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지식재산 제도를 국제 기준에 맞춰 전면 개편하며, 기술·디자인·데이터·자산화까지 포괄하는 차세대 IP 법체계 구축에 나섰다. 베트남 국회는 지난 17일 '지식재산법(Law on Intellectual Property)' 개정안을 공식 승인했으며, 개정 법률은 2026년 4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은 베트남 정부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첨단기술 경쟁 속에서 지식재산을 핵심 산업 인프라이자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한 조치로 평가된다. 개정법은 권리 충돌 조정, 산업디자인 보호 확대,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 활용 기준, 지식재산의 금융·거래 활용, 국가 지원 연구개발 성과의 권리 귀속 문제 등을 폭넓게 다뤘다.
먼저, 중복된 권리 간 충돌 조정 규정이 명문화됐다. 단일 대상이 특허·디자인·상표 등 여러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되는 경우, 후행 권리의 행사로 인해 선행 권리의 정상적 이용이 방해되지 않도록 제한을 두었다. 만약 중첩된 권리가 선행 권리의 활용을 침해할 경우, 법원을 통해 권리 행사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해 권리 남용 방지 장치를 마련했다.
디자인 보호 범위도 대폭 확대됐다. 개정법은 부분 디자인 및 비물리적(디지털) 디자인까지 산업디자인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독립적으로 유통되지 않는 제품의 일부, GUI·디지털 외관 등 무형 요소 역시 디자인권 보호 대상에 포함되며, 이는 베트남 제조·IT·콘텐츠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산업디자인의 신규성 상실 유예 제도가 강화됐다. 권한 없는 제3자의 불법 공개나 무단 사용으로 디자인이 공개된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신규성이 상실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권리 보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정당한 출원인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국제적 그레이스 피리어드(grace period, 신규성 상실 예외 기간) 논의와의 정합성을 높인 조치다.
이번 개정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AI 학습을 위한 공개 데이터 활용 규정이다. 과학 연구, 시험, 인공지능 시스템 훈련 목적이라면 합법적으로 공개되고 접근 가능한 문서·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했다. 다만 해당 활용이 저작권자나 지식재산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등 기존 보호 규정은 그대로 적용된다. 이는 AI 산업 육성과 권리 보호 간 균형을 제도적으로 시도한 사례로 평가된다.
아울러 베트남은 지식재산의 자산화·금융 활용을 법률 차원에서 명확히 했다. 지식재산권자는 해당 권리를 민간 거래, 투자, 담보 설정 등에 사용할 수 있으며, 정부는 투자법·기업법·신용법에 따라 지식재산을 대출 담보로 활용하는 구조를 적극 촉진할 방침이다. 이는 IP를 단순 보호 대상이 아닌 상업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정책 의지를 보여준다.
국가 재정이 투입된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권리 귀속도 정비됐다. 국가 예산으로 지원된 과학·기술·혁신 과제에서 발생한 특허, 산업디자인, 반도체 배치설계 등은 지정 기관이 명시적으로 등록·관리할 수 있도록 해, 공공 연구 성과의 소유권과 활용 구조를 명확히 했다. 이는 국가 주도의 연구개발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상용화로 연결하려는 목적이다.
이번 지식재산법 개정은 베트남이 단순한 제조 거점을 넘어, 기술·디자인·AI·IP 금융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국가로 도약하려는 제도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 연구기관 모두에게 베트남 시장에서의 지식재산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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