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잉크 한 번 발랐더니 6G가 열린다"... UNIST, 위성통신·방산까지 겨냥한 차세대 RF 스위치 개발잉크처럼 바르는 이차원 반도체로 67GHz 초고주파 구현... 대기전력 '0', 6G·우주통신·레이더 핵심 반도체 원천기술 확보
6세대(6G) 이동통신과 저궤도 위성통신, 첨단 레이더, 방산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반도체를 '잉크처럼 바르는' 방식으로 만드는 시대가 열렸다.
국내 연구진이 액체 상태의 반도체 원료를 기판 위에 직접 코팅하는 용액공정만으로 초고주파 대역에서 작동하는 고성능 RF(고주파) 스위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공정보다 제조가 간단하면서도 전력 소모는 사실상 없고, 6G와 우주통신에 필요한 밀리미터파 대역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성능을 구현했다.
UNIST는 전기전자공학과 김명수 교수 연구팀이 용액공정으로 제작한 이황화몰리브덴(MoS₂) 박막을 이용해 67GHz 대역까지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비휘발성 RF 스위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18일 온라인 게재됐다.
6G 시대의 핵심은 '보이지 않는 스위치'
RF 스위치는 스마트폰과 기지국, 위성통신, 레이더, 자율주행차 통신장비 등에 반드시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다.
고주파 신호를 원하는 회로로 연결하거나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통신 시스템의 속도와 정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소자다.
특히 앞으로 등장할 6G와 우주통신 시스템은 수많은 안테나와 주파수 채널을 동시에 제어해야 한다.
이 때문에 RF 스위치에는 ▲신호 손실이 적고 ▲원하지 않는 신호는 완벽하게 차단하며 ▲전력 소비까지 최소화하는 세 가지 성능이 동시에 요구된다.
67GHz에서도 신호 손실 거의 없다
UNIST 연구팀이 개발한 RF 스위치는 이러한 조건을 모두 만족했다.
병렬형 구조에서 67GHz 기준 삽입손실(Insertion Loss)은 0.1dB 미만, 절연도(Isolation)는 35dB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1초에 670억 번 진동하는 초고주파 신호가 입력됐을 때 약 98%의 신호를 거의 손실 없이 그대로 전달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스위치를 끈 상태에서는 신호 누설을 0.03% 이하로 억제했다.
일반적으로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신호 손실과 누설은 급격히 증가하지만, 이번 기술은 밀리미터파 대역에서도 낮은 손실과 높은 차단 성능을 동시에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RF 스위치의 핵심 성능 지표인 작동 저항(On-resistance)과 차단 정전용량(Off-capacitance)의 곱(RC Product)도 약 0.8펨토초(fs)를 기록해 1펨토초보다 작은 '서브 펨토초급' 성능을 달성했다.
전원 꺼도 상태 유지... 대기전력 '0'
이번 기술의 또 다른 강점은 비휘발성(Non-volatile) 구조다.
스위치를 한 번 켜거나 끄면 별도의 전원을 계속 공급하지 않아도 그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
이는 이황화몰리브덴 박막 사이에서 전압을 가하면 금속 전극의 이온이 이동해 전류 통로를 만들고, 이후 전원이 차단돼도 그 통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즉, 대기 상태에서도 전력을 계속 소비하는 기존 RF 스위치와 달리 대기전력이 사실상 '0'인 차세대 저전력 반도체인 셈이다.
6G 기지국이나 위성, 드론처럼 수많은 RF 스위치가 동시에 동작하는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전체 전력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반도체 잉크'가 만든 새로운 제조 혁신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차별성은 제조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황화몰리브덴을 액체 형태의 잉크처럼 만들어 기판에 직접 도포하는 용액공정(Solution Process)을 적용했다.
기존 이차원 반도체는 고온에서 성장시킨 뒤 다시 기판으로 옮겨 붙이는 복잡한 전사 공정이 필요했다.
반면 용액공정은 반도체 소재를 액체 상태로 제조해 원하는 기판에 그대로 코팅할 수 있어 공정이 훨씬 단순하다.
넓은 면적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어 대량생산 가능성도 높다.
'결함'이 오히려 성능을 높였다
일반적으로 용액공정은 황 원자가 빠지는 결함이 생기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러한 결함이 오히려 RF 스위치 성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황 빈자리(Sulfur Vacancy)가 구리 이온이 이동하는 경로를 안정적으로 형성하면서 반복 동작의 내구성을 크게 향상시킨 것이다.
실제 기계적으로 떼어낸 박막을 사용한 기존 스위치는 약 100회 반복 동작 후 성능이 저하됐지만, 용액공정으로 제작한 스위치는 2,000회 이상 반복 구동 후에도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기존에는 제조 결함으로만 인식됐던 구조를 오히려 성능 향상의 요소로 활용한 새로운 접근이다.
위성 빔도 자유롭게 조종한다
연구팀은 개발한 RF 스위치를 실제 통신 시스템에도 적용했다.
하나의 안테나를 송신기와 수신기에 번갈아 연결하는 RF 회로는 물론, 여러 안테나의 전파 위상을 조절해 원하는 방향으로 신호를 보내는 위상변위기(Phase Shifter)에도 적용해 정상 동작을 확인했다.
위상변위기는 안테나를 물리적으로 움직이지 않고도 전파의 방향을 빠르게 바꿀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저궤도 위성이나 드론, 군사용 레이더처럼 빠르게 이동하는 목표물을 추적하는 시스템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된다.
이번 연구는 용액공정 기반 RF 스위치가 실제 빔 조향(Beam Steering) 시스템에도 적용 가능함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6G·우주통신·방산까지... 차세대 RF 반도체 시대 연다
김명수 UNIST 교수는 "복잡한 전사 공정이 필요 없는 용액공정 기반 이차원 반도체를 이용해 밀리미터파 대역에서도 낮은 신호 손실과 높은 차단 성능을 갖는 RF 스위치를 구현했다"며 "전원을 꺼도 스위치 상태가 유지돼 대기전력이 들지 않는 만큼 6G 이동통신과 위성통신, 레이더, 방산용 전파 제어 시스템을 더욱 소형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RF 스위치를 개발한 것을 넘어, '반도체를 잉크처럼 인쇄하는 시대'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6G와 우주통신 시대에는 얼마나 빠르게 신호를 전달하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적은 전력으로 수많은 안테나를 제어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UNIST 연구진의 이번 성과는 복잡한 반도체 제조 공정을 단순화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주파 성능을 구현한 원천기술로, 차세대 통신·우주·방산 산업의 핵심 플랫폼 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명은 Sub-femtosecond figure-of-Merit millimeter-wave switches via solution-processed MoS2 for 6G radio-frequency front-end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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