는 밀폐 용기에 암모니아 기체와 실리콘 분말을 넣고 흔드는 방식이다. 구슬의 충격과 마찰로 실리콘이 활성화되면서 암모니아가 50℃ 수준의 낮은 온도에서 빠르게 분해되고, 이 과정에서 순도 100%의 수소가 생산됐다. 실험에서는 시간당 102.5 mmol의 수소가 생성됐으며, 불순물 없는 고순도 결과가 확인됐다.
부산물 ‘질화규소’, 고성능 이차전지 소재로 변신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방출되는 질소는 기체로 날아가지 않고 실리콘과 반응해 질화규소(Si₃N₄)로 전환됐다. 이 물질은 이차전지 음극재로 활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연구팀은 질화규소로 제작한 리튬이온전지가 391.5 mAh/g의 용량, 1,000회 충·방전 후에도 초기 용량의 80% 이상 유지, 99.9%의 쿨롱 효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경제성·환경성 동시 확보…폐태양광 재활용 돌파구
이번 공정은 단순히 기술적 성과를 넘어 경제성까지 확보했다. 경제성 분석 결과, 질화규소 판매 수익을 포함하면 수소 생산 단가가 –7.14달러/kg, 즉 ‘마이너스 비용’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소 생산이 비용이 아니라 오히려 수익을 남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실제 폐태양광 패널에서 회수한 실리콘을 활용했을 때도 상용 실리콘 분말과 성능 차이가 없었다.
백종범 교수는 “2050년까지 8천만 톤 이상 누적 배출이 예상되는 폐태양광 패널 문제 해결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암모니아 기반 수소경제의 핵심 난제를 풀어낼 해법이자, 수소와 2차전지 산업을 동시에 혁신할 수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논문명은 Separation-free High-purity Hydrogen Production via the Mechanochemical Ammonia-silicon Reaction under Mild Condition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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