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폐기물 저장 용기 특허 패권, 美 중심에서 한·중 양강 구도로”... 한국 ‘운영 강국’에서 글로벌 설계·표준 주도 시험대

한국수력원자력·한국원자력환경공단 ‘국내 절대 강자’, 해외 권리화 확대가 차세대 원전 산업 경쟁력 분수령

이성용 기자 | 기사입력 2026/05/03 [21:30]

"방사성 폐기물 저장 용기 특허 패권, 美 중심에서 한·중 양강 구도로”... 한국 ‘운영 강국’에서 글로벌 설계·표준 주도 시험대

한국수력원자력·한국원자력환경공단 ‘국내 절대 강자’, 해외 권리화 확대가 차세대 원전 산업 경쟁력 분수령

이성용 기자 | 입력 : 2026/05/03 [21:30]

▲ 출처=생성형 AI 이미지  © 특허뉴스

 

전 세계 차세대 원자력 산업이 확대되는 가운데, 방사성 폐기물 저장 용기 기술이 원전 생태계의 ‘마지막 안전 인프라’이자 국가 전략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의 ‘방사성 폐기물 저장 용기 기술 특허동향 분석(2014~2023)’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글로벌 특허출원은 연평균 40~70건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2020년 71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66건을 기록했다. AI 반도체나 배터리처럼 폭발적 성장 산업은 아니지만, 원전 확대·해체·폐기물 관리 정책과 맞물려 안정적 전략기술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글로벌 주도권 구조다. 최근 10년 누적 기준 미국이 27%로 1위를 차지했지만, 중국(24%)과 한국(23%)이 근접 추격하며 사실상 3강 구도를 형성했다. 과거 5년 대비 최근 5년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26%에서 29%로 소폭 상승했고, 한국은 19%에서 26%로 빠르게 확대됐다. 반면 일본은 18%에서 10%로 비중이 급감했다. 이는 기존 원전 선진국 일본 중심 구조가 약화되고, 중국의 원전 확대와 한국의 저장·운영 기술 강화가 새로운 축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국가 주도형 원전 확대 전략에 따라 중국핵공업집단(12.4%), 중국핵전공정유한공사(9.2%) 등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이며 양적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해외특허 비율은 5.8%에 불과해 글로벌 권리화보다는 내수 중심 구조가 강하다. 이는 중국이 자국 원전 공급망과 내부 수요에 초점을 맞춘 전략임을 시사한다.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구조에서 질적 우위를 보인다. 홀텍인터내셔널(27.4%)이 세계 주요 출원인 1위를 기록했고, 딥 아이솔레이션(6.3%), GE-히타치 계열 등이 뒤를 이으며 저장·운송·심층처분까지 연결되는 다층적 기술 구조를 구축했다. 해외특허 비율은 96.2%로 사실상 국제 시장 지배형 구조다. 최근 영국 NDA가 방사성폐기물 저장 용기 설계·조달 표준화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도 미국·영국권 기술 체계가 글로벌 표준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구조적으로 ‘운영·실증 강점형’이다. 국내 출원 점유율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각각 24.2%로 공동 1위를 차지했고, 한국원자력연구원(13.0%), 코네스코퍼레이션(10.6%)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한국이 원전 운영과 저장 시스템 실무 역량에서 강력한 기반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해외특허 비율은 34.4%로 미국·러시아 대비 낮아, 기술력 대비 국제 표준 선점이나 수출형 권리 구조는 아직 확대 여지가 크다.

 

러시아 역시 해외특허 비율 96.3%로 매우 높아 국제 원전 프로젝트 수출형 전략이 뚜렷하다. 이는 저장 용기 기술이 단순 국내 안전관리 기술이 아니라 원전 수출 패키지의 핵심 구성요소임을 보여준다.

 

산업적 함의는 명확하다. 차세대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은 원자로 건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용후핵연료, 중·저준위 폐기물, 심층처분, 장기 안전성, 국제 규제 적합성까지 포함한 ‘전주기 원자력 시스템’이 핵심이다. 특히 저장 용기 기술은 안전성·표준화·운송성·장기처분 호환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므로, 향후 글로벌 원전 수출 경쟁에서 사실상 필수 기술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방사성 폐기물 저장 용기 특허 경쟁은 단순한 폐기물 관리가 아니라 ‘원전 운영+해체+수출+국제표준’이 결합된 구조적 패권 경쟁이다. 미국은 글로벌 표준과 시장 지배력, 중국은 내수 확대, 한국은 운영 실증 역량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한국이 원전 강국을 넘어 차세대 원자력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국내 운영 경험을 국제 표준화와 해외 권리화 전략으로 확장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원전 산업의 경쟁력은 전기를 얼마나 생산하느냐를 넘어, 폐기물까지 얼마나 안전하고 전략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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