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회 박사의 직격 칼럼①] 공간을 외면한 창업 정책, 잠자는 특허를 양산한다

김주회 박사 | 기사입력 2026/01/22 [08:03]

[김주회 박사의 직격 칼럼①] 공간을 외면한 창업 정책, 잠자는 특허를 양산한다

김주회 박사 | 입력 : 2026/01/22 [08:03]

▲ 김주회|안전공학 박사 / 대학원 교수  © 특허뉴스

우리나라의 특허 출원 건수는 세계 4위,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기술사업화 성과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수많은 특허가 등록된 채 활용되지 못하고 ‘잠자는 특허’로 남아 있다.

 

이 문제를 개인의 사업화 역량 부족으로만 돌려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잠자는 특허를 양산하는 구조적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공간을 고려하지 않은 창업·IP 정책이기 때문이다.

 

특허는 권리이지만, 동시에 공간을 필요로 하는 자산이다. 연구실에서 탄생한 특허는 시제품 제작 공간, 실증 공간, 생산 공간, 시장과 만나는 공간을 거치지 못하면 결코 깨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IP 지원 정책은 특허 출원과 등록, 평가에만 집중할 뿐, 그 특허가 어디에서, 어떤 공간을 통해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수도권에서는 높은 공간 비용 때문에 특허 활용이 중단되고, 지방에서는 공간은 있지만 연결 구조가 없어 특허가 묻힌다. 동일한 IP 지원 정책이 전국에 적용되면서, 특허는 늘어나지만 사업화는 정체되는 기형적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실패다.

 

잠자는 특허를 깨우기 위해서는 ‘기술’이 아니라 ‘공간 기반 활용 구조’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특허는 어디서나 활용될 수 있는 추상적 자산이 아니다. 특허는 반드시 공간과 결합될 때 비로소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기술은 있는데 사업이 안 되는 이유, 공간 없는 기술사업화 정책

 

정부는 기술사업화를 강조하지만, 정작 기술이 사업이 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많은 기술과 특허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공간을 배제한 기술사업화 정책 구조에 있다.

 

기술사업화는 단순히 특허를 이전하거나 투자자를 연결하는 문제가 아니다. 기술은 실험실을 벗어나 시제품 제작 → 실증 → 초기 생산 → 시장 검증이라는 물리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공간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기술사업화 정책은 여전히 사업계획서와 발표 평가, 단기 과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지역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에서 나온 특허들은 ‘사업화 가능성은 있으나 활용 공간이 없어’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 기반 인프라와 연결 구조의 부재 때문이다. 기술은 있지만 시험할 곳이 없고, 특허는 있지만 적용할 산업 현장이 없다면, 그 특허는 결국 잠들 수밖에 없다.

 

이제 기술사업화 정책은 ‘성과 관리’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기술사업화를 공간 기반 산업정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기술의 성격에 따라 산업단지, 지역 거점, 로컬 산업 공간과 연계되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 한, 기술은 계속해서 종이 위에 머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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