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배터리·수소 기술 판 바꿀 ‘에너지 반응의 숨은 경계’ 첫 해독... 충전·생산 효율 좌우한 분자 질서 풀었다

KAIST·POSTECH·UNIST 공동연구... 전기 이중층 ‘낙타→종’ 전환의 분자 구조 비밀 규명
배터리·수소·탄소중립 기술 정밀 설계 시대 열어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5/03 [18:07]

KAIST, 배터리·수소 기술 판 바꿀 ‘에너지 반응의 숨은 경계’ 첫 해독... 충전·생산 효율 좌우한 분자 질서 풀었다

KAIST·POSTECH·UNIST 공동연구... 전기 이중층 ‘낙타→종’ 전환의 분자 구조 비밀 규명
배터리·수소·탄소중립 기술 정밀 설계 시대 열어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5/03 [18:07]

▲ 전기 이중층 구조 변화로 나타나는 ‘낙타형→종형’ 곡선 전이 / 전해질 농도가 낮을 때는 물 분자의 재배열로 인해 두 개의 봉우리를 가진 ‘낙타형’ 곡선이 나타나고, 농도가 높아지면 음이온이 전극 표면에 응축되면서 하나의 봉우리인 ‘종형’ 곡선으로 바뀐다. 가운데 상도표는 이러한 구조 변화가 전극 전위와 농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그림 및 설명=KAIST)  © 특허뉴스

 

핸드폰 충전 속도부터 수소 생산 효율, 나아가 탄소중립 기술의 성능까지 좌우하는 전기화학 반응의 ‘보이지 않는 핵심 공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분자 수준에서 해독됐다. KAIST·POSTECH·UNIST 공동 연구진이 전극과 전해질이 맞닿는 초미세 경계면인 ‘전기 이중층’ 내부에서 구조가 어떻게 재배열되고 변화하는지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면서, 차세대 에너지 기술의 효율을 근본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제시했다.

 

KAIST 화학과 김형준 교수 연구팀은 POSTECH 최창혁 교수, UNIST 신승재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전기 이중층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상전이의 실체를 밝혀냈다. 특히 전해질 농도가 변할 때 전기 저장 능력을 나타내는 전기용량 곡선이 기존의 ‘낙타형’(두 개 봉우리)에서 ‘종형’(하나의 봉우리)으로 바뀌는 난제를 분자 차원에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기화학 반응은 배터리 충전, 연료전지, 수전해 수소 생산 등 거의 모든 에너지 변환 기술의 핵심이지만, 실제 반응이 일어나는 전기 이중층 내부에서는 분자와 이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직접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수십 년간 전기용량 곡선 변화는 관측되면서도,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지는 명확히 설명되지 못했다.

 

이번 연구에서 공동 연구진은 정밀 원자 시뮬레이션과 실시간 분광 실험을 결합해 그 비밀을 풀었다. 음극에서는 물 분자들이 특정 전압에서 일제히 방향을 맞춰 재배열됐고, 양극에서는 음이온이 표면에 밀집해 2차원 응축 구조를 형성했다. 각각의 변화가 전기용량 곡선의 두 봉우리를 만들며, 전해질 농도가 높아질수록 이 두 구조 변화가 하나로 합쳐져 곡선이 ‘낙타형’에서 ‘종형’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물 분자의 정렬과 이온의 응축이라는 두 개의 독립된 구조 변화가 전기화학 반응 효율을 좌우했고, 농도 변화가 이 둘의 관계를 바꾸면서 에너지 저장 및 변환 성능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 전극 전위와 전해질 농도에 따라 전기 이중층 구조가 어떤 상태로 변화하는지를 정리한 세계 최초의 ‘상도표’를 제시했다. 이는 특정 조건에서 어떤 반응 환경이 형성되는지를 한눈에 예측할 수 있는 지도로, 향후 배터리 고속충전, 고효율 수소 생산, 전기화학적 탄소 저감 시스템 설계에 핵심 기준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성과는 단순한 기초과학 발견을 넘어, 원하는 반응만 선택적으로 유도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맞춤형 전기화학 설계’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배터리에서는 충전 속도 향상과 수명 개선, 수전해 시스템에서는 수소 생산 효율 극대화, 탄소중립 분야에서는 이산화탄소 전환 반응 최적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직접 이해하기 어려웠던 전기화학 반응 환경의 구조적 원리를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전기 이중층의 상전이를 정밀 제어할 수 있다면 미래 에너지 기술의 효율과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AIST 화학과 김민호 박사과정 학생과 POSTECH 화학과 김동현, 조준식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일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되며 학문적 완성도도 인정받았다. 국내 연구진이 전기화학의 가장 근본적인 미해결 문제 중 하나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한국이 배터리·수소·탄소중립 기술 경쟁의 ‘원천 설계’ 단계에서도 세계적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을 보여준 성과로 평가된다.

 

논문명은 Electric double layer structure in concentrated aqueous solu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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