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목숨잠 그리고 건강보험

황청풍 소장 | 기사입력 2021/11/16 [17:52]

[칼럼] 목숨잠 그리고 건강보험

황청풍 소장 | 입력 : 2021/11/16 [17:52]

▲ 수면건강연구소 황청풍 소장  © 특허뉴스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 잠자는 동안에 숨을 거두시는 일이 종종 있다.

노인들은 그 양반 참 복도 많다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죽는다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당사자는 어떨까?

 

사오십대 중년 나이에 자는 동안 갑자기 사망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수면 중 급사라 한다. 나 또한 가까운 지인이 불과 40대 초반에 10살 남짓 어린 딸들을 두고 떠났다. 그렇게 황망하게 세상과 이별해 버린 상황을 옆에서 지켜봤었기에 남은 가족들의 슬픔과 안타까운 사정들을 몸소 겪은 듯이 알 수 있었다.

 

임종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숨을 목으로 넘기지 못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목숨이 다 했다”, “목숨이 끊겼다라고 하는 것은 숨은 곧 생명이라는 말과 같다.

 

숨이 들고 나느냐에 따라 산자와 죽은자로 구분하는 것이다.

잠을 자다가 죽은 사람은 대부분 혼자 자는 사람이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코골이 때문에 각방을 쓰는 경우가 많다. 자는 동안 숨을 거둔 사람을 지켜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숨을 들이 쉬기 위해 몸부림을 쳤을 것이고, 같이 있었다면 당연히 흔들어 깨웠을 테니까. 어쩌면 목숨 하나 살린 셈일 수도 있다.

 

수면 중에 급사를 하면 사망원인을 밝혀야 한다. 대부분 심장마비,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심장마비는 격한 운동이나 극도의 스트레스 등으로 심장에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심장이 멈추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잠을 자는 동안에는 심한 운동을 하거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자다가 죽을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이해한다면 어이없는 죽음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나마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잠이 든다. 깊은 잠으로 갈수록 근육들이 이완된다. 중력의 영향으로 늘어진다. 아래턱이 처진다. 혀가 늘어진다. 목젖도 처진다. 숨길이 좁아졌다. 숨이 답답해진다. 입을 벌린다. 숨이 더 막힌다. 숨을 더 세게 쉰다. 목구멍이 마른다. 목을 적시려고 마른침을 삼킨다. 혀가 목구멍으

로 빨려 들어간다. 숨을 쉴 수 없다. 대부분 이 상황에서 놀라거나 악몽을 꾸며 잠을 깬다.

 

만약 여기서 잠을 깨지 못하면 그대로 숨이 막힌 채 몸부림을 친다. 산소가 부족하니 심장은 격렬하게 뛴다. 산소 공급이 되지 않으면 심장도 더 이상 뛸 수가 없다. 심장이 멎는다.

불과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10여년 전 나의 지인도 이렇게 되었을 것이다.

 

평소 코골이가 심해서 혼자 자고 있었다. 평소 술은 거의 안 하고 담배도 안 피우고 매일 운동을 꾸준히 하고 일찍 퇴근하여 자상한 가장으로 모범적으로 살았다. 누구도 그 친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지금도 사람 좋게 웃던 얼굴이 떠오른다.

 

더욱 마음 아픈 것은 아빠의 마지막 얼굴을 어린 딸들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얼굴로 시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살려고 숨을 쉬려고 얼마나 몸부림을 쳤을지 그 고통과 두려움을 짐작할 수도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상담하러 오시는 고객 중에는 가끔 이런 공포를 경험한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한다. 너무 놀라서 당장 병원을 찾아갔는데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수면무호흡증이 이처럼 무서운 것인지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말을 한다. 깨어났기에 병원도 찾아봤고 나를 만날 수 있었지 못 깨어 났으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숨구멍 즉 목구멍이 아닐까 싶다. 목과 숨. 목숨은 생명의 상징이다.

잠이 보약이라고 하지만 잠이 독약이 되는 사람들도 많다. 의학계에서는 시급하게 치료를 받아야할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100~200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잠재적인 급사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사람들이다. 이 중에서 치료를 받는 비율은 5%에도 훨씬 못 미친다. 95%가 넘는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면무호흡증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지는 의학적으로도 이미 확인이 되었다. OSAS(폐쇄성수면무호흡증)는 수면 중에 잦은 코골이와 각성을 동반하고, 위식도역류, 야뇨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주간에는 과도한 주간 졸림, 피로, 인지 장애가 나타나고, 이로 인해 교통사고와 직장 내 사고가 증가된다. OSAS가 지속될수록 심뇌혈관 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고, 급사의 위험이 증가한다[출처:journal of Sleep Medicine 200021 국민건강보험급여화에 따른 수면무호흡증 관련 진료 현황].

 

의학계에서 공인된 치료법은 세가지다. 양압기(postive airway pressure, PAP)치료, 구강삽입형기도확장기(mandible advancement Device. MAD) 치료, 수술 치료가 해당된다.

 

이들 치료의 목표는 수면 중에 기도가 협착되지 않게 유지해주는 것이다. 치료가 성공적이라면 수면 중에 정상적인 호흡이 유지되고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있다.

 


양압기는 중증여부와 관계없이 적응만 잘 하면 수면무호흡 개선효과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다. 제품의 성능은 거의 평준화 되었기에 기계 보다는 사용자의 적응 여부가 치료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에 비해 수술이나 구강삽입형기도확장기는 시술자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개개인별 구조와 상황 그리고 상태가 다르므로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크다. 치료를 성공하지 못했다면 양압기는 환자의 책임이 크지만 구강장치나 수술 치료의 경우는 제작자나 의사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면무호흡증과 관련된 건강보험은 수술과 양압기 임대의 경우에만 적용되고 있다.

 

양압기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처방률이 크게 증가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너무 번거롭고 불편하고 힘들어서 장기적으로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하루 2시간 이상 사용하면 보험이 유지 될 수 있게 되어있는데 사용하지 않는 시간은 위험 상황에 빠지게 된다. 특히 새벽에 무호흡증이 더 심해지는데 이 시간에 양압기가 역할을 못한다면 대안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구강장치는 제대로 만들기만 한다면 아주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양압기에 비해 간편하고 적응도가 매우 높아 장기 치료 성공률도 높다. 양압기에 적응하지 못한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에게 대안으로써 충분하다. 특히 바이오가드는 2012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수술과 양압기의 대안 치료법을 위해 개발된 제품으로 2015년에는 보건의료 R&D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양압기는 수입 제품이 95%이고, 구강장치는 국내 제품의 비율이 98.5%를 차지하고 있다.[출처 : 2020년 의료기기 생산 및 수출입실적 통계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양압기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수입물량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구강장치는 건강보험에서 배제되면서 1/5로 줄어들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국가가 지원하여 개발한 치료법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면 문제가 있다. 국민들의 편안하고 조용한 숙면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수많은 질병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구강삽입형 기도확장기를 이용한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확대는 꼭 필요하다. 차기 정부에 기대를 걸어 본다.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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