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이제 ‘한 층씩’ 쌓는 시대 끝났다"... UNIST, 60초당 1개 초고속 체적 제조로 마이크로 생산혁명 열다

AI 광학보정·액적 기반 연속 체적 프린팅 구현
맞춤형 제조의 최대 약점 ‘속도’ 돌파하며 차세대 초정밀 생산 플랫폼 부상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4/29 [14:59]

"3D 프린팅, 이제 ‘한 층씩’ 쌓는 시대 끝났다"... UNIST, 60초당 1개 초고속 체적 제조로 마이크로 생산혁명 열다

AI 광학보정·액적 기반 연속 체적 프린팅 구현
맞춤형 제조의 최대 약점 ‘속도’ 돌파하며 차세대 초정밀 생산 플랫폼 부상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4/29 [14:59]

▲ 액적 회전형 체적 적층 제조의 고속 순차 인쇄 기술의 통합 개요도 / a. 노즐 끝에 매달린 액체 방울에 여러 각도의 빛을 조사해 방울 내부의 특정 위치만 선택적으로 굳히는 체적 프린팅 원리. 회전에 따라 빛이 특정 부분에 빛 에너지가 누적되며 3차원 형상이 형성된다. b. 주사기와 피펫으로 액체 방울을 형성하고 회전시키는 장치 구성. 카메라로 방울 형상을 관찰하면서 빛을 조사한다. c. 액체 방울이 형성된 뒤 내부에서 구조가 만들어지고, 완성된 구조물이 아래로 분리되는 전체 공정 흐름. 각 방울마다 하나의 구조가 형성되며 연속 제작이 가능하다.(그림 및 설명=UNIST)  © 특허뉴스

 

3D 프린팅 산업의 구조적 한계로 지적돼 온 ‘느린 속도’가 근본적으로 재정의될 가능성이 열렸다. UNIST 연구진이 60초마다 하나씩 복잡한 3차원 마이크로 구조물을 연속 생산할 수 있는 초고속 체적 적층 제조 기술을 개발하며, 기존 ‘층층이 쌓는 방식(layer-by-layer)’ 중심의 제조 패러다임을 ‘볼륨 단위 즉시 제조’ 구조로 전환할 기술적 전기를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속도 개선을 넘어, 맞춤형 제조와 대량생산 간 경계를 허무는 차세대 제조 플랫폼의 등장으로 평가된다.

 

UNIST 기계공학과 정임두 교수팀이 개발한 ‘디스펜싱 체적 적층 제조(DVAM, Dispensing Volumetric Additive Manufacturing)’ 기술은 기존 3D 프린팅처럼 한 층씩 적층하는 방식이 아니라, 액체 방울 전체를 하나의 인쇄 볼륨으로 활용해 구조물 전체를 한 번에 경화시키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구조물을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즉시 형성’하는 방식에 가깝다.

 

핵심은 유리 피펫 끝에 형성된 단일 수지 액적이다. 연구팀은 이 액적 내부에 빛을 조사해 원하는 구조를 한 번에 경화시키고, 이후 공기압으로 결과물을 배출한 뒤 곧바로 다음 액적을 형성해 연속 생산 구조를 만들었다. 기존 체적 프린팅 기술조차도 수지 충전, 용기 교체, 굴절률 매칭, 구조물 회수 등 복잡한 준비·후처리 과정이 필요했던 것과 달리, DVAM은 액적 자체가 곧 생산 공정이 되는 구조다. 이는 생산 시간 단축뿐 아니라 공정 단순화, 연속성, 자동화 가능성 측면에서 결정적 차이를 만든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AI의 역할이다. 액적 표면은 곡면이기 때문에 빛이 굴절되며 형상 왜곡이 발생하기 쉽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딥러닝 기반 사물 인식과 역 광선 추적(optical inverse ray tracing)을 결합했다. AI가 액적의 실시간 곡률과 윤곽을 인식하고, 광학 왜곡을 사전에 계산해 빛의 경로와 에너지를 정밀 보정함으로써 정확한 구조 형성을 가능하게 했다. 즉, AI가 단순 설계 보조가 아니라 제조 공정 자체의 정밀도와 속도를 동시에 해결한 셈이다.

 

이 결과, ‘에펠탑’, ‘생각하는 사람’ 같은 복잡한 미세 구조물도 약 60초 내외로 제작 가능해졌으며, 10분 안에 서로 다른 10개 구조물을 연속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광경화 방식 대비 최대 100배 이상 빠른 수준으로, 3D 프린팅이 시제품 제작 중심에서 실제 생산기술로 진화할 수 있는 핵심 조건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제 1 저자로 참여한 전홍령 학생은 “기존 3D 프린팅 원리와는 다르게 전체 형상을 볼륨 단위로 한번에 경화시키고, 또한 별도의 추가 공정없이 연속으로 바로 디스펜싱하도록 하여 3D 프린팅 속도를 백배 이상 향상 시켰다”며, “서로 다른 형상의 3차원 마이크로 부품을 쾌속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산업적 함의는 상당하다. 지금까지 3D 프린팅은 맞춤형·복잡형 구조 제조에는 강점이 있었지만, 생산 속도와 비용 문제로 대량 제조 영역에서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DVAM과 같은 초고속 체적 제조 기술은 의료용 마이크로 디바이스, 바이오칩, 정밀 전자부품, MEMS, 마이크로 로보틱스, 반도체 패키징 등 고부가가치 산업군에서 ‘빠른 맞춤형 생산’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마이크로 스케일 제조는 미래 산업에서 전략성이 높다. 의료 분야에서는 개인 맞춤형 약물전달 구조체나 조직공학용 스캐폴드, 전자 분야에서는 초소형 센서·광학 부품, 국방·우주 분야에서는 초정밀 경량 구조체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영역에서 속도와 정밀도를 동시에 확보한 DVAM은 단순 연구 성과를 넘어 제조 인프라의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기술 패권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제조업 경쟁은 이제 단순 생산량보다 얼마나 빠르게, 정밀하게, 유연하게 맞춤형 구조를 구현할 수 있는지로 이동하고 있다. AI와 제조기술의 결합은 ‘스마트팩토리’ 수준을 넘어, 설계–보정–생산 전 과정을 실시간 최적화하는 ‘AI 생산공학’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UNIST의 이번 성과는 한국이 이 융합 제조 경쟁에서 독자 플랫폼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학술적으로도 이번 연구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는 점은 기술의 독창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방증한다. 이는 단순한 장비 개선이 아니라, 광학·AI·재료·제조공학이 융합된 새로운 생산 원리의 제안에 가깝다.

 

결국 UNIST의 이번 성과는 3D 프린팅 산업의 핵심 질문을 바꾸고 있다.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서, 얼마나 빠르고 연속적으로 정교하게 만들 수 있는가로의 전환이다. 제조의 미래는 더 이상 ‘쌓는 속도’ 경쟁이 아니라, ‘즉시 형성하는 지능형 볼륨 제조’ 경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D 프린팅은 이제 프로토타입의 기술이 아니라, 속도와 생산성을 갖춘 실전 제조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연구를 총괄한 교신 저자인 정임두 교수는 “맞춤형 제조가 가능한 3D 프린팅 기술의 경우 느린 제조 속도가 항상 단점으로 지적되는데, 기존 광경화 방식에서 벗어나 전체 볼륨을 한번에 생산하고, 이때 발생하는 광학적 왜곡 한계를 인공지능 기술로 해결함으로써 초고속 3D 프린팅의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라며, “이제는 원하는 형상을 제조하기 위해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즉석에서 수십초 내에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논문명은 Dispensing Volumetric Additive Manufacturing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