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손상 복구의 새로운 비밀 밝혀졌다"... 햇빛이 DNA에 남긴 ‘상처’, 두 단백질이 협력해 찾아낸다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5/07/04 [01:51]

"DNA 손상 복구의 새로운 비밀 밝혀졌다"... 햇빛이 DNA에 남긴 ‘상처’, 두 단백질이 협력해 찾아낸다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5/07/04 [01:51]

▲ 이번 연구 결과를 뒷밤침 하는 DNA 커튼 실험 기법 / DNA 가닥(Lambda DNA)을 유리 표면에 정렬한 뒤, 형광 물질(Qdot)로 표지한 복구 단백질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실험 방식이다. 단백질 분자가 DNA 가닥 위를 움직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그림 및 설명=UNIST)  © 특허뉴스

 

강렬한 햇빛, 즉 자외선은 우리 몸의 DNA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겨 피부 노화와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 몸속에는 손상된 DNA 부위를 신속하게 찾아 복구하는 정교한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그 작동 방식의 새로운 비밀이 밝혀져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UNIST 생명과학과 이자일 교수팀은 DNA 복구 경로 중 하나인 ‘NER(Nucleotide Excision Repair)’ 과정에서 손상 부위를 인식하는 핵심 단백질인 XPC와 UV-DDB가 기존에 알려진 ‘순차적 전달’ 방식이 아닌 ‘협력적 복합체’ 형태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는 DNA 손상 복구 메커니즘에 대한 분자생물학 교과서의 내용을 다시 써야 할 만큼 중요한 발견으로, 색소건피증과 피부암의 예방 및 치료 전략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NER은 자외선으로 인해 DNA에 발생하는 CPD(Cyclobutane Pyrimidine Dimer)와 같은 손상 구조를 제거하는 복구 경로다. 약 30억 개에 이르는 방대한 DNA 염기쌍 속에서 손상 부위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느냐가 복구 효율을 좌우한다. 이때 XPC 단백질이 DNA 구조 변화를 감지하여 손상 부위를 찾아내는데, CPD 손상은 비틀림이 크지 않아 XPC 단독으로는 인식이 어렵다. 이 과정에서 UV-DDB라는 단백질이 손상 인식을 돕는 역할을 한다.

 

기존에는 UV-DDB가 먼저 손상 부위에 결합한 뒤 이를 XPC에 넘겨주는 ‘순차적 작동’ 방식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이자일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이와 달랐다. 연구팀은 XPC와 UV-DDB가 ‘UX-complex’라는 복합체를 형성하여 공동으로 DNA를 탐색하며, XPC가 UV-DDB의 DNA 결합력과 탐색 효율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결론은 ‘DNA 커튼’이라는 혁신적인 단분자 이미징 실험을 통해 뒷받침되었다. DNA 커튼은 유리 표면에 정렬된 DNA 가닥 위로 단백질 분자를 흘려보내 형광 현미경으로 그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술이다. 실험 결과, XPC와 UV-DDB가 복합체를 이룬 경우, UV-DDB는 DNA 가닥에 훨씬 더 잘 달라붙고, 가닥을 미끄러지듯 따라 이동하며 손상 부위를 더 효과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확인되었다. 제1 저자인 안소영 연구원은 "손상 부위를 정확하게 찾아가는 분자 움직임을 직접 확인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자일 교수는 “자외선 손상을 인식하는 두 단백질이 서로 협력하여 더 빠르게 손상을 찾아내고 NER 과정을 촉진한다는 점을 밝혀냈다”며, "이는 분자생물학 교과서에 실린 NER 작동 원리를 새로 써야 할 만큼 의미 있는 결과로,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 및 노화뿐만 아니라 XPC 유전자 결함으로 인해 피부암 유병률이 수백~수천 배 높은 색소건피증과 피부암의 예방 및 치료 전략 마련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뉴클레익 에시드 리서치(Nucleic Acid Research, IF: 16.6)’에 6월 18일 온라인으로 게재되었다.

 

논문명은 XPC-RAD23B enhances UV-DDB binding to DNA to facilitate lesion search in nucleotide excision repai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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