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자기장 아닌 '빛'으로... 자화 방향 초고속으로 제어

‘자기이방성’ 제어로 '고효율 자성 소자'에 더 다가가… Nano Letters 게재

특허뉴스 선우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2/18 [13:32]

[사이언스] 자기장 아닌 '빛'으로... 자화 방향 초고속으로 제어

‘자기이방성’ 제어로 '고효율 자성 소자'에 더 다가가… Nano Letters 게재

특허뉴스 선우정 기자 | 입력 : 2020/02/18 [13:32]

  

▲ 박노정 교수(좌측)와 김범섭 연구원(우측)  © 특허뉴스

 

자석이 갖는 물리적 특징을 이용한 컴퓨터 기억장치인 자성 메모리(MRAM)’는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고(비휘발성), 처리 속도도 빨라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는다. 이 장치의 효율을 더 높이는 데 실마리가 될 연구결과가 나왔다.

 

UNIST 자연과학부의 박노정 교수팀은 인천대 김정우 교수팀, KIST 김경환 선임연구원과 공동으로 수억 분의 일 미터(m)의 얇은 두께를 갖는 자성체의 자기이방성’(Magnetic Anisotropy)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방법을 제시했다.

 

자기이방성은 자성체 결정(結晶)의 축 방향에 따라 자성을 띠는 정도가 달라지는 성질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성질을 -오프 스위치(on-off switch)’처럼 사용해 에너지를 소모를 줄이면서 정보를 더 빨리 안정하게 저장할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물질의 자성은 스핀(Spin)’이라는 전자 회전운동에서 비롯된다. 스핀은 N-S극을 갖는 아주 작은 자석 알갱이, 자기장을 가해 그 방향을 정렬할 수 있다. 이때 물질이 자성을 띠며 이를 자화(磁化)’라 한다. 자성 메모리는 바로 이 자화 방향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고 읽는다. 하지만 자기장으로 자화를 조절하면 전력 소모가 많고 발열이 생겨 메모리 소자의 집적도를 높이기는 어렵다.

 

▲ 이차원 자성 물질인 CrI₃의 자성 방향을 조절하는 방법을 표현한 모식도  © 특허뉴스

 

이번 연구에서는 자기장이 아닌 빛과 전기장을 이용해 자화 방향을 조절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이차원 물질인 요오드화크롬(CrI)에 빛과 전기장을 가하면 이 물질의 자기이방성 크기를 제어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자성체는 자기이방성 크기에 따라 자화 방향이 달라지므로 자기장 없이도 자화 조절이 가능하다. 이 경우 에너지 소모는 줄이면서 정보를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자성체의 자기이방성이 크면 스핀이 한쪽으로 정렬되는 성질이 강하다. 그 덕분에 입력된 정보가 안정적으로 저장되지만, 새 정보를 입력할 때 들어가는 에너지 소모는 크다. 이런 딜레마는 자가이방성을 조절해 극복할 수 있다. 정보를 입력할 때는 자가이방성 크기를 낮추고, 정보를 보관할 때는 자가이방성 크기를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조절하면 적은 에너지로 더 빠르게 효과적인 정보의 입력과 저장이 가능해진다. 연구팀은 이론계산을 통해 빛과 전기장을 이용해 원자 수준으로 얇은 자성체의 자기이방성을 아예 없애거나 5배까지 키울 수 있음을 밝혔다.

 

또 요오드화크롬의 자기이방성을 조절해 수직 방향으로 자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강화할 수도 있었다. 수직 자화가 수평 자화보다 정보저장밀도가 높고 스핀 방향을 바꾸는 에너지 소모가 적으므로, 이번 발견은 향후 자성 메모리 개발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박노정 교수는 빛과 같은 외부 자극이 있는 상태에서 스핀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는 시간의존적 범밀도함수이론을 활용했다이번 연구결과는 고효율 자성 소자구현에 필수적으로 여겨졌던 자기이방성을 빛과 전기장으로 매우 빠르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였다고 연구의미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212일자로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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