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상표 제도가 글로벌 기업에 예상치 못한 법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로펌 중 하나인 Makarim & Taira S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의 저명상표(well-known mark) 입증 방식과 분쟁 사례를 공개하며, 선출원주의(first-to-file)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위험을 짚었다.
인도네시아 상표제도의 핵심은 선출원주의다. 출원 시점이 권리 판단의 절대적 기준이 되며, 출원 이전의 해외 사용 이력이나 글로벌 인지도는 원칙적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글로벌 브랜드가 인도네시아 진출을 준비하는 사이, 현지 제3자가 동일·유사 상표를 먼저 출원·등록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대표 사례로 일본 자동차 기업 Toyota의 분쟁이 소개됐다. 도요타는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 ‘Lexus’와 유사한 ‘ProLexus’ 상표를 사용·등록한 인도네시아 시도아르조 지역의 현지 기업을 상대로 상표권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도요타는 ‘ProLexus’가 자사의 ‘Lexus’ 명성을 편승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쟁점은 상표의 유사성이 아니라 등록 시기였다.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의 ‘ProLexus’는 2010년 등록된 반면, 도요타가 인도네시아에서 ‘Lexus’ 및 ‘Lexus Racing’을 등록한 시점은 그보다 2년 뒤였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앙 상사법원Central Jakarta Commercial Court)은 현지 기업의 출원이 악의적이었다는 증거가 없고, 인도네시아 상표법상 등록 후 5년 이내에만 취소 소송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도요타의 청구를 기각했다. 상급심인 인도네시아 대법원 역시 동일한 판단을 유지했다.
유사한 맥락에서 독일 자동차 기업 BMW도 인도네시아 의류업체 ‘BMW Body Man Wear’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상품 간 관련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BMW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글로벌 브랜드의 명성만으로는 인도네시아에서 상표권을 쉽게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Makarim & Taira S는 인도네시아 상표법 제21조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 조항은 선출원 상표와 실질적으로 동일·유사한 상표의 등록을 거절하도록 규정하고, 저명상표의 경우 인도네시아에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유사 상표 출원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실제 분쟁에서는 저명성에 대한 엄격한 입증과 출원·등록 시점, 악의성 여부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전 상표 출원 전략이 곧 시장 진입 전략”이라며, “진출 전 핵심 브랜드와 파생 상표를 선제적으로 확보하지 않으면, 글로벌 명성에도 불구하고 권리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례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상표 관리의 선제성과 현지 법제에 대한 정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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