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이너스 성장과 지방소멸, 기술이 아닌 행정이 멈춰 세웠다안전과 규제가 지역의 미래를 가로막을 때
대한민국의 마이너스 성장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방이 사라지면서 성장이 멈춘 것이지, 성장이 멈춰서 지방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의 중심에는 기술도, 자본도 아닌 행정이 있다.
지방에는 여전히 활용되지 못한 기술과 아이디어, 그리고 정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귀농·귀촌, 소규모 창업, 지역 기반 기술사업화는 지방을 유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동력이다. 그러나 현실의 행정은 이를 지원하기보다 규제로 걸러내는 역할을 해왔다.
산지법, 농지법, 각종 안전·환경 규제는 본래 공익을 위한 제도다. 문제는 그것이 지역의 현실과 성장 단계, 위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획일적 규제는 결과적으로 아무도 살지 않는,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 지역을 만들어 왔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행정은 중립적 관리자가 아니다. 행정은 허가와 규제를 통해 시장 진입 비용과 거래비용을 결정하는 핵심 경제 행위자다. 지방에서의 규제는 수도권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지만, 그 파급 효과는 전혀 다르다. 수도권에서는 조정 비용이지만, 지방에서는 존립 비용이 된다.
특히 안전·규제 행정에서 이 문제가 두드러진다. 위험을 ‘관리’해야 할 행정이 위험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되어버렸다. 그 사이 기술은 현장에서 멈추고, 사람은 떠난다.
마이너스 성장 시대의 핵심 질문은 “얼마나 더 성장할 것인가”가 아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유지할 것인가”다. 지방이 사라지는 국가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은 존재할 수 없다.
기술의 경제학은 말한다. 기술은 존재만으로는 가치가 없으며, 확산과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가 있을 때 비로소 경제가 된다고. 행정의 경제학은 더 냉정하다. 규제와 허가는 비용이며, 잘못 설계된 안전 행정은 공익이 아니라 기회의 상실을 낳는다.
이제 지방 행정은 ‘확대’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것을 막아 위험을 제거하는 행정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면서 삶을 유지하는 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안전은 정지의 이유가 아니라, 지속을 위한 조건이어야 한다.
마이너스 성장은 위기가 아니다. 지방소멸을 방치한 행정의 결과다. 그리고 그 결과를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역시, 행정의 선택 변화다.
기술은 이미 현장에 있다. 사람도 아직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그들을 통과시킬 행정의 경제적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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