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지식재산 전략포럼] 기술패권 30년 전쟁… 지식재산처, ‘IP 거버넌스 대전환’ 선언

IP 패권경쟁의 시대… "한국, ‘지식재산 거버넌스 대개편’ 없이는 기술주권도 없다”

이성용 기자 | 기사입력 2025/11/29 [18:44]

[제2차 지식재산 전략포럼] 기술패권 30년 전쟁… 지식재산처, ‘IP 거버넌스 대전환’ 선언

IP 패권경쟁의 시대… "한국, ‘지식재산 거버넌스 대개편’ 없이는 기술주권도 없다”

이성용 기자 | 입력 : 2025/11/29 [18:44]

▲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앞줄 왼쪽에서 5번째)이 포럼을 마치고 백만기 지식재산전략연구회 위원장(앞줄 왼쪽에서 4번째), 지식재산처 김정균 국장(뒷줄 오른쪽 1번째), 최규완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원장(뒷줄 왼쪽에서 3번째), 고기석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 회장(앞줄 왼쪽에서 3번째), 손승우 율촌 고문(앞줄 왼쪽에서 2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특허뉴스

 

지식재산처가 특허청 승격 이후 첫 전략포럼을 열고,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 지식재산 정책 거버넌스를 어떻게 재편할지 본격적인 논의에 나섰다.

 

지식재산처(처장 김용선)는 지식재산전략연구회(위원장 백만기)와 함께 11월 28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2025년도 제2차 지식재산 전략포럼'을 개최했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시대, 지식재산 정책 거버넌스’를 대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김용선 지식재산처장과 백만기 위원장을 비롯해 산·학·연 지식재산 전문가 70여 명이 참석했다. 특허청이 2025년 10월 1일 국무총리 소속 지식재산처로 승격된 이후, 새 위상에 걸맞은 지식재산 정책 방향과 컨트롤타워 역할을 집중 점검하는 자리였다.

 

▲ 지식재산전략연구회 백만기 위원장이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 특허뉴스

 

백만기 지식재산전략연구회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지식재산처의 출범은 새로운 시대의 프런티어를 연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주기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해법은 결국 지식 기반 경제에 있다. 지식재산처가 혁신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정책 인프라를 갖추고, 새로운 IP 경제의 지평을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이 ‘2025년도 제2차 지식재산 전략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특허뉴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환영사에서 “처 승격 이후 국내외의 높은 관심 속에 책임감이 더욱 무겁다”고 말하면서도 “그만큼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지금, 지식재산처가 글로벌 기술패권 시대를 이끌 정책 어젠다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IP 전략포럼이 중추적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식재산(IP)은 이제 기술·경제·안보를 관통하는 국가전략의 핵심

 

첫 번째 발제에 나선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전정화 부연구위원은 2025년 글로벌 환경이 ‘IP 패권 경쟁의 전면적 가속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전 부연구위원은 “IP는 더 이상 산업정책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국가 간 경쟁·협력·압박의 수단이자 전략무기”라며, 한국도 이러한 환경변화에 걸맞는 지식재산 정책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전정화 부연구위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 특허뉴스

 

발표에서는 2025년 글로벌 IP 환경을 규정하는 ▲지역 블록화 가속(CPTPP·EU·ASEAN 중심 권역 단위 재편) ▲자국 보호주의·경제안보 강화(관세·수출통제·데이터 규제) ▲IP의 전략무기화(위조·마약·안보프레임으로 확장) ▲AI·데이터 규범 충돌(EU·미국·중국간 규범 경쟁) ▲디지털 기반 IP 시스템 전환(USPTO·EPO·CNIPA 심사 디지털화) ▲표준특허(SEP) 라이선스 전쟁 확대(법원·WTO로 확전) 등 6대 핵심 이슈를 제시하면서, IP 패권경쟁이 기술·표준·데이터·집행력 전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부연구위원은 "위조·불법 유통, 마약·의약품 범죄와 결합한 지식재산 침해 문제를 미국·유럽의 사례를 보면, 미국이 불법 의약품·위조상품 유통을 공중보건·안보 이슈와 결합해 국제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유럽 역시 OECD·EUIPO 보고서와 유로폴 공조 단속을 통해 위조상품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그는 이어 "AI와 데이터 기술 발전이 각국 규범과 충돌하는 양상이 주요 이슈로 제기됐다"며, "EU가 AI Act와 Data Act를 통해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을 규율하는 규범 설계’를 패권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나,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시장 진입을 위축시키고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EU 시장 출시를 포기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도 함께 소개됐다.

 

또 "AI 기반 심사·분석 시스템 도입으로 IP 시스템이 단순한 ‘심사·등록 중심의 정적 제도’에서 데이터 기반 예측·분석과 시장 활용이 가능한 ‘동적 플랫폼’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USPTO, 유럽 EPO·EUIPO, 중국 등이 공격적으로 AI 심사 모델과 IP 데이터 플랫폼을 확충하는 만큼, 각국 IP 제도의 선진화 수준이 기술패권 경쟁 구도를 다시 짜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표준특허(SEP)를 둘러싼 분쟁 확산에 대해서도 2025년 IP 정책의 핵심 이슈로 꼽혔다. 그는 "Wi-Fi 등 핵심 표준을 둘러싼 라이선스 룰과 로열티율을 둘러싸고 기업·국가·규제기관·특허관리전문회사(NPE)까지 얽힌 고위험·고수익 분쟁이 늘고 있으며, 이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또한 "IP5의 주요 기관별 대응방식을 검토하면서, 지식재산처는 등록·심사기관을 넘어. 표준 경쟁·국가안보·집행·디지털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진화하여야 함"을 언급했다.

 

전정화 부연구위원은 “앞으로의 세계는 누가 IP 생태계를 지배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고 하면서, “한국이 세계 IP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 정책 추진체계의 혁신과 정책·표준·산업·안보를 통합하는 국가 IP 거버넌스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지시재산 정책 추진체계, 무엇보다 부처 간 역할의 조정과 협력이 '열쇠'

 

이어진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류태규 선임연구위원 발표에서는 지식재산처 승격의 의미와 바람직한 지식재산 정책 생태계 방향이 논의됐다. 

 

류태규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과학기술처가 여러 부처에 흩어진 과학기술 기능을 조정·연계하기 위해 출범했다가, 이후 국가 전략 분야로 격상되며 과학기술부로 승격된 사례를 언급했다. 

 

▲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류태규 선임연구위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 특허뉴스

 

지식재산처 역시 산업부 산하 특허청에서 국무총리 소속 처로 승격된 배경에는, 급변하는 통상·무역 환경 속에서 지식재산이 ‘공격·방어를 겸한 최상위 국가 전략 수단’으로 자리 잡은 흐름이 있다고 짚었다.

 

이에 류 선임연구위원은 "특허청의 지식재산처 승격으로 국가적 위상뿐만 아니라 그 역할과 기능이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며, "먼저 변하는 글로벌 경쟁환경 하에서 현재 여러 부처에 분산된 지식재산 정책의 상충되는 것과 사각지대에 있는 것에 대한 분석과 조정자의 역할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부처가 협력적 정책수행과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지식재산처의 고유한 정책 영역인 산업재산권의 창출ㆍ보호ㆍ활용에 더욱 강력한 추진력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지식재산처만의 노력으로 효율적인 정책추진이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바람직한 지식재산 정책 생태계를 위해 류태규 선임연구위원은 "과학기술정책분야와 같이 연구개발, 정책기획평가, 중요정책사업의 추진 및 관리, 국제협력, 민간소통 등의 핵심기능을 지원하는 정책지원체계가 굳건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앞에서 언급한 부처 간 정책의 총괄 및 조정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정책 인텔리전스의 확충과 정책 기획평가를 지원할 역량을 가진 조직의 신설 또는 기존 기관에 해당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식재산처의 고유 정책을 보다 강력히 추진할 수 있도록 정책사업의 수행, 관리, 지원 역할을 하는 정책지원체계의 강화와 확립도 중요한 과제"라며, "정책은 정부의 선제적 노력과 이에 대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한 의견수렴과 정책개선이 중요한 과정이자 성공의 열쇠이므로 지식재산 유관 협단체와의 소통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도 소홀이 하면 안된다"고 강조헸다. 

 

승격 이후 지식재산처가 수행해야 할 핵심 역할로 ▲부처 간 분산된 지식재산 정책의 총괄·조정(실질적 컨트롤타워) ▲심사·심판·집행·단속·국제협력 등 고유 IP 정책 기능의 강화 ▲지식재산과 경제안보를 결합한 국가 아젠다 발굴 및 주도적 정책 추진 등도 제시됐다. 이를 위해서는 각 부처의 정책 현황과 산업 파급효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정책 인텔리전스 역량과, 중장기적으로는 예산·평가 권한 등 실질적 조정 수단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또한, IP 창출 지원, 거래·사업화·금융 지원, 전문인력 양성, 국제협력, 민간 협·단체와의 소통 등을 아우르는 정책 생태계 설계의 중요성 제기와 국가 R&D 성과와 특허·기술이전 데이터를 연계한 DB 구축 및 분석, IP 가치평가의 신뢰성 제고, IP 서비스 산업 고도화, 글로벌 IP 허브(예: IP 거래 자유지역) 조성 등도 중장기 과제로 제안됐다.

 

류태규 선임연구위원은 "기술패권경쟁 시대에 기술주권을 뒷받침하고, 우리의 첨단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지식재산 정책의 핵심적 역할을 기대하려면 지식재산처의 노력과 함께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책지원체계와 소통의 체계가 마련되어야 함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패권 장기전에 대응할 IP 거버넌스 재편 '시급'

 

이어 손승우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지식재산 거버넌스 역할 및 기능’을 주제로 발표했다. 손 고문은 2018년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를 기점으로 WTO 중심 자유무역 체제가 사실상 약화되고,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장기전에 접어든 흐름을 짚었다. 중국의 ‘제조 2025’ 추진과 정부 보조금·기술유출 논란, 이에 대응한 미국·일본·대만의 경제안보·수출통제·핵심공정 보호 조치 등도 함께 소개하며, “앞으로 30년 이상 장기화될 기술패권 경쟁에 대비한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법무법인(유) 율촌 손승우 상임고문이 발표를 하고 있다  © 특허뉴스

 

손 고문은 미국의 친특허 정책 역사, 대통령실 산하 지식재산 집행조정관과 집행자문위원회의 설치, 일본의 지식재산기본법과 총리 직속 전략본부, 중국의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국가지식재산국 체계 등 주요국 사례를 제시하며, IP 행정체계를 통합·집중화하는 글로벌 추세를 설명했다. 한국의 지식재산처 승격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여전히 IP 거버넌스 전반에는 과제가 많다는 진단이다.

 

손승우 고문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각국은 지식재산(IP)을 국가전략의 핵심 분야로 재편하고 있다."며 "기술유출이 곧 국가안보 위협으로 직결되는 ‘기술 냉전’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IP 보호·집행 체계는 산업경쟁력을 넘어 안보정책과 결합된 전략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은 이미 지식재산 정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조정·통합하며 행정체계를 강화해 왔다."고 진단했다. 

 

손 고문은 이어 "한국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국가지식재산처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지식재산처는 국가 차원의 IP 정책 수립과 조정, 지식재산 분쟁 대응 지원 등 기존 특허 중심의 행정기능을 국가전략 차원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맡는다."며 "산업기술 유출, 해외 기술분쟁, 공급망 재편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행 IP 생태계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손승우 고문은 "한국은 세계 4위의 특허 출원 국가임에도 무효심판 인용률이 49.6%로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며, 특허소송은 평균 2.5년이 걸리고 손해배상액도 미국 대비 크게 낮아 ‘특허의 질’과 ‘소송환경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평가"라며 "한국을 특허 분쟁의 관할지로 선호하지 않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현상이 발생한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손 고문은 "대규모 국가 R&D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활용 가능한 우수특허 창출·관리체계가 미흡하고, IP 활용을 위한 인력·펀드·기술거래 플랫폼이 분산돼 특허가 제대로 사업화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도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에서 개발된 우수 특허가 해외 자본에 매각되어 국내 기업에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오는 사례 역시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손승우 고문은 "지식재산처가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로 ▲친-IP 정책을 통한 특허 선호국가 전략 ▲IP 직접투자 펀드 확대 및 세제지원 ▲R&D–특허–사업화 연계 구조 개선 ▲기술유출 피해액 산정 가이드라인 마련 ▲IP 안보 인텔리전스 체계 구축 등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국가전략기술 관련 특허·산업·수출입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여 기술안보 대응력을 강화하는 ‘IP 안보 데이터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필수 과제로 꼽힌다는 이유에서다. 

 

손 고문은 이어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으로 이원화된 현행 행정체계를 장기적으로 통합하여 중복과 예산낭비를 줄이고, 대국민 원스톱 IP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P전문가들은 지식재산 거버넌스 개편이 “기술·산업·안보가 융합된 초경쟁 시대에서 국가전략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술패권 장기전에 대응할 IP 거버넌스 재편을 위해 손승우 고문은 ▲투자 보호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친특허 정책’ 강화(손해배상·로열티율 상향, 우수 특허의 해외 권리화·장기 관리) ▲IP 금융에서 보증·담보 중심 구조를 넘어 직접투자 비중 확대 ▲부처별로 분산된 기술이전·거래 플랫폼의 통합 ▲IP 서비스 산업 및 창업 지원 확대 ▲산업스파이·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형사제재 및 손해액 산정 체계 개선 등 구체적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영업비밀 침해에서 R&D 투자액을 손해로 인정하는 해외 판례 동향을 소개하며, 국내 법·양형 기준에도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손 고문은 국가 전략기술과 방위산업 분야에서 IP 관리 체계의 취약성을 지적하며, 국가·민간 간 공동소유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나아가 특허·저작권·소프트웨어 등으로 분산된 현재의 IP 행정·집행·교육·국제협력 체계를 장기적으로 통합형 모델로 전환해야, AI·가상세계·데이터 등 융합 영역에서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승우 고문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구조적 흐름이며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이제 단순한 특허행정을 넘어, 지식재산을 국가전략자산으로 다루는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며, "특히 국가전략기술 관련 특허·산업·수출입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IP 안보 데이터 체계’를 구축해 기술유출 위험과 공급망 리스크를 사전에 탐지해야 한다. 또한 친-IP 정책을 통해 한국을 특허 선호국가로 만들고, IP 직접투자 펀드를 확대해 국내에서 창출된 우수 특허가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경제적 활용 기반을 갖추는 것이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AI·통상·향토문화까지… 지식재산처에 쏟아진 ‘새로운 IP 국가전략’ 제언”

 

발표가 끝난 뒤에는 백만기 지식재산전략연구회 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발표자들과 청중이 함께하는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남은 시간을 활용해 청중이 자유롭게 손을 들고 소속과 이름을 밝힌 뒤, 특정 발표자를 지목해 질문하는 방식으로 심도 있는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 백만기 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발표자들과 청중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 특허뉴스

 

먼저 LG에너지솔루션 이한선 전무는 2차전지·차세대 배터리 분야 국가 R&D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전했다. 연구기관들이 예산 부족으로 국내·해외 특허를 충분히 출원하지 못하고, 그 결과 막대한 국가 예산으로 개발한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가 차원의 기술전략과 R&D 투자, IP 전략과 특허 개발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설계·운영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처가 ‘국가 IP 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책 연구자는 국가 R&D 예산 구조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관 간접비나 전체 R&D 비용의 일부(예컨대 3%)를 기술이전·특허비용 등 연구성과 활용비로 의무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대학·출연연이 보다 자율적으로 해외출원 및 기술사업화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이다. 그는 “국가사업 차원에서 특허 지원비를 몇백억 이상으로 키우기 어려운 만큼, 애초 R&D 구조 속에 성과활용 예산을 내재화하는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좌측부터 지식재산처 김정균 국장, (주)LG에너지솔루션 이한선 전무, 한양대학교 박재근 교수  © 특허뉴스

 

AI 시대 인재 양성과 교육 문제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한 토론자는 초·중·고 단계부터 AI 교육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새로운 창작과 발명이 쏟아질 것이라며, 이를 어떻게 IP와 연결할지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별 대학·교육청과 연계한 ‘AI·IP 융합교육’과 이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통해, 지식재산 인식과 역량을 특정 계층이 아닌 전 국민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역문화와 향토지식재산을 둘러싼 문제제기도 나왔다. 전주지역의 한 교수는 태권도, 김치, 전주비빔밥 등 이미 세계화된 우리 고유 자산들이 개인 명의의 무형문화재로만 관리되거나, 지역 공동체의 권리와 단절된 채 운영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지역 고유의 문화·역사 자산은 특정 개인의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이라며, 지식재산처가 문화유산·저작권 정책과 연계해 지역 단위의 ‘향토 지식재산’ 제도를 설계하고, 지방소멸 대응과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과도 접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과 산업재산권을 아우르는 거버넌스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이미 민간 차원에서 저작권과 산업재산권 단체들이 연대한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와 같은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지식재산처가 이러한 민간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두 영역 간 장벽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저작권·산업재산·신지식재산을 아우르는 단일 ‘지식재산 간판’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통상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연구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통상질서 속에서 IP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통상 협상에서 IP가 양보 카드처럼 다뤄진 측면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국가 전략을 지키는 핵심 카드가 되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만의 통상·IP 전략 아이덴티티 정립을 주문했다. 아울러 인구는 적지만 우수 인재 비중이 높은 한국의 인적 자원을 IP·교육 전략과 결합해 국가 경쟁력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말미에 발표자로 나섰던 연구자는 지식재산처 승격의 시간을 ‘장기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식재산처가 조직을 정비하고 어젠다를 세우고, 예산과 제도를 확보하며, 이를 뒷받침할 정책지원 조직을 만드는 데에는 과학기술 정책의 역사로 보아도 10년 이상이 걸린다”며, 변화가 더디다고 조급해하거나 실망하기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된 지지와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식재산처 김정균 국장은 “출범 초기인 지금은 말하기보다 듣는 시기”라며, 이번 포럼을 비롯해 그간 현장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모두 취합해 내부 TF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10년, 20년을 내다보는 비전 로드맵을 그리는 과정에서 오늘 나온 제안들을 최대한 반영해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을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종합정리 발언에서 백만기 위원장은 지식재산처 승격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IP 전담 장관급 조직을 갖춘 나라가 됐고, 총리 직속의 집행력을 활용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며, 과거 특허청이 부처 구조 속에서 한계에 부딪혔던 집행력을 이제는 지식재산처가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35조 원 규모 국가 R&D 예산 구조를 기술이전·사업화 친화적으로 재편하고, 곳곳에 얽혀 있는 제도적 허들을 하나씩 걷어내는 과정에서 지식재산처가 경제·산업 정책 구조 변화를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 위원장은 “지식재산 커뮤니티가 10년 넘게 염원해 온 지식재산처가 마침내 출범한 만큼, 이번 승격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여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는 말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토론에서는 지식재산처가 향후 20년을 내다보는 국가 IP 전략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모였다. 참석자들은 기술패권 경쟁과 경제안보 위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IP를 단순한 법률·심사 영역이 아닌 투자·산업·무역·안보를 관통하는 국가전략 도구로 재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지식재산처가 정책 인텔리전스, 예산·평가 권한, 국제협력, 인재양성, IP 금융·서비스 산업 육성 등을 체계적으로 확충할 경우, 우리나라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도 지식재산 기반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제시됐다. 이번 포럼은 지식재산처 승격 이후 첫 본격 논의의 장으로, 향후 지식재산 정책 거버넌스 재편 논의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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