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키우는 신호는 끄고, 면역은 켠다"... 국내 연구진, 암 완전관해 이끈 '항암 나노스위치' 개발

삼중음성 유방암·대장암 동물모델서 종양 완전 소멸... 재발·전이까지 억제하는 차세대 면역항암 플랫폼 제시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7/22 [15:44]

"암 키우는 신호는 끄고, 면역은 켠다"... 국내 연구진, 암 완전관해 이끈 '항암 나노스위치' 개발

삼중음성 유방암·대장암 동물모델서 종양 완전 소멸... 재발·전이까지 억제하는 차세대 면역항암 플랫폼 제시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7/22 [15:44]

▲ Switching TEVs off and on 전략의 작용 기전 / 본 모식도는 EVOTAC을 통해 암을 공격하는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를 선택적으로 유도하는 ‘Switching TEVs Off and On’ 전략의 단계별 작용 기전을 보여준다. (1) 종양 조직에 선택적으로 축적된 EVOTAC이 종양 바이오마커에 의해 활성화된 후, (2) 표적 단백질 분해제가 COX-2를 분해하여 기저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의 생성을 차단하여 초기화 한다 (Switch-Off). 이후 (3) 광역학치료를 통해 항암 면역반응을 촉진하는 면역원성 세포외소포체의 생성을 유도한다 (Switch-On). 결과적으로 면역원성이 억제되어 있던 종양 미세환경을 전환하고 세포독성 T세포와 기억 T세포 활성화를 유도함으로써, 암의 전이와 재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차세대 항암 면역치료 전략이다.(그림 및 설명=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심만규 선임연구원)  © 특허뉴스

 

암세포가 내보내는 신호를 무조건 차단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제는 암을 키우는 신호는 끄고(Switch-Off),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도록 돕는 신호만 다시 켜는(Switch-On) 정밀 항암치료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가 방출하는 세포외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는 세계 최초의 '항암 나노스위치' 기술을 개발했다. 동물실험에서는 치료가 어려운 삼중음성 유방암과 대장암이 완전히 사라졌고, 암의 재발과 전이까지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존 항암면역치료의 한계를 넘어 암세포 자체를 면역치료의 도구로 바꾸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 제시됐다는 평가다.

 

한국연구재단은 심만규 박사(KIST), 양유수 교수(성균관대학교), 김준섭 교수(인천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암세포가 방출하는 핵심 신호물질을 정밀하게 제어하면서 환자의 면역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차세대 항암면역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화학 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7월 9일 온라인 게재됐다.

 

암세포가 방출하는 세포외소포체, 항암치료의 새로운 표적이 되다

 

최근 암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Tumor-derived Extracellular Vesicles, TEVs)다.

 

세포외소포체는 암세포가 주변 조직과 면역세포에 보내는 나노미터 크기의 생체 전달체다.

 

여기에는 단백질과 RNA, DNA, 다양한 생체신호가 담겨 있으며, 암은 이를 이용해 주변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바꾸고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한다.

 

암 성장과 혈관 생성, 전이, 면역 회피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모든 세포외소포체가 암에 나쁜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일부는 오히려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기존 치료는 모두 없앴다... 좋은 신호까지 사라졌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치료법이었다.

 

기존 약물들은 세포외소포체 자체를 모두 제거하거나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암을 키우는 신호뿐 아니라 면역을 활성화하는 유익한 세포외소포체까지 함께 사라져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결국 연구진은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암을 돕는 신호만 없애고, 면역을 살리는 신호만 만들 수는 없을까."

 

'끄고 켠다'... 세계 첫 EVOTAC 나노스위치 개발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witching TEVs Off and On'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나노스위치 치료제 EVOTAC이다.

 

작동 원리는 두 단계다.

 

먼저 암세포 안에서 세포외소포체 생성에 필수적인 핵심 단백질을 표적 분해해 암을 성장시키는 세포외소포체의 생성을 차단한다. 즉, 암이 보내는 나쁜 신호를 먼저 끄는 것이다(Switch-Off).

 

이후 암 조직에 레이저를 조사하면 치료제에 포함된 광감각제가 활성화된다.

 

이 과정에서 광역학 치료가 일어나면서 암세포는 면역을 자극하는 새로운 형태의 세포외소포체를 생성하게 된다.

 

이번에는 면역세포가 암을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만드는 신호만 선택적으로 켜는 것이다(Switch-On).

 

삼중음성 유방암·대장암 완전관해 입증

 

연구팀은 EVOTAC을 치료가 어려운 삼중음성 유방암과 대장암 동물모델에 적용했다.

 

그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종양은 완전히 소멸됐고, 치료 이후에도 강력한 항암 면역반응이 유지됐다.

 

특히 암의 재발과 다른 장기로의 전이도 효과적으로 억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히 암세포를 제거하는 수준을 넘어 면역체계를 재교육해 장기적인 항암 효과를 유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암세포를 면역치료의 도구로 바꾸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암세포가 방출하는 세포외소포체를 더 이상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암세포가 만드는 세포외소포체를 면역 활성화에 활용하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즉, 암이 사용하던 신호전달 시스템을 거꾸로 이용해 면역세포의 공격력을 높이는 새로운 치료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이는 기존 면역항암제와도 병용이 가능해 차세대 항암치료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터리 스위치처럼 암 신호도 제어한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을 '나노스위치'라고 표현한다.

 

배터리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암세포의 신호전달도 선택적으로 제어하기 때문이다.

 

암을 키우는 신호는 차단하고,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만 다시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정밀 치료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 항암제처럼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항암면역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심만규 KIST 선임연구원은 "기존처럼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를 무분별하게 억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형태로 선택적으로 전환시키는 새로운 원천기술"이라며 "기존 항암면역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암세포를 단순히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던 기존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암세포가 만들어내는 신호를 정교하게 재설계해 오히려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암 치료의 미래는 더 강한 항암제를 만드는 경쟁이 아니라, 암세포가 보내는 신호를 얼마나 정밀하게 조절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이번 '항암 나노스위치'는 그 새로운 시대를 여는 핵심 원천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논문명은 Switching tumor-derived extracellular vesicles off and on via targeted proteolysis to shift toward immunogenic phenotypes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항암면역치료, 나노스위치, EVOTAC, 세포외소포체, 삼중음성유방암, 대장암, 한국연구재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