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성장 스위치 드디어 찾았다"... KAIST, 세포 성장 신호 켜는 '분자 스위치' 세계 최초 규명

영양 신호가 암 성장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연결고리 밝혀... 차세대 표적항암제 개발 새 길 열어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7/26 [12:17]

"암세포 성장 스위치 드디어 찾았다"... KAIST, 세포 성장 신호 켜는 '분자 스위치' 세계 최초 규명

영양 신호가 암 성장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연결고리 밝혀... 차세대 표적항암제 개발 새 길 열어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7/26 [12:17]

▲ 연구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제공=KAIST)  © 특허뉴스

 

암세포는 왜 멈추지 않고 계속 증식할까. 그 해답은 세포 안에서 성장 신호를 켜는 '스위치'에 있다.

 

국내 연구진이 세포가 영양분을 감지해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핵심 분자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특히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을 유도하는 성장 신호가 언제, 어떻게 켜지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면서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했다. 이번 성과는 암세포의 성장 신호를 시작 단계에서 차단하는 차세대 정밀 항암제 개발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화학과 박희성·강진영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학교 김성훈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세포가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핵심 원리를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6월 11일 온라인 게재됐다.

 

세포에도 '성장 스위치'가 존재한다

 

우리 몸의 세포는 주변 환경을 끊임없이 감시한다. 특히 단백질을 만드는 재료인 아미노산이 충분한지 확인한 뒤 성장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mTORC1(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Complex 1)이다. mTORC1은 세포 성장과 단백질 합성,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 복합체로, 영양이 충분하면 성장 신호를 켜고 부족하면 이를 억제한다.

 

문제는 이 스위치가 과도하게 활성화될 경우다.

 

세포는 필요 이상으로 증식하기 시작하고, 실제로 다양한 암에서 mTORC1의 비정상적인 활성화가 관찰된다. 이 때문에 mTORC1은 오랫동안 항암제 개발의 핵심 표적으로 연구돼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세포가 영양 상태를 어떻게 감지해 mTORC1을 활성화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단백질 공장이 아니라 '성장 관제센터'였다

 

연구팀은 세포 안에서 단백질 합성을 담당하는 MSC(Multi-tRNA Synthetase Complex)에 주목했다. MSC는 여러 단백질 합성 효소들이 모여 있는 거대한 단백질 복합체다.

 

기존에는 단순히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구팀은 MSC가 세포 성장 신호를 조절하는 핵심 허브라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특히 MSC 내부에 존재하는 LARS1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스위치를 켜는 '신호 전달 요원' 발견

 

LARS1은 류신(Leucine)이라는 아미노산을 인식하는 효소다.

연구팀은 세포에 영양분이 충분해지면 LARS1이 인산화(phosphorylation)라는 변화를 겪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산화는 단백질에 작은 화학 표지가 붙어 기능이 바뀌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를 마치 '출동 명령'에 비유했다.

평상시 LARS1은 MSC 안에서 IARS1과 결합한 채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영양분이 충분해지면 인산화가 일어나고, LARS1은 IARS1과 분리돼 MSC 밖으로 이동한다.

이후 세포의 성장 스위치인 mTORC1을 활성화한다.

 

즉, 영양분이 부족할 때는 성장 스위치가 꺼져 있고, 영양이 충분해지는 순간 LARS1이 이를 켜는 신호 전달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원자 수준 확인

 

연구팀은 이 과정을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으로 직접 확인했다. Cryo-EM은 단백질을 극저온 상태로 얼린 뒤 원자 수준에 가까운 정밀도로 구조를 분석하는 첨단 장비다.

 

분석 결과 평상시에는 LARS1과 IARS1이 매우 단단히 결합해 있었지만, LARS1이 인산화되면 두 단백질의 결합력이 약해지고 LARS1이 MSC에서 분리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후 LARS1이 mTORC1을 활성화하는 과정도 함께 확인됐다.

 

'분자 스위치'의 존재 직접 입증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LARS1이 항상 인산화된 상태와 유사하도록 만든 변이 단백질을 제작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mTORC1 활성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LARS1의 인산화 자체가 영양 신호를 성장 신호로 바꾸는 핵심 분자 스위치라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결과다.

 

기존 항암제의 한계 넘을 새로운 표적

 

현재 사용되는 일부 항암제는 mTORC1 자체를 직접 억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mTORC1은 정상 세포에서도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를 직접 차단하면 정상 조직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성장 신호가 시작되는 '앞단'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향후 LARS1을 인산화시키는 효소와 조절 메커니즘까지 규명된다면 mTORC1 자체를 억제하지 않고도 암세포의 성장 신호만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차세대 항암제가 개발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난치성 암 치료 패러다임 바꿀 플랫폼 기대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단백질 기능을 발견한 것이 아니다.

 

세포가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여부를 결정하는 전체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연결해 설명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MSC가 단순한 단백질 합성 복합체가 아니라 성장 신호를 제어하는 핵심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향후 다양한 대사질환과 암 치료 연구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암 성장 신호 시작점을 겨냥하는 치료 전략 될 것"

 

강진영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영양 신호가 세포 성장 신호로 전환되는 과정을 구조적으로 확인했다"며 "암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성장 신호를 보다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희성 KAIST 교수는 "세포가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라며 "MSC를 통해 성장 신호를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스위치를 밝혀냄으로써 차세대 항암제 개발의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기존 치료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암세포가 성장 신호를 켜는 최초의 순간을 차단하는 새로운 항암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포의 영양 감지 시스템과 성장 신호를 연결하는 핵심 스위치를 찾아냄으로써, 정상 세포의 부작용은 줄이고 암세포만 보다 정밀하게 제어하는 차세대 표적항암제 개발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AIST 화학과 김유진 박사가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논문명은 Cryo-EM structure of the LARS1:IARS1 complex reveals a nutrient-response switch controlling mTORC1 signal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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