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AI가 만든 ‘맞춤 강도’ 3D 프린팅... KAIST, 단일 레진·단일 공정으로 내구성과 원가를 동시에 잡다
치과 보철부터 정밀 시제품까지 널리 쓰이는 광경화(빛 경화) 3D 프린팅의 고질병은 충격에 약해 쉽게 깨진다는 점이었다. KAIST가 이 약점을 정면 돌파했다. 머신러닝 기반 구조 설계와 신개념 점탄성 레진 소재를 하나로 묶어, 복잡한 형상 자유도는 지키면서도 튼튼하고 경제적인 3D 출력물을 구현한 것이다.
KAIST는 29일, 기계공학과 김미소 교수 연구팀이 광경화 3D 프린팅의 내구성 한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통합 공정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권위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7월 1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고,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학술지 권두 도판(Frontispiece)에도 선정됐다. 김미소 교수는 이 성과를 토대로 2025년 7월 국제학술출판사 와일리(Wiley)가 주관하는 ‘Wiley Rising Star Award’와 ‘Wiley Women in Materials Science Award’를 동시에 수상했다.
“하나는 뼈, 하나는 연골처럼”... 소재와 설계를 동시에 디자인
핵심은 소재–설계–광조사를 하나의 엔진으로 묶은 점이다. 연구팀은 먼저 동적 결합을 도입한 폴리우레탄 아크릴레이트(PUA)를 개발했다. 이 점탄성 레진은 충격·진동을 흡수하면서도 고무부터 플라스틱까지 연속적인 물성을 낼 수 있다. 여기에 ‘회색조 DLP(Grayscale DLP)’를 적용, 빛의 세기만 달리해 같은 레진 안에서 부위별 강도를 다르게 만들었다. 인체에서 뼈와 연골이 역할을 나눠 하듯, 한 개의 부품 안에 ‘단단함’과 ‘유연함’을 공존시키는 개념이다.
설계 단계에서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구조와 하중 조건을 학습해 강도를 어디에 얼마나 배치할지 자동 제안한다. 결과적으로 소재 조성·광조사 조건·구조 형상을 하나의 해로 최적화해, 균열이 시작되기 쉬운 지점은 부드럽게, 하중이 집중되는 부위는 단단하게 만드는 맞춤 강도 지도(stiffness map)가 완성된다.
‘단일 소재·단일 공정’이 만든 경제성
서로 다른 물성을 내려면 보통 다중 재료 프린팅이나 후가공이 필요해, 장비가 복잡해지고 비용이 치솟는다. 이번 방식은 한 가지 레진과 한 번의 DLP 공정으로 동일한 효과를 얻는다. 재료 관리가 단순해지고 부품 교체·적층 간 경계 결함 우려도 줄어든다. 더불어 AI 기반 구조 최적화로 설계 반복과 시험 횟수가 줄어 개발 리드타임도 단축된다.
의료·정밀기계·로봇까지… 응용 스펙트럼 확대
광경화 3D 프린팅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충격 취약성을 보완한 만큼, 환자 맞춤형 보형물은 더 내구성 있고 편안해질 수 있고, 정밀 기계·로봇 구동계 같은 부품도 경량·고강도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항공·우주 분야의 진동 완화 구조, 웨어러블·스포츠 장비의 충격 흡수 패드 등으로의 확장도 기대된다.
김미소 교수는 “이번 기술은 소재 물성과 구조 설계의 자유도를 동시에 확장했다”며 “단일 소재·단일 공정으로 다양한 강도를 구현해 경제성까지 확보한 점이 대표적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바이오메디컬부터 항공·우주, 로봇까지 산업 전반의 3D 프린팅 활용 문턱을 낮출 플랫폼”이라고 전망했다.
학술·산업이 동시에 주목
논문 게재와 함께 권두 도판 선정, 그리고 와일리의 이중 수상은 연구 성과의 학술적 임팩트와 산업적 잠재력을 동시에 방증한다. KAIST 박사과정 남지수 학생이 제1저자로, 성균관대 복신 첸(Boxin Chen) 학생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해 학제 간 협업의 성과를 더했다.
결론적으로, KAIST의 이번 성과는 “빛과 AI로 강도를 설계하는 3D 프린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취약했던 내구성을 소재–설계–공정의 결합으로 해결하면서, 생산비용까지 낮추는 현장형 혁신이다. 더 튼튼하고, 더 가볍고, 더 경제적인 부품을 빠르게 만드는 방법—제조 혁신의 다음 발판이 KAIST에서 나왔다.
논문명은 Machine Learning-Driven Grayscale Digital Light Processing for Mechanically Robust 3D-Printed Gradient Material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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