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하늘은 무겁게 가라앉고 대지는 거대한 수마(水魔)의 시험대 위에 오른다. 올해 장마철만큼은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일터와 삶터가 큰 피해 없이 무사하고 안전하게 지나가기를 염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한결같을 것이다. 그러나 재난 예방과 안전 관리라는 국가적 명제 앞에서는 그 어떤 감상이나 막연한 기원도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기도가 재난을 막아주지 않으며, 요행을 바라는 안일함이 무너지는 축대를 붙잡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 앞에서 습관처럼 “이번 장마는 제발 큰 피해 없이 비껴가기를 바란다”라며 하늘만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질문의 궤도를 바꾸어야 한다. 자연의 자비에 기대어 요행히 비껴가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는 닥쳐올 재난에 대항해 철저하게 준비했는가, 그리고 현장의 예방 조치들을 빈틈없이 완벽하게 실행했는가를 스스로에게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안전은 대책 수립이라는 문서의 양에 비례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철저한 실행력만이 거센 빗줄기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방패다.
재난은 언제나 가장 취약한 곳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잔인하게 파고든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의 대처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구태의연한 행정은 이제 완전히 내려놓아야 한다. 재난이 발생한 직후 고위 관료들이 현장을 찾아 복구를 지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장면은 이제 멈춰야 할 잔상이다. 소를 잃어버린 후에 아무리 견고하게 외양간을 고친들, 이미 잃어버린 소와 그로 인해 무너진 농가의 삶은 그 무엇으로도 온전히 보상받을 수 없다. 재난 관리의 패러다임을 사후 복구에서 사전 예방으로, 그것도 단순한 예방 시늉이 아닌 완벽한 실행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옹벽 하나, 배수구 한 곳까지 미리 살피고 정비하는 끈질긴 실행력만이 참사를 막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방재 당국은 행정의 모든 우선순위 테이블 가장 윗자리에 ‘안전’이라는 가치를 단단히 올려놓아야 한다. 예산 편성의 효율성이나 행정적 편의주의 때문에 안전이라는 절대적 가치가 뒤로 밀리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모든 정책적 판단과 현장 감독의 기준점은 언제나 국민의 안전이어야 한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선제적 통제와 철저한 현장 점검만이 기후 위기 시대의 예측 불가능한 폭우로부터 공동체를 지속 가능하게 결속하는 유일한 길이다.
장마는 시작되었고,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충청권의 젖줄인 금강 수위의 변화를 주시하고, 산사태 위험 지역과 도심 지하차도의 안전장치들을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재확인해야 한다.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방심이 거대한 인재(人災)를 부른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수많은 아픔을 통해 뼈저리게 학습했다. 이번 장마가 끝나는 날, 우리는 요행히 무사했음에 안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완벽한 예방과 철저한 실행이 마침내 안전을 지켜냈다는 자부심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방재 당국의 철저한 각성과 완벽한 현장 실행을 다시 한번 엄중히 촉구한다.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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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박사, 장마철, 재난예방, 안전관리, 집중호우, 사전예방, 현장점검, 방재대책, 국 관련기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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