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사람을 말리는 스위치 껐다"... KAIST, 생존율 90% 끌어올린 RNA 치료기술 개발뇌 속 GFRAL 신호 차단해 암 악액질 근본 원인 억제... 2030년 임상 목표, 차세대 항암 보조치료 기대
암 환자의 몸을 급격히 쇠약하게 만들어 치료를 어렵게 하는 '암 악액질(Cancer-associated Cachexia)'의 근본 원인을 차단하는 새로운 RNA 치료 전략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KAIST 연구팀은 암세포가 보내는 '몸을 말라가게 하는 신호'를 뇌에서 원천 차단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미 악액질이 진행된 상태에서도 실험동물의 생존율을 20%에서 90%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KAIST는 의과학대학원 송민호 교수와 김진국 교수 공동연구팀, 교원창업기업인 ㈜토르 테라퓨틱스가 공동연구를 통해 뇌에서 식욕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핵심 수용체인 GFRAL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RNA 치료 원리를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암 악액질은 전체 암 환자의 50~80%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암세포가 대사 시스템을 교란하면서 충분히 음식을 섭취해도 체중과 근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심한 쇠약 증상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항암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많아 생존율을 낮추는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현재 치료법은 식욕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키는 수준에 머물러 근육 손실과 대사 이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악액질의 핵심 원인이 근육이 아닌 뇌의 신호 전달 체계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암세포가 분비하는 GDF15가 뇌간의 GFRAL과 결합하면 몸에 저장된 근육과 지방을 소비하도록 하는 신호가 전달돼 신체가 지속적으로 쇠약해진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기반 RNA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 치료제는 RNA 단계에서 GFRAL 생성 자체를 억제해 암세포가 보내는 악액질 신호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몸을 말라가게 만드는 '스위치'를 꺼버리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다.
실험 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이미 암 악액질이 상당히 진행된 실험쥐에 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근육과 지방 손실이 크게 감소했고 무너졌던 대사 기능도 회복됐다. 특히 연구 종료 시점인 약 50일 후 생존율은 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이 20%에 머문 반면, GFRAL ASO 치료군은 90%를 기록해 기존 치료법과 차별화된 치료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식욕을 높이는 기존 접근법을 넘어 악액질을 유발하는 신호 전달 체계를 RNA 수준에서 직접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기존 항암치료와 병행할 경우 암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은 물론 치료 효과와 생존율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차세대 항암 보조치료 전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기대된다.
연구팀은 기술의 사업화도 본격 추진한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교원창업기업 토르 테라퓨틱스는 후속 비임상 연구와 약물 생산·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해 2030년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개발에 착수한다는 목표다.
송민호 교수는 "기존 치료제가 식욕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연구는 뇌간의 핵심 수용체를 RNA 수준에서 직접 표적해 암 악액질의 근본 원인을 억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후속 비임상과 임상개발을 통해 암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치료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의과학대학원 홍현정 박사와 토르 테라퓨틱스 이민희 박사, 의과학대학원 박민성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Cell Reports Medicine'에 7월 27일 게재됐다.
논문명은 Therapeutic Gfral silencing via antisense oligonucleotides ameliorates cancer-associated cachexia and extends survival in tumor-bearing mice이다. <저작권자 ⓒ 특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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