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원소 30종을 한 번에 섞어 새로운 첨단 나노 소재를 만드는 일이 더는 공상과학이 아니다. UNIST 연구진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상온·상압에서 단 1분 만에 다성분 금속 나노구조체를 합성하는 혁신 기술을 개발하며, ‘현대판 연금술’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UNIST 신소재공학과 조승호·이석빈 교수,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김정환 교수 연구팀은 독일 쾰른대학교, 미국 퍼듀대학교 공동연구진과 함께 이산화탄소 기반의 초고엔트로피 나노 소재 합성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성과는 나노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Nano Letters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30종 금속을 한데 묶은 비결은 ‘탄산 이온’
초고엔트로피 소재는 5종 이상의 금속이 조합된 합금으로, 기존 금속보다 내구성·촉매 성능 등이 뛰어나 배터리, 촉매, 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에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서로 크기가 달라 잘 섞이지 않는 금속 원자들을 한 구조 안에 균일하게 섞으려면 수천 도(℃)의 초고온과 고압이 필요했던 것이 기술 상의 큰 장벽이었다.
연구팀은 이 난제를 이산화탄소로 해결했다. 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탄산 이온(CO₃²⁻)이 생성되는데, 이 탄산 이온이 서로 다른 금속 이온들을 연결하는 ‘분자 접착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제조 과정은 매우 단순하다. 물에 CO₂를 주입해 탄산수를 만든 뒤, 수산화물(OH⁻)을 넣어 탄산 이온 생성을 유도하고 30종 금속 이온 용액을 투입해 1분간 교반하면 금속 탄산염 형태의 나노 소재가 즉시 합성된다.
이 과정은 상온·상압에서 진행되며, 고온 열처리나 복잡한 장비 없이도 초고엔트로피 구조가 완성된다.
‘섞이지 않는 금속’도 함께 합쳐지는 혁신
연구팀은 네오디뮴(Nd) 같은 큰 희토류 금속과 철·구리처럼 작은 전이금속 등 최대 30종 금속을 혼합해 나노 입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결정학 법칙상 함께 섞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조합임에도, 탄산 이온이 금속 이온 사이에서 ‘연결고리’로 작용하며 새로운 합성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전자현미경 분석 결과, 합성된 소재는 일반 결정과 달리 장거리 규칙성이 없는 무질서 구조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는 촉매 반응성 향상·에너지 저장 효율 개선 등 첨단 응용에 유리한 특성으로 평가된다.
환경·산업 혁신 모두 잡은 ‘CO₂ 활용 공정’
이 기술은 고온·고압 장비 없이도 합성이 가능해 제조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이라는 점에서 환경적 의의도 크다. 연구팀은 향후 수소 생산 촉매, 이차전지 전극 소재 등 다양한 소재 조합으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석빈 교수는 “이러한 무질서 구조는 촉매 반응이나 에너지 저장 효율을 높이는 데 유리할 수 있다”며, “이번 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 생산용 촉매, 이차전지 전극 소재 등 다양한 소재 조합을 탐색하고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승호 교수는 “고온·고압의 가혹한 환경에서만 가능했던 다성분 금속 합성을 상온의 물속 이뤄내어 제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조성의 제한이 전혀 없는 소재 합성법을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논문명은 Greenhouse-Gas-Driven Room-Temperature Synthesis of Compositionally Complex Nanomaterials via Anion-Cation Arrangement Control이다.
이번 연구는 독일 쾰른대학교 화학과 산제이 마투르(Sanjay Mathur) 교수와 미국 퍼듀대학교 신소재공학과 하이옌 왕(Haiyan Wang) 교수팀과 함께했으며, UNIST 신소재공학과 김미리 연구원, 김민지 박사, 퍼듀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이즈 장(Yizhi Zhang)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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