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특허는 자산이자 부채다... 이제는 ‘한국형 NPE’가 특허자산 유동화를 이끌어야

특허를 쌓는 시대에서 특허를 돈으로 바꾸는 시대로... 파나소닉 IPM이 보여준 특허 수익화의 해법

허재관 (사)연구개발사업화정책연구회장 | 기사입력 2026/06/04 [14:15]

[칼럼] 특허는 자산이자 부채다... 이제는 ‘한국형 NPE’가 특허자산 유동화를 이끌어야

특허를 쌓는 시대에서 특허를 돈으로 바꾸는 시대로... 파나소닉 IPM이 보여준 특허 수익화의 해법

허재관 (사)연구개발사업화정책연구회장 | 입력 : 2026/06/04 [14:15]

▲ 출처=생성형 AI 이미지  © 특허뉴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특허출원 규모 역시 세계 IP 5강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성과인 특허와 기술의 사업화 비율은 매우 낮다. 결국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일자리와 소득 창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경제 활성화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파나소닉 IPM의 특허 유동화 성공사례 확산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창업한 파나소닉그룹은 2025년 3월 말 기준 약 9만5,00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파나소닉 IP 매니지먼트 주식회사(이하 파나소닉 IPM)에 신탁되어 관리·활용·수익화되고 있다.

 

파나소닉 IPM은 특허 수익화 전문가들이 모인 전문 조직이다. 전문성과 신속한 경영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특허 수익화와 특허자산 유동화에 성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파나소닉 IPM의 성공 이후 이를 벤치마킹해 특허관리 부문을 분사하고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일본 대기업 사례도 확산되고 있다.

 

부채(負債)인 특허를 유동화하는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특허는 자산인 동시에 부채다. 연구개발에서 특허 등록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어간 특허를 다시 현금과 수익으로 전환하는 과정, 즉 유동화(流動化)가 절실하다.

 

그러나 특허 유동화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문성과 네트워크, 협상력, 사업화 경험이 요구된다. 이러한 전문가들이 일반 조직 내 순환보직 체계에 묶여 있거나 특허 전문성이 부족한 지원부서의 간섭을 받게 되면 속도가 생명인 특허 유동화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

 

결국 이들을 분리·분사해 독립적인 전문조직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허 유동화와 특허 수익화의 지름길이 된다.

 

특허관리·활용 부문을 분사해 자회사로 만드는 추세

 

파나소닉 IPM은 2014년 파나소닉그룹에서 분사해 자회사로 독립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일본 신탁법 개정과도 맞물려 있다. 일본은 동일 그룹 내 자회사에 대한 특허신탁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특허신탁이란 특허를 전문기관에 맡기고, 수익화가 이루어지면 계약에 따라 그 성과를 배분하는 구조다.

 

특허신탁이 설정되면 특허원부에 관련 사실이 기재되며, 수탁자는 특허소송의 당사자 적격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특허 수익화 활동에 법적 장애가 없고, 원소유자인 모기업은 라이선스를 통해 계속 특허를 사용할 수 있다.

 

특허관리·활용 자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대기업이 파나소닉 IPM과 같은 특허관리 자회사를 두는 이유는 그룹 전체의 특허 수익 극대화에 있다.

 

특허는 활용되거나 유동화되어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면 사실상 부채에 가깝다. 더욱이 특허는 등록 후 20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해 가치가 ‘제로(Zero)’가 된다.

 

특허 수탁자인 자회사는 특허 매각, 라이선스, 특허소송을 통한 화해금 및 손해배상금 확보, 현물출자를 통한 스타트업 지분 취득, 특허풀(Patent Pool) 등록, 특허 담보대출,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 공동연구 투자, 기술창업 등 다양한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즉, 특허자산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모든 활동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특허관리·활용 자회사도 기본적으로는 NPE

 

특허관리·활용 자회사는 해당 특허를 직접 생산·판매 활동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NPE(Non-Practicing Entity)에 속한다.

 

특허는 대표적인 불완전 경제재이자 산업재다. 거래 과정에서 판매자(Seller)와 구매자(Buyer)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크다. 이 같은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특허자산의 유동화를 촉진하는 유효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바로 NPE다.

 

다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공격적 소송 중심의 NPE와, 그룹의 특허 가치를 높이기 위해 운영되는 특허관리·활용 자회사는 목적과 운영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두 조직은 동일한 NPE 범주에 포함되더라도 사회적 역할과 기능 측면에서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형 NPE를 육성하자

 

이제 한국도 특허를 세계 시장에서 유동화해 연구개발 투자비를 조기에 회수하고, 일자리와 소득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국내 제조업을 상대로 권리 남용형 소송을 남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형 NPE’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과 같이 특허신탁에 대한 불필요한 제한을 완화하고, 특허 수익화 전문인력 양성, 특허금융 활성화, 특허거래시장 확대 등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특허를 많이 보유한 나라가 강한 나라가 아니다. 특허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수익화하느냐가 진정한 경쟁력이다. 이제 한국도 ‘특허를 등록하는 국가’에서 ‘특허를 돈으로 만드는 국가’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 허재관 (사)연구개발사업화정책연구회장©특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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