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식이조절만으로... “수면장애 해결 가능성 열렸다”

UNIST 임정훈 교수팀, 수면 유도 아미노산, ‘트레오닌’ 발견

특허뉴스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19/07/28 [17:35]

[사이언스] 식이조절만으로... “수면장애 해결 가능성 열렸다”

UNIST 임정훈 교수팀, 수면 유도 아미노산, ‘트레오닌’ 발견

특허뉴스 염현철 기자 | 입력 : 2019/07/28 [17:35]

 

아미노산 식이조절로 수면장애를 치료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UNIST 생명과학부 임정훈 교수팀은 동물성 단백질에 많이 포함돼 있는 필수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인 트레오닌(threonine)’의 섭취가 수면을 유도하는 현상과 그 신경생물학적 작용 원리를 밝혀냈다.

 

잠은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동물에게 필수적인 생리현상으로 여러 가지 신체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음식을 먹은 뒤 졸음이 오는 식곤증이나, 배가 고프면 잠이 잘 오지 않는 현상 등이 좋은 예이다.

 

▲ 필수 아미노산 트레오닌 섭취에 따른 수면촉진 효과(A) 20가지 아미노산을 각각 섭취한 초파리에서 하루 수면시간(sleep amount)과 깨어있는 상태에서 잠들 때까지 걸린 시간(sleep latency)을 나타내는 그래프이다. 시스테인(Cys)의 경우 독성으로 인해 초파리의 활동성이 감소하였으며, 이를 제외한 19가지 아미노산 중 트레오닌에 의한 수면촉진 효과가 가장 크다. (B) 초파리의 수면 시간을 24시간 기준으로 나타낸 그래프이다. 트레오닌을 섭취한 초파리는 빛의 유무에 상관없이 수면 시간이 증가한다. L, 빛을 쬐어준 구간 (light); D, 빛을 쬐어주지 않은 구간 (dark).     © 특허뉴스

 

임 교수팀은 형질전환 초파리의 수면 행동을 이용해 특정한 음식물의 섭취에 의한 수면 조절의 가능성을 검증했다. 이를 위해 20가지 아미노산을 각각 섭취한 초파리의 수면 변화를 분석해, ‘트레오닌이 수면을 유도하는 특이적인 아미노산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트레오닌을 섭취한 초파리는 깨어있는 상태에서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았고, 트레오닌을 섭취하지 않은 초파리에 비해 오랫동안 수면을 유지한 것이다.

 

▲ 초파리 뇌에서 항상성 수면을 촉진하는 핵심 뇌 부위의 대사성 가바 신호를 측정하는 실시간 뇌 이미지 영상촬영법(왼쪽) 형질전환 초파리의 뇌를 촬영한 사진이다. 형광색으로 빛나는 부분은 뇌 신경세포에서 대사성 가바의 신호전달을 측정할 수 있는 단백질이 발현된 모습이다. (오른쪽) 신경세포 내 대사성 가바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인 cAMP의 양 변화를 형광표지 단백질의 신호로 변환해 측정할 수 있는 실험 원리를 보여준다. YFP(Yellow flourenscent protein, 노란색 형광 표지자) 대비 CFP (cyan fluorescent protein, 파란색 형광 표지자)의 비율이 높을수록, cAMP의 양이 늘어나고 가바 신호전달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 특허뉴스

 

이런 현상은 트레오닌이 뇌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내용도 이번 연구로 밝혀졌다. 트레오닌을 많이 섭취하면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가바 (Gamma-AminoButyric Acid)’의 양이 줄고, 수면을 촉진하는 핵심 뇌 부위의 대사성 가바 수용기(metabotropic GABA receptor)를 통한 신호가 약해진다. 그 결과 빨리 잠들고 오래 자게 되는 것이다.

 

▲ 트레오닌 섭취를 통한 수면촉진과 기억장애 개선초파리의 단기 기억력을 측정하는 실험법. 초파리는 빛을 향해 움직이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나, 초파리가 싫어하는 냄새와 함께 빛 자극을 반복적으로 주게 되면 이를 학습하고 기억하여 빛을 따라 이동하지 않게 된다     © 특허뉴스
▲ 트레오닌 섭취를 통한 수면촉진과 기억장애 개선 정상 초파리(control)의 경우 트레오닌 섭취가 기억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막대 그래프의 높이가 크게 달라지지 않음) 그러나 기억장애가 있는 초파리(dumb2)에게 트레오닌을 먹여 수면의 양을 늘리게 되면 기억력이 향상된다.(막대 그래프가 크게 변함) 또 카페인을 함께 먹여 수면을 억제하면 트레오닌에 의한 기억력 향상이 나타나지 않게 된다.(가장 오른쪽 막대 그래프는 변화가 없음)     © 특허뉴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기윤희
UNIST 생명과학부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잠을 자면 기억력이 좋아지는데, 기억장애를 가지고 있는 돌연변이 초파리에게 트레오닌을 먹여 수면 시간을 늘려주었을 때 기억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라고 밝혔다. 트레오닌 섭취에 의한 수면이 단순히 동물을 기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생리학적인 수면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 아미노산 대사 경로의 효소 작용과 대사 산물에 의한 수면조절 모델(왼쪽) 배가 고프면 뇌에서 아미노산 세린을 합성하는 효소의 양이 증가해 많은 양의 세린이 축적된다. 이러한 생화학적 신호는 아세틸콜린을 통한 신경 신호전달을 통해 수면을 억제한다. (선행연구)(오른쪽) 아미노산 트레오닌을 섭취하거나 신경세포 내 트레오닌 분해 효소의 작용을 저해하면 뇌 속의 트레오닌이 축적된다. 이 경우 가바(GABA)에 의한 수면촉진 세포의 기능 억제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수면을 촉진한다.     © 특허뉴스

 

임 교수팀은 다른 한 편으로 신경세포에서 트레오닌을 분해하는 효소의 생성이 억제된 형질전환 초파리를 제작했다. 이러한 초파리는 트레오닌을 음식물로 섭취하지 않아도 뇌 속 트레오닌의 양이 증가하는데, 이때에도 수면촉진 효과가 확인됐다. 뇌 속에 트레오닌이 많아지면 수면이 촉진된다는 것이 이중으로 검증된 것이다.

 

이에 앞서 임 교수팀은 KAIST 생명과학과 최준호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세린(serine)이라는 아미노산의 수면 억제 현상을 규명해 2018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바 있다. 배가 고플 경우 뇌에서 아미노산 세린의 합성이 증가하며, 이에 따라 아세틸콜린을 통한 신경 신호전달 경로가 활성화되어 수면을 억제한다는 걸 밝힌 것이다.

 

 

▲     © 특허뉴스


임정훈 교수는
수면의 새로운 조절 인자로서 뇌 신경세포 내 아미노산 대사 작용의 중요성을 밝힌 연구라며 중추신경에 인위적으로 작용해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수면장애 치료제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의 수면장애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과학·의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이라이프(eLife)’ 717일자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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