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규 변리사의 특허 칼럼②] 양적성장에 대한 강박을 벗어나야

장진규 변리사 | 기사입력 2020/08/19 [18:48]

[장진규 변리사의 특허 칼럼②] 양적성장에 대한 강박을 벗어나야

장진규 변리사 | 입력 : 2020/08/19 [18:48]

 

 

정권이나 부처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고민에 빠지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야 하는데, 국제무대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한 상황에서 신선한 아이템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스마트한 인재들로 평가받는 공무원이 고민해서 내놓아도 기존 정책의 재탕이다라거나 고민없는 정책의 반복이라는 평을 듣기 일쑤다.

 

또한 조직과 개인을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KPI)는 어떤가. 경제규모 O% 성장, 특허출원 및 등록 O건 증가와 같이 양적지표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부문을 불문하고 유용하게 활용된다. 양적지표는 누가 보기에도 공정해 보일 뿐 아니라 측정하기에 너무나 편리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임원급 관리자나 고위공직자들로서는 70~9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세대다. 예산을 비롯한 자원을 투입하기만 하면 대규모 양적성과를 보인 고도성장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을 법하다.

 

지금은 어떠한가. 코로나19가 없었더라도 202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 이하일 것으로 다수의 기관이 예측했을 정도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사회와 시스템은 고도화를 넘어 각종 규정과 정책들이 얽히고설킨 수준이다. 분야별로는 새로운 대박 아이템을 추진해서 큰 양적 성과가 얻어지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국가전체로 보아서는 현상유지 내지 약간의 증가선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진정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정책입안자들 스스로 새로움과 단기적 양적성장에 대한 강박을 벗어나는 것이 첫 번째다. OECD(2014)도 한국의 산업 및 기술정책의 숫자와 프로그램의 숫자가 과다하고 너무 자주 재편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성장강박에서 벗어난 뒤 긴 호흡으로 전문가 및 국민과 함께 혁신성장의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흔히 하는 우스갯거리 중에 우리나라 각 교단에서 발표하는 교인수를 합치면 우리나라 인구를 넘어선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각 부처가 실시한 지원사업 성과인 창업실적을 합치면 우리나라 전체 창업건수를 한참 넘어선다는 농담을 한다. 나아가 미래의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창업 한 건보다, 꽃가게 두 건 창업이 높은 점수로 평가되는 것이 현실이다. 창업으로 정책기조가 흐르니 부처간에 경쟁적으로 창업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양적성과 챙기기에 나선 결과일 것이다.

 

지금은 지도자가 기업에 방문하여 사진찍고 가면 근로자들의 사기가 치솟던 시절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에는 부담이 되는 일이다. 정책적으로는 특허를 몇 건 더 출원하고 등록했는지보다 어떤 특허가 어떤 심사과정을 거쳐 등록되고 라이선싱과 소송에 활용되는지가 중요하다. 혁신성장을 원한다면 어렵더라도 진정 필요한 평가방식과 지표를 고민해야 할 때다.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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