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져도 발전한다"... 국내 연구진, '침수에도 살아남는'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낚시 그물 구조 모사한 분자 네트워크로 수분 취약성 극복... 26% 이상 효율·침수 후 성능 회복 입증
비를 맞으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물에 잠기면 사용할 수 없다는 태양전지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차세대 태양전지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온 수분 안정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면서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과 영농형 태양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한국재료연구원 김소연·임동찬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낚시 그물(Fishing-net) 구조를 모사한 분자 네트워크를 페로브스카이트 계면에 형성해 수분 침투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새로운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나노과학·재료 분야 최상위 국제학술지 'Nano-Micro Letters'에 7월 17일 게재됐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 버금가는 높은 광변환 효율을 가지면서도 제작 비용이 낮아 차세대 태양전지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소재 자체가 수분과 산소에 매우 취약해 비나 습기에 노출되면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문제가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는 외부를 두꺼운 보호막으로 감싸는 봉지(인캡슐레이션) 기술이 주로 사용됐지만, 제조 비용이 증가하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기존 방식과 다른 접근법을 선택했다.
외부를 막는 대신 태양전지 소재 자체를 물에 강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은 금속 이온(Cu²⁺)을 연결고리로 활용하고, 단단한 유기분자 BCP(Bathocuproine)와 유연한 고분자 PEIE(Polyethylenimine ethoxylated)를 결합해 마치 낚시 그물처럼 촘촘한 분자 네트워크를 페로브스카이트 계면에 형성했다.
이 구조는 외부 수분이 내부로 침투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뿐 아니라 태양전지 성능 저하의 주요 원인인 이온 이동도 동시에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팀은 기술의 실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기존 연구와 달리 태양전지를 실제 물속에 반복적으로 담그는 침수 시험을 실시했다.
실험 결과 태양전지는 반복적인 침수 이후에도 성능이 다시 회복되는 우수한 내수성을 보였으며, 별도의 글로브박스(불활성 기체 밀폐장치) 없이 일반 공기 환경에서 제작한 소자에서도 26% 이상의 광변환 효율을 달성했다.
이는 생산 공정을 단순화하면서도 높은 효율과 내수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라는 평가다.
이번 연구는 태양전지를 외부 보호막에 의존하지 않고 소재 자체의 구조 설계를 통해 내구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실리콘 태양전지와 결합한 탠덤 태양전지를 비롯해 건물 외벽과 창호를 활용하는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농업과 발전을 동시에 수행하는 영농형 태양광 등 다양한 차세대 태양광 시스템으로의 적용 가능성도 기대된다.
김소연·임동찬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차별점은 태양전지 소재 자체를 물에 강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대량생산 공정과 실리콘 기반 탠덤 태양전지에 적용해 건물일체형 태양광과 영농형 태양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기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문명은 Air-processed and water-stable perovskite solar cells enabled by a fishing-net-inspired interfacial networ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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