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화재, 생산라인에서 잡는다"... KAIST, 머리카락 1만분의 1까지 보는 초정밀 검사기술 개발

테라헤르츠파·광주파수빗 융합으로 전극 미세 불량 실시간 검출... 전기차·전고체 배터리 안전성 높일 핵심 원천기술 확보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7/23 [11:42]

"배터리 화재, 생산라인에서 잡는다"... KAIST, 머리카락 1만분의 1까지 보는 초정밀 검사기술 개발

테라헤르츠파·광주파수빗 융합으로 전극 미세 불량 실시간 검출... 전기차·전고체 배터리 안전성 높일 핵심 원천기술 확보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7/23 [11:42]

▲ 광주파수빗·테라헤르츠 결합 기반 배터리 전극 두께 나노미터 비파괴 측정 기술 개념도 / 그림 왼쪽에는 전극 코팅의 미세한 두께 편차가 국부적 열 축적을 통해 1,000℃ 이상의 열폭주(thermal runaway)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그 아래에는 X-선(느린 속도), 초음파(매질 접촉 필요), 레이저(내부 측정 불가) 등 기존 검사 기술이 넘지 못한 장벽을 도식화하였다. 그림 중앙에는 본 연구의 핵심 원리가 제시되어 있다. 빛의 정밀한 '자(尺)' 역할을 하는 광주파수빗(200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기술)으로 절대 주파수 기준을 마련하고, 표면 산란에 강하고 투과성이 우수한 테라헤르츠파를 전극에 입사시킨다. 전극 내부에서 발생하는 다중 반사가 만드는 파브리-페로(Fabry-Pérot) 간섭 신호의 주파수를 광주파수빗 기준으로 직접 읽어냄으로써, 별도의 보정(calibration) 없이 두께를 측정한다. 그림 오른쪽에는 측정 결과(양극·음극의 반사 스펙트럼)와 안정성 분석이 제시되어 있으며, 연구 결과의 핵심 특징을 요약하였다. 세계 최초의 나노급 초고속 비파괴 검사 기술로, 전기차 배터리의 화재 위험을 차단하고 차세대 배터리 양산 공정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그림 및 설명=KAIST)  © 특허뉴스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원인이 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불량을 생산 단계에서 미리 찾아낼 수 있는 초정밀 검사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KAIST 연구진이 배터리를 분해하거나 손상시키지 않고도 전극 내부의 미세한 두께 차이를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 수준까지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불량을 실시간으로 검출할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로 평가된다.

 

KAIST는 기계공학과 김영진 교수 연구팀이 테라헤르츠파(THz)와 광주파수빗(Optical Frequency Comb) 기술을 결합해 리튬이온배터리 전극의 두께를 비접촉·비파괴 방식으로 나노미터 수준까지 정밀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KAIST 기계공학과 강구선 박사(현 한국생산기술연구원)가 제1저자로, 김영진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6월 10일 게재됐다.

 

배터리 화재의 시작은 '보이지 않는 두께 차이'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전극은 전류가 흐르는 핵심 부품이다.

 

문제는 전극의 두께가 아주 미세하게만 달라도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전류가 특정 부위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열이 계속 축적되면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는 전극 두께를 균일하게 관리하는 것이 안전성과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기존 검사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다

 

배터리 전극을 검사하는 기술은 이미 존재하지만 생산현장에 적용하기에는 여러 제약이 있었다.

 

X선 컴퓨터단층촬영(CT)은 내부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지만 검사 시간이 길어 대량 생산라인에는 적합하지 않다.

 

초음파 기반 음향현미경은 액체를 시료에 접촉시켜야 하는 한계가 있으며, 레이저 변위센서는 빠른 측정이 가능하지만 전극 내부까지 정밀하게 분석하기 어렵다.

 

KAIST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라헤르츠파와 광주파수빗이라는 두 가지 첨단 계측기술을 융합했다.

 

빛과 전파 사이 '테라헤르츠'가 전극 내부를 읽는다

 

연구팀은 먼저 테라헤르츠파를 배터리 전극에 조사했다.

 

테라헤르츠파는 빛과 전파의 중간 영역에 있는 전자기파로 물질 내부를 손상시키지 않고 투과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다.

 

전극 내부에서 여러 차례 반사된 신호를 얻은 뒤, 이를 초정밀 측정 기준인 광주파수빗으로 분석해 전극의 두께를 계산하는 새로운 방식을 구현했다.

 

핵심은 전극 앞면과 뒷면 사이를 여러 번 왕복한 테라헤르츠파가 만드는 파브리-페로(Fabry-Pérot) 간섭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마치 눈금자를 읽어 길이를 재듯 간섭무늬를 정밀 분석해 전극의 두께와 광학적 특성을 동시에 계산하는 원리다.

 

머리카락 1만분의 1까지 구분

 

연구팀은 사람 머리카락과 비슷한 두께인 50~150마이크로미터(㎛)의 배터리 전극을 대상으로 성능을 검증했다.

 

측정 시간은 단 0.2초.

 

이 짧은 시간 동안 음극은 70.1나노미터(nm), 양극은 465.5나노미터 수준의 두께 차이를 측정했다.

 

이는 머리카락 굵기의 약 1,40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더 놀라운 결과는 정밀 측정에서 나타났다.

 

측정 시간을 25.6초로 늘리자 음극은 7.8나노미터, 양극은 25.2나노미터까지 구분할 수 있었다.

 

이는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 수준으로, 기존 시간영역 분석 방식보다 최대 100배 높은 정밀도를 구현한 것이다.

 

눈으로는 전혀 확인할 수 없는 미세한 불량까지 검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생산라인에서도 실시간 검사 가능

 

이번 기술은 단순히 한 지점만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배터리 전극 전체를 3차원(3D)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생산 과정에서 두께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특히 전극이 약 45도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정확한 측정이 가능해 실제로 빠르게 이동하는 생산라인에서도 활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비접촉·비파괴 방식이기 때문에 검사 후에도 배터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산업적 활용성이 높다.

 

전고체 배터리 시대 품질관리 핵심기술 기대

 

이번 연구는 리튬이온배터리뿐 아니라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 생산공정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차세대 배터리로 높은 에너지밀도와 안전성이 장점이지만 제조 정밀도가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생산공정에서 미세 불량을 조기에 발견해 품질을 높이고 안정적인 양산 체계를 구축하는 핵심 검사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 안전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통합 계측 플랫폼"

 

김영진 KAIST 교수는 "이번 기술은 전극의 두께와 소재 특성을 별도의 보정 과정 없이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통합형 계측 플랫폼"이라며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는 물론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의 실시간 품질관리를 위한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측정 정밀도를 높인 것을 넘어 배터리 화재를 생산 단계에서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까지 찾아내는 초정밀 검사기술은 배터리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명은 Nanometre-precision terahertz interferometry for battery electrode metrolog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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