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디자인도 움직인다"... EU, 20년 만에 디자인법 전면 개편애니메이션·동영상도 디자인 보호... 3D 프린팅·가상공간 시대 맞춰 EU 디자인제도 대수술
유럽연합(EU)이 20여 년 만에 디자인 보호제도를 전면 개편하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 권리체계를 구축했다. 앞으로는 정적인 도면뿐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동영상, 컴퓨터 이미지 등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 표현이 가능해지고, 3D 프린팅과 가상공간에서 활용되는 디지털 디자인까지 보다 폭넓게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글로벌 디자인 경쟁이 현실 공간에서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유럽이 디자인 제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연합 지식재산기구(EUIPO)는 지난 7월 1일 '유럽연합 디자인 위임규정(EUDDR)'과 '유럽연합 디자인 시행규정(EUDIR)'이 발효됨에 따라 개정 EU 디자인 법률체계(EU Design Reform Package)가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정은 2025년 5월부터 시행된 1단계 개혁에 이어 디자인 출원과 등록, 심사, 무효심판 등 실무 절차를 구체화하는 2단계 개혁을 완성한 것이다.
EU 디자인 제도는 2002년 도입 이후 약 20년 동안 큰 틀의 변화 없이 운영돼 왔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3D 프린팅,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환경이 확산되면서 기존 제도로는 새로운 디자인 형태를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회원국 간 절차 차이와 복잡한 수수료 체계도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권리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EU는 디자인 보호제도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현대화하고 권리 취득과 관리 절차를 보다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대규모 개혁을 추진했다.
이번 개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디자인 표현 방식의 현대화다. 새 시행규정(EUDIR)은 기존의 정적인 도면이나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 애니메이션, 컴퓨터 생성 이미지 등을 디자인 표현 방식으로 인정했다. 또한 보호를 청구하지 않는 부분은 점선 등 '비보호 표시(Visual Disclaimer)'를 활용해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해 디자인 권리범위를 보다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출원 절차도 보다 명확해졌다. 출원서에는 출원인과 대리인 정보, 출원 언어 등 필수 기재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됐으며, 디자인 설명의 작성 범위와 요건도 세분화됐다. 이를 통해 출원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형식적 오류를 줄이고 심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등록디자인의 무효심판 절차도 강화됐다. 위임규정(EUDDR)은 무효심판 청구 요건과 증거 제출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미 포기되거나 소멸한 디자인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청구인이 정당한 이해관계를 입증하도록 했다. 아울러 항소 절차와 구술심리, 증거조사, EUIPO의 통지 방식 등도 체계적으로 정비해 절차적 투명성을 높였다.
이번 개혁은 단순한 행정절차 개선을 넘어 디지털 환경에서의 디자인 보호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움직이는 이미지와 가상환경 속 디자인까지 권리 보호 범위를 확대하면서 향후 AI 생성 콘텐츠, 메타버스, 디지털 제품, 3D 프린팅 산업에서 디자인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도 유럽 시장에서 디자인권을 확보하거나 제품을 출시할 경우 새롭게 바뀐 출원 방식과 권리범위, 무효심판 제도를 충분히 검토해 글로벌 디자인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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