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스틴 하세요!” 비단결 같은 머릿결을 자랑하며 여배우가 이렇게 말하는 국내 모기업의 샴푸 광고는 그야말로 히트였다. 이 샴푸의 이름인 엘라스틴은 탄력을 뜻하는 ‘엘라스틱(elastic)’과 모발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 ‘시스틴(Cystine)'을 합친 말이다. 그런데, 진짜 탄력을 좌우하는 단백질의 이름도 ’엘라스틴‘인 것을 알고 있는가? 우리 몸의 동맥 내벽이나 연골, 피부 등 유연함과 탄성이 필요한 곳에서 활약하는 엘라스틴 단백질을 이제 눈으로 뚜렷이 볼 수 있게 됐다.
피부 속 엘라스틴의 양은 피부의 나이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다. 피부 속 엘라스틴의 양이 부족하면 주름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엘라스틴은 피하 조직에 위치해 파장이 짧은 빛으로는 피부 투과에 한계가 있어 형광 염색으로도 관찰이 어렵다. 염색을 한다 해도 어디에나 잘 들러붙는 형광 물질의 일반적인 특성상 주변 조직에도 붙어 피부 속 엘라스틴만의 영상을 뚜렷하게 얻기는 어려웠다. IBS(기초과학연구원)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장영태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엘라스틴에만 달라붙는 형광물질 엘라니르(ElaNIR)를 개발해 기존의 한계를 극복했다. 바로 피부 속 엘라스틴의 양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가시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살아있는 피부 조직에서의 양 측정 뿐만 아니라 엘라스틴의 분포도를 3차원 영상으로도 촬영할 수 있어 피부의 난이를 그야말로 ‘볼’ 수 있게 됐다. IBS 연구진은 엘라스틴 깊이까지 도달하는 긴 파장의 근적외선 (700-900nm) 영역에서 형광을 내는 물질 중, 엘라스틴에만 결합하는 형광물질을 찾기로 했다. 근적외선 영역에서 형광을 내는 분자들을 양쪽성 이온(zwitter ion)의 형태로 만들어 무분별한 접착성을 줄인 여러 후보 물질들을 만든 후, 엘라스틴을 관찰하기 좋은 토끼 동맥 단면에 이들 물질을 도포하는 방식으로 형광물질을 선별했다. 선별 결과, 근적외선 영역에서 형광을 내면서 엘라스틴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엘라니르(ElaNIR) 분자를 찾는 데 성공했다. 엘라니르는 주변 조직에는 결합하지 않고 엘라스틴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최상의 이미징 대비를 얻을 수 있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 추출한 조직이 아닌, 살아있는 피부에 엘라니르를 적용해 피부 탄력도를 측정했다. 살아있는 생쥐의 정맥에 엘라니르를 주사하면, 엘라니르는 혈관을 거쳐 몸 전체의 엘라스틴을 찾아 결합, 조직의 탄성 상태를 선명하게 나타냈다. 젊은 생쥐(생후 1개월)와 늙은 생쥐(생후 10개월)에게 각각 엘라니르를 주사한 후 형광을 띠는 엘라스틴의 양을 비교한 결과, 젊은 생쥐에 비해 늙은 생쥐의 피부 조직 속 엘라스틴의 양이 현저히 적게 줄어들어 있음을 확인됐다.
엘라니르를 활용하면 단순한 형광 이미징 뿐만 아니라 엘라스틴의 분포를 고해상도의 3차원 영상으로도 촬영할 수 있다. 엘라니르에 빛을 비추면 엘라니르가 흡수한 빛 에너지의 일부가 열로 발산되면서 초음파가 발생하는데, 연구진은 이 초음파를 검출하여 영상으로 만드는 광음향 분광법을 이용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살아있는 생쥐의 피하 조직에 위치한 엘라스틴의 분포 구조를 3차원 영상으로 얻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엘라니르는 피부의 노화를 측정해 피부 개선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맥 내벽이나 귀의 연골 등 탄력성이 중요한 조직의 구조 영상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영태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부연구단장은 “이번 결과는 살아있는 생체의 피부 탄력을 시각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최초의 형광 물질을 개발한 것으로, 조직 샘플을 채취하지 않고도 고통 없이 엘라스틴 측정이 가능한 것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Cell 자매지인 화학(Chem)지에 미국 동부시간으로 3월 29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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