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규제, 이제는 ‘집행의 시대’"... IP 전략도 ‘방어’에서 ‘거버넌스’로 재편된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보고서, R&D·컴플라이언스 결합한 전사적 IP 관리체계 전환 필요성 제기

이성용 기자 | 기사입력 2026/04/21 [18:32]

"AI 규제, 이제는 ‘집행의 시대’"... IP 전략도 ‘방어’에서 ‘거버넌스’로 재편된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보고서, R&D·컴플라이언스 결합한 전사적 IP 관리체계 전환 필요성 제기

이성용 기자 | 입력 : 2026/04/21 [18:32]

▲ 사진=생성형 AI 이미지  © 특허뉴스


글로벌 인공지능(AI) 규제가 제도 설계를 넘어 본격적인 ‘법 집행 단계’로 진입하면서, 기업의 지식재산(IP) 전략도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단순한 권리 확보 중심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규제 대응과 리스크 관리가 결합된 ‘통합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발표한 '글로벌 AI 규제 환경 변화와 지식재산 전략의 재편'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까지 주요국이 마련한 AI 규제 프레임워크는 2025년부터 실질적인 법 집행과 책임 부과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유럽연합(EU)은 2026년 8월부터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해 단계적으로 강력한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며, 미국은 연방 차원의 규제 완화 기조와 함께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투명성·책임성을 강화하는 규제가 병행되는 ‘다층적 규제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IP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는 가장 큰 변화로 ‘기술 공개와 영업비밀 보호 간 충돌’을 지목했다. 규제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기술 문서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의 핵심 기술 정보가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술 문서 제출 범위를 전략적으로 설정하고, 비밀 유지 체계를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설계하는 ‘전사적 IP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허 전략 역시 정교한 재설계가 요구된다. 미국 특허청(USPTO) 지침과 최근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AI를 활용한 효율 개선 수준으로는 특허 적격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리즘 자체의 기술적 개선과 차별성을 명확히 입증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고도화된 명세서 작성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AI 시대 특허 경쟁이 ‘기술 활용’이 아닌 ‘기술 본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데이터 전략에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보고서는 AI 학습 데이터의 출처, 수집 과정, 활용 방식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관리하는 ‘상시 준법 감시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기록은 저작권 분쟁 발생 시 기업을 보호하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침해 책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점에서 더욱 정교한 관리가 요구된다.

 

또한 AI 생성물의 저작권 보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의 창작 기여도를 입증하는 전략도 중요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프롬프트 설계 과정과 인간 개입 수준을 기록하고, 계약 및 영업비밀을 활용한 다층적 보호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AI 시대 창작물 보호 방식이 기존 저작권 중심에서 계약·데이터·기술 관리가 결합된 복합 체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AI 규제 환경의 변화는 기업의 IP 전략을 ‘출원 중심’에서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기술 개발, 데이터 관리, 법적 대응이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되는 구조가 요구되는 것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유계환 연구위원은 “글로벌 규제 집행이 본격화되고 국내에서도 인공지능기본법 시행 등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이제 IP 전략은 개별 부서의 기능이 아니라, R&D와 컴플라이언스가 결합된 전사적 리스크 관리 체계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규제 대응 능력 자체가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술을 ‘얼마나 잘 개발하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하고 활용하느냐’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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