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심판원(PTAB)에서 10건 중 8건 무효... 美 Finnegan, IPR·PGR ‘냉정한 숫자’ 공개

선우정 기자 | 기사입력 2026/01/11 [03:18]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서 10건 중 8건 무효... 美 Finnegan, IPR·PGR ‘냉정한 숫자’ 공개

선우정 기자 | 입력 : 2026/01/11 [03:18]

▲ 출처=freepik  © 특허뉴스

 

미국의 대표적 지식재산 전문 로펌 Finnegan이 2025년 9~10월 동안 미국 특허상표청 특허심판원(PTAB)에서 내려진 IPR(당사자계 심사) 및 PGR(특허등록 후 심판) 최종 결정을 분석한 통계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2025년 10월 31일 기준으로,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환송 사건까지 포함한 총 70건의 최종 결정을 대상으로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청구항 무효 비율이다. 해당 기간 PTAB 심판이 개시된 1,432건의 청구항 중 1,143건(79.82%)이 무효, 반면 유효성이 유지된 청구항은 279건(19.48%)에 그쳤다. 즉, PTAB에 회부된 청구항 10건 중 8건이 무효 판단을 받은 셈이다. 이는 미국 특허 분쟁에서 IPR·PGR이 여전히 강력한 ‘특허 무력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준다.

 

사건 단위로 보면, 청구항 전부 무효 결정이 43건(61.43%)으로 가장 많았고, 청구항 전부 유효 유지는 14건(20.00%), 일부 무효·일부 유효 결정은 13건(18.57%)으로 나타났다. ‘부분 승패’보다는 ‘전면 무효’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에서, 피청구인(특허권자)에게 PTAB은 여전히 높은 리스크를 안기는 무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정 청구(MTA, Motion to Amend) 결과도 특허권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2025년 10월 31일 기준, PTAB IPR 절차에서 제출된 대체 청구항 4,403건 중 승인된 것은 681건(15.46%)에 불과했으며, 3,724건(84.54%)은 거절됐다. 이는 정정 전략이 여전히 ‘예외적 성공’에 그치고 있음을 의미하며, 초기 명세서·청구항 설계 단계에서의 완성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시사한다.

 

기술 분야별로 보면, 디자인 분야의 누적 청구항 유효성 유지율이 39.29%로 가장 높았고, 이어 바이오·의약 및 유기화학(34.61%), 기타 기술(34.51%), 화학 및 재료공학(26.89%)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통적으로 분쟁이 잦은 일부 공학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유효성 유지율이 확인됐다.

 

기술 센터별 누적 최종 결정 건수에서는 통신 분야가 1,029건(18.06%)으로 최다, 이어 반도체·전기회로·광학 931건(16.36%), 운송·전자상거래 776건(13.64%), 기계공학 756건(13.28%) 순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특허 분쟁의 중심이 여전히 ICT·반도체·전자 분야에 집중돼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Finnegan 통계는 하나의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 PTAB에서의 특허 방어는 ‘확률 게임’이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 관리’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출원 단계에서의 청구항 설계, 명세서 기재 충실도, 그리고 분쟁을 전제로 한 전략적 포트폴리오 관리 없이는 PTAB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현실이 다시 한 번 숫자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특허권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힐까? 

 

이번 Finnegan의 PTAB 통계는 한국 기업과 특허권자에게 매우 현실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 무엇보다 IPR·PGR에 회부된 청구항의 약 80%가 무효로 판단되고, 정정 청구(MTA)의 승인률이 15%대에 불과하다는 점은, 분쟁 단계에서의 ‘사후 대응’만으로는 미국 특허를 방어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미국 특허 분쟁에서 “무효 심판 대응 과정에서 청구항을 정정해 살려내면 된다”는 인식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통계는 그러한 전략이 통계적으로 매우 낮은 성공 확률을 가진다는 점을 수치로 입증한다. PTAB은 정정 청구에 대해 기존 명세서 기재 범위를 엄격히 해석하고 있으며, 청구항 범위 확장이나 기술적 명확성 부족이 발견될 경우 대부분 거절로 이어진다.

 

이는 곧 출원 단계에서의 청구항 구조 설계와 명세서 완성도가 사실상 ‘분쟁 결과를 좌우’한다는 의미다.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을 핵심 전략 시장으로 삼고 있다면, 단기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한 단순 출원이나 국내 기준에 맞춘 명세서 작성 방식은 PTAB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키울 수밖에 없다.

 

또한 기술 분야별 통계를 보면, 바이오·의약, 반도체, 통신 등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일수록 PTAB 판단이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기술 경쟁이 치열한 분야일수록 IPR이 전략적으로 활용되고, 한 번 공격 대상이 되면 특허 전체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결국 이번 통계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한국 기업과 특허권자는 ①미국 특허를 ‘등록’이 아닌 ‘분쟁 생존’을 전제로 설계해야 하며, ②출원 초기부터 PTAB 심사 기준을 반영한 청구항 다층 구조, 실시예 확충, 보완적 종속항 전략을 갖춰야 하고, ③미국 소송·IPR 경험이 풍부한 현지 전문 로펌과의 선제적 협업 전략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PTAB은 더 이상 예외적 변수나 ‘최후의 수단’이 아니다. 한국 기업에게 PTAB은 미국 특허 경쟁력의 최종 시험대이며, 이번 Finnegan 통계는 그 시험의 난이도가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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