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과 행정, 왜 경제학으로 다시 봐야 하는가

김주회 박사 | 기사입력 2026/01/11 [18:14]

[기고] 기술과 행정, 왜 경제학으로 다시 봐야 하는가

김주회 박사 | 입력 : 2026/01/11 [18:14]

▲ 김주회 박사(안전공학 박사 · 대학원 교수)    ©특허뉴스

대한민국의 저성장은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다. 기술은 충분히 존재한다. 문제는 그 기술을 다루는 행정의 방식이다. 이제 기술과 행정을 각각의 영역이 아니라, 경제학적 시스템으로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경제학에서 기술은 단순한 발명이 아니다.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 구조를 바꾸며, 시장의 질서를 재편하는 핵심 변수다. 기술혁신이란 새로운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확산되고 활용될 때 비로소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 이 때문에 현대 경제학은 기술을 외부에서 주어지는 요소가 아니라, 정책·제도·투자의 결과로 설명한다.

 

문제는 여기서 행정이 등장한다. 행정은 흔히 중립적 집행자로 인식되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명백한 경제 행위자다. 허가 하나, 규제 하나, 해석 하나가 시장의 비용과 진입 장벽을 결정한다. 행정의 선택은 곧 경제의 선택이다.

 

행정의 경제학은 이 지점을 정확히 지적한다. 공무원과 공공조직 역시 유인과 이해관계를 가진 존재이며, 규제는 공익을 위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거래비용을 발생시키는 장치다. 안전과 공정을 명분으로 한 규제가 실제로는 혁신을 지연시키고, 기술을 사장시키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행정은 느리다. 기술은 실험과 실패를 전제로 하지만 행정은 책임 회피와 규정 준수를 우선한다. 이 간극에서 대한민국의 많은 기술이 시장에 도달하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다. 이는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행정 설계의 실패다.

 

▲ 출처=freepik  © 특허뉴스

 

마이너스 저성장 시대에 더 이상 “기술을 육성하자”는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요한 것은 기술을 가로막는 행정의 비용을 줄이고, 선택과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행정의 경제학적 개편이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보다, 작동하지 않는 제도와 규제를 정리하는 일이 먼저다.

 

기술은 이미 충분하다. 이제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것은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그 기술을 통과시킬 수 있는 행정의 경제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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