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선 걷고, 틈은 뛰어넘고, 숲길선 균형 잡는다"... KAIST, '생각하며 걷는' AI 사족로봇 세계 첫 구현15.5시간 보행 데이터 8분 만에 학습... 시속 22km 험지 질주, 세계 최고 권위 '사이언스 로보틱스' 표지 선정
로봇이 더 이상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는 시대는 끝났다. 계단에서는 걷고, 틈은 뛰어넘고, 숲길에서는 균형을 잡으며 마치 동물처럼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생각하는 사족 보행 로봇'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구현됐다. 재난 구조와 국방, 산업시설 점검 등 극한 환경에서 활약할 차세대 피지컬 AI 로봇 시대를 앞당길 핵심 기술이라는 평가다.
KAIST는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 연구팀이 하나의 AI 제어기만으로 걷기와 달리기, 점프 등 다양한 보행 방식을 실시간으로 선택하고 전환하는 사족 보행 로봇 제어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로봇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7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며 기술적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어떻게 걸을지" 로봇이 스스로 결정한다
사족 보행 로봇은 네 개의 다리를 이용해 이동하기 때문에 바퀴형 로봇보다 험지 주행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실제 야외 환경에서는 계단과 단차, 디딤돌, 틈, 나뭇가지 등 다양한 장애물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 로봇은 환경 변화에 따라 보행 방식을 자연스럽게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PT-RL(Action Pretrained Transformer-based Reinforcement Learning)이라는 새로운 AI 기반 제어기술을 개발했다.
APT-RL은 로봇이 걷기와 달리기, 점프 등 여러 보행 기술을 미리 학습한 뒤 실제 환경에서는 주변 지형과 목표 속도를 스스로 분석해 가장 적합한 보행 전략을 실시간으로 선택하도록 설계된 기술이다.
15시간 학습을 단 8분에... AI가 보행을 익혔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혁신은 학습 방식이다.
기존에는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을 모션캡처로 촬영해 로봇을 학습시켰지만,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15.5시간 분량의 보행 데이터를 단 8분 만에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로봇 동역학 모델과 궤적 최적화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움직임을 학습시켰고, 이후 강화학습을 적용해 계단과 단차, 디딤돌, 틈 등 복잡한 3차원 지형에서도 스스로 최적의 보행 방식을 선택하도록 구현했다.
또한 깊이 카메라와 라이다(LiDAR)를 함께 활용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목표 속도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이동 전략을 결정하도록 했다.
시속 22km 질주... 험지에서도 안정적인 이동
연구팀은 개발한 제어기술을 자체 제작한 사족 보행 로봇 'KAIST 하운드(HOUND)'에 적용해 성능을 검증했다.
실험은 실내 장애물 코스뿐 아니라 KAIST 캠퍼스와 숲길 등 실제 야외 환경에서 진행됐다.
KAIST 하운드는 계단과 잔디, 경사로가 있는 도시 환경은 물론 쓰러진 나무와 노출된 뿌리, 낙엽길 등 비정형 자연 지형에서도 보행 방식을 스스로 바꾸며 안정적으로 이동했다.
특히 장애물이 많은 험지에서는 순간 최고 초속 6m(약 시속 22km)를 기록하며 빠른 이동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실험 결과 로봇은 지형과 이동 속도에 따라 트롯(Trot)과 바운드(Bound) 보행을 스스로 전환했으며, 걷기와 달리기, 점프, 단차 극복 등 다양한 동작을 하나의 AI 제어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데 성공했다.
재난·국방·산업현장까지... 피지컬 AI 로봇 시대 앞당긴다
박해원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족 보행 로봇이 실내뿐 아니라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야외 환경에서도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가장 적합한 보행 전략을 선택할 수 있음을 입증한 성과"라며 "향후 재난 구조, 국방 임무, 산업시설 점검 등 극한 환경에서 활용되는 피지컬 AI 기반 보행 로봇의 핵심 원천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강준길 연구원(연구 당시 국방과학연구소 소속)과 KAIST 기계공학과 박재현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박해원 KAIST 교수와 고려대학교 홍승우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성과는 7월 15일(미국 동부시간)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게재됐으며, 7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논문명은 Agile perceptive multi-skill locomotion for quadrupedal robots in the wil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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