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이 읽는 바이러스 ‘바코드’ 찾았다"... 헤르페스 DNA, 염증·세포사멸 스위치 규명

poly(T) 반복 서열이 AIM2 활성화 핵심... 신종 감염병 대응 ‘면역 조절 치료’ 단서 제시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4/27 [10:15]

"면역이 읽는 바이러스 ‘바코드’ 찾았다"... 헤르페스 DNA, 염증·세포사멸 스위치 규명

poly(T) 반복 서열이 AIM2 활성화 핵심... 신종 감염병 대응 ‘면역 조절 치료’ 단서 제시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4/27 [10:15]

▲ 숙주의 면역센서가 바이러스 DNA를 인식하는 원리. 숙주 세포 내 선천 면역 센서 AIM2는 헤르페스 1형 바이러스 HF 종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티민 반복 서열을 인식함으로써, 염증성 사이토카인 활성화와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면역반응을 개시한다.(그림 및 설명=UNIST)  © 특허뉴스

 

헤르페스 바이러스 DNA에 숨어 있던 ‘면역 활성 신호’, 일종의 바코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바이러스 자체를 공격하는 방식이 아닌, 인체 면역 반응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다.

 

UNIST 생명과학과 이상준 교수팀은 성균관대, 제주대,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헤르페스 바이러스 DNA 내 ‘poly(T)’ 반복 서열이 숙주 면역센서를 활성화하는 핵심 신호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헤르페스 제1형 바이러스는 전 세계 인구의 약 67%가 감염돼 있을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다. 평소에는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이 약해질 때 활성화되며, 입술 주변 염증 등 증상을 유발한다. 이 과정에서 인체의 선천 면역 시스템이 작동해 감염 세포를 제거하게 된다.

 

연구의 핵심은 면역 센서 단백질 ‘AIM2’의 작동 원리 규명이다. 연구팀은 AIM2가 바이러스 DNA 중 티민(T) 염기가 반복된 poly(T) 구간을 인식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동일한 헤르페스 바이러스라도 이 반복 서열의 존재 여부에 따라 면역 반응 강도가 크게 달라졌다.

 

poly(T) 서열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AIM2가 활성화되며 염증 반응과 감염 세포 사멸이 유도됐지만, 해당 서열이 없거나 길이가 짧은 경우에는 면역 반응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반대로 이 서열을 인위적으로 삽입하면 면역 반응이 새롭게 유도되는 현상도 확인됐다.

 

또한 반복 서열의 길이가 길수록 면역 반응이 강해지는 ‘길이 의존성’도 입증됐다. 동물 실험에서도 poly(T) 서열이 포함된 바이러스는 면역 반응을 유도해 증식이 억제된 반면, 해당 서열이 제거된 경우에는 바이러스가 빠르게 증식하며 치명적인 감염으로 이어졌다.

 

이번 연구는 특정 바이러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대규모 유전체 분석을 통해 poly(T) 반복 서열이 엠폭스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다양한 병원체에서도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인체 면역 시스템이 특정 바이러스가 아닌 ‘공통된 DNA 패턴’을 인식해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바이러스의 종류를 넘어 적용 가능한 범용 면역 조절 전략 개발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상준 교수는 “인체 면역 센서가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게 바이러스를 인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기존 치료법을 넘어, 면역 반응 자체를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발견된 반복 서열은 다양한 감염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라며 “질병 중증도와 바이러스 유전체의 연관성을 추가로 규명하면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성균관대학교 이주상 교수, 제주대학교 김의태 교수, 기초과학연구원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최영기 소장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수행된 융합 연구 성과이며, 논문명은 Herpes simplex virus 1 harboring poly(T) DNA sequences as a key ligand for AIM2 inflammasome activation and host defense이다.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와 면역 시스템 간 상호작용의 정밀한 메커니즘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향후 감염병 대응 패러다임을 ‘면역 조절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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