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구별, ‘속도’로 읽는다"... KAIST, 유전자 가위로 다중 감염 동시 진단 시대 연다

RNA 직접 인식·변이까지 한 번에 식별... 차세대 감염병 대응 플랫폼 부상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4/26 [14:20]

"바이러스 구별, ‘속도’로 읽는다"... KAIST, 유전자 가위로 다중 감염 동시 진단 시대 연다

RNA 직접 인식·변이까지 한 번에 식별... 차세대 감염병 대응 플랫폼 부상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4/26 [14:20]

▲ 크리스퍼 Cas13 효소의 반응 속도를 이용한 키네틱 바코딩 개념도. 오른쪽 점선 영역은 반응 속도 조절을 위해 변형된 가이드 RNA 영역을 나타냄(그림 및 설명=KAIST)  © 특허뉴스

 

감염병 대응의 핵심 과제가 ‘빠르고 정확한 동시 진단’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유전자 가위의 ‘반응 속도’를 활용해 여러 바이러스와 변이를 한 번에 식별하는 혁신 기술이 등장했다. 기존 복잡한 다중 검출 방식을 단순화하면서도 정밀도를 높인 새로운 진단 패러다임이라는 평가다.

 

KAIST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손성민 교수 연구팀이 UC 버클리, 글래드스톤 연구소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유전자 가위의 반응 속도 차이를 활용한 RNA 기반 다중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학술지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RNA를 표적으로 하는 유전자 가위 단백질 ‘Cas13’의 특성이다. Cas13은 특정 RNA를 인식하면 활성화되며 주변 RNA를 절단하면서 형광 신호를 발생시키는데, 이때 표적에 따라 반응 속도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 핵심 단서였다.

 

기존 기술은 여러 바이러스를 동시에 검출하기 위해 서로 다른 유전자 가위나 다양한 형광 신호를 사용해야 했고, 이는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현장 적용성을 떨어뜨리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이번 연구는 하나의 유전자 가위만으로도 다양한 바이러스와 변이를 구별할 수 있도록 설계를 단순화했다.

 

연구팀은 단일 분자 수준에서 반응을 분석해, 가이드 RNA와 표적 RNA 조합에 따라 고유한 ‘속도 패턴’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기반으로 반응 속도를 일종의 식별 신호로 활용하는 ‘키네틱 바코딩(kinetic barcoding)’ 기술을 구현했다. 즉, 어떤 바이러스인지 색이 아니라 ‘속도’로 구별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의 또 다른 강점은 검사 과정의 단순화다. 기존 RNA 바이러스 진단에서 필수였던 역전사 과정 없이 RNA를 직접 검출할 수 있어, 검사 시간과 절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 임상 샘플 실험에서도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변이를 단일 반응으로 정확히 구별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가이드 RNA 설계를 통해 반응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향후 더 많은 바이러스와 변이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확장성도 확보했다. 이는 향후 신종 감염병 발생 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범용 진단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손성민 교수는 “유전자 가위의 반응 속도라는 새로운 정보를 진단에 활용한 첫 사례”라며 “현장에서 다양한 감염병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단순 검출 기술을 넘어, 진단 방식 자체를 바꾸는 ‘개념 전환’에 가깝다. 감염병 대응이 속도와 정확성의 경쟁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속도를 읽는 진단 기술’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KAIST 손성민 교수가 제1 저자 및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논문명은 Programmable kinetic barcoding for multiplexed RNA detection with Cas13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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