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도 세포마다 달랐다"... UNIST·IBS, 생식세포만의 '생존 전략' 세계 첫 규명세포 예정사 작동 원리, 체세포와 생식세포에서 다르게 작동... 암·유전질환 연구 새 단서 제시
세포가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스스로 죽는 세포 예정사(Apoptosis)는 발생 과정에서 불필요한 세포를 제거하고 손상된 세포를 안전하게 없애는 생명 유지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손가락 사이 조직이 제거되지 않아 손가락이 붙은 채 태어나거나, 손상된 세포가 증식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세포 예정사의 작동 방식이 세포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UNIST 의과학대학원 안톤 가트너 교수 연구팀은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과 공동으로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의 배아 체세포와 성체 생식세포에서 세포 예정사가 작동하는 원리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배아 체세포에서는 죽을 운명인 세포에서만 세포 사멸을 시작하는 신호가 활성화됐다. 반면 생식세포에서는 DNA 손상을 감지해 사멸 신호를 켜는 단계와 실제 죽음을 실행하는 단계가 분리된 '이중 조절(Double Regulation)'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방사선을 이용해 DNA를 손상시키자 세포 사멸을 시작하는 egl-1 유전자는 생식세포 전반에서 활성화됐다. 그러나 실제로 세포가 사멸한 것은 난자로 자라기 전 염색체를 점검하는 후기 파키텐(Late Pachytene) 단계의 일부 생식세포에 국한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이중 조절 시스템이 종의 생존에 필수적인 생식세포를 한꺼번에 잃지 않으면서도 손상이 심한 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생명체의 안전장치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즉, 모든 생식세포가 죽을 준비는 하지만 일정한 발달 단계와 추가 조건을 만족하는 세포만 실제 사멸을 실행함으로써 번식 능력은 유지하면서 손상된 유전정보의 전달은 차단하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생식세포 가운데 일부만 실제 사멸하는 후속 조절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세포 예정사 관련 유전자 4종과 단백질에 형광 표지자를 부착해 생체 내에서 직접 추적하는 방식으로 수행됐다.
예쁜꼬마선충은 몸이 투명하고 전체 체세포가 959개에 불과하며, 발생 과정에서 사멸하는 131개 세포를 포함해 각 세포가 언제 생성되고 언제 죽는지가 모두 규명돼 있어 세포 예정사 연구를 위한 대표적인 모델 생물로 활용된다.
실제 관찰 결과 CED-4, CED-3 등 세포 사멸 조절 단백질의 세포 내 위치가 조직과 발달 단계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도 확인됐다. 이는 세포 예정사가 단순히 유전자 스위치를 켜고 끄는 현상이 아니라 단백질의 위치 변화까지 연계된 정교한 조절 시스템이라는 연구진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공동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의 세포 예정사 주요 유전자들은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에서도 유사한 계열로 보존돼 있는 만큼, 향후 암과 같이 세포 예정사 조절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개발한 형광 관찰 도구는 생체 내에서 세포가 어떤 조건에서 죽고 살아남는지를 규명하는 다양한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셀 데스 앤 디퍼런시에이션(Cell Death & Differentiation)'에 6월 10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은 Endogenous expression and subcellular localization of core apoptosis regulators reveal key differences between embryonic and germline apoptosis in C. elegan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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