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P 질서, 기술·통상·데이터로 재편"... 일본, 국제 지식재산 ‘충돌 구조’ 진단JPO 2025 국제 IP 제도 분석 보고서, TRIPS·AI·디지털 정보까지... 국가 간 전략 경쟁 심화
일본 특허청(JPO)이 국제 지식재산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진단한 ‘2025년도 국제 지식재산 제도 분석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존의 협정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수준을 넘어, 기술·통상·데이터가 결합된 새로운 글로벌 IP 경쟁 질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JPO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와 세계무역기구(WTO) TRIPS 이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 쟁점과 함께, 지식재산 보호가 취약한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 그리고 각국의 제도 변화 흐름을 수집·분석해 보고서로 정리했다. 특히 2023년부터 기존 ‘TRIPS 협정 정합성 분석’에서 ‘국제 지식재산 제도 분석’으로 보고서 명칭을 변경한 것은, IP가 단순 법적 규범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확장됐음을 반영한다.
보고서는 먼저 국제 지식재산 환경을 둘러싼 핵심 이슈로 의약품과 생명과학 분야를 지목했다. WTO, 세계보건기구(WHO), WIPO를 중심으로 의약품 접근성과 특허 보호 간 균형 문제가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 의약품 공급 안정성과 지식재산권의 역할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생물다양성협약(CBD)과 WHO 팬데믹 협정 논의 과정에서 유전자원 및 디지털서열정보(DSI)의 이용과 이익 공유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유전자 데이터의 활용 범위와 그에 따른 이익 배분 구조는 향후 글로벌 바이오 산업과 지식재산 체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변수로 평가된다.
특허 분쟁 분야에서는 중국의 표준필수특허(SEP) 관련 소송금지명령(ASI) 이슈가 주요 사례로 제시됐다. 특정 국가 법원이 해외 소송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특허 분쟁이 더 이상 개별 기업 간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가 간 사법권 충돌과 통상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경제 협정에서도 지식재산은 중요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고서는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와 주요 자유무역협정(FTA)에서의 상표 제도와 보호 기준을 분석하며, 각국이 산업 보호와 시장 개방 전략을 반영해 IP 규범을 설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식재산이 통상 협정의 핵심 조항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국가별 제도 변화 역시 눈에 띈다. 미국은 AI 기술 확산에 대응해 관련 지식재산 정책과 판례를 정비하며 새로운 권리 판단 기준을 모색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제도 개편과 함께 위조상품 대응 정책을 강화하는 등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IP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JPO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글로벌 지식재산 환경이 ‘권리 보호 중심’에서 ‘전략 경쟁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식재산은 단순한 법적 권리를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향후 국제 지식재산 질서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복합적이고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한다. 특히 AI, 바이오, 데이터 산업이 확대되면서 지식재산 규범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새로운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에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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