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상 소재 ‘빈칸’에 42종 금속을 원하는 대로... UNIST·서울대, 맞춤형 촉매·배터리 소재 설계 길 열었다
겹겹이 쌓인 층상 소재의 ‘층과 층 사이 공간’은 소재 성능을 바꾸는 숨은 스위치로 꼽힌다. 그 빈 공간에 어떤 금속을 넣느냐에 따라 촉매 반응성, 에너지 저장 능력, 안정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금속 이온을 삽입하려면 고온 열처리와 강산 세척 같은 까다로운 공정이 필요했고, 넣을 수 있는 금속 종류도 제한적이었다.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한계를 넘어 층상 티타늄 산화물 내부에 원하는 금속을 ‘입맛대로’ 삽입할 수 있는 합성 기술을 개발했다. 촉매 지지체부터 이차전지 소재까지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설계를 한층 빠르게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UNIST 신소재공학과 조승호 교수팀은 에너지화학공학과 안광진 교수,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정후영 교수, 서울대학교 한정우 교수팀과 공동으로 층상 티타네이트(layered titanate)의 층간에 알칼리 금속부터 희토류까지 총 42종 금속 원소 중 원하는 금속을 손쉽게 삽입할 수 있는 합성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층상 티타네이트, 배터리·촉매 핵심 소재지만 “넣을 금속이 제한”
층상 티타네이트는 얇은 층이 겹겹이 쌓인 형태의 티타늄 산화물로, 층과 층 사이 공간에 금속 양이온을 수용할 수 있는 특성 덕분에 배터리 전극이나 촉매 지지체로 각광받는 소재다.
그러나 기존 방식은 금속 이온 삽입을 위해 고온 열처리와 강산 세척을 거쳐야 했고, 공정 부담이 크며 적용 가능한 금속 원소도 제한적이었다. 산업적으로는 “성능은 매력적이지만 설계 자유도가 낮은 소재”라는 한계가 존재했다.
수산화암모늄 기반 ‘상향식 합성’... 수소 이온을 금속 이온으로 교체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산화암모늄 용액을 이용한 새로운 상향식 합성법을 제시했다. 수산화암모늄 용액 속 티타늄 산화물 원료 성분들이 화학 반응을 통해 층상 구조로 조립되는데, 이때 층 사이에는 수소 이온(H⁺)이 들어간 형태로 구성된다.
이렇게 만든 층상 티타네이트를 원하는 금속 양이온이 녹아 있는 용액에 담그면, 층간에 있던 수소 이온이 금속 양이온으로 쉽게 대체된다. 복잡한 열처리나 강산 공정 없이도 금속 삽입이 가능해지면서, 소재 설계 속도와 범용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다.
42종 금속 삽입 + 30종 이상 동시 삽입... ‘소재 라이브러리’ 구축
이번 합성법은 적용 범위가 압도적으로 넓다. 연구팀은 알칼리 금속부터 희토류 금속까지 총 5개 그룹 42가지 금속 원소를 삽입할 수 있을 정도로 범용성이 뛰어나며, 30종 이상의 금속 원소를 동시에 삽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단일 소재 개발을 넘어, 산업 수요에 맞춰 조성을 바꿔가며 최적의 성능을 찾아낼 수 있는 방대한 맞춤형 소재 ‘라이브러리’ 구축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촉매·에너지 저장 분야에서 소재 조성 최적화는 성능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에, 설계 자유도가 높아진 것 자체가 기술적 가치로 평가된다.
로듐 촉매 성능 3배↑... 상용 촉매 넘어서는 효율 입증
연구팀은 개발한 합성법의 실질적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를 활용해 로듐(Rh) 촉매 지지체를 제작하고 성능 검증까지 수행했다.
실험 결과, 이 로듐 촉매를 플라스틱·세제 등의 기초 원료를 합성하는 ‘프로필렌 하이드로폼일화’ 반응에 적용했을 때, 층상 티타네이트 내부에 칼륨(K)을 삽입한 경우 상용화된 로듐 촉매보다 반응 효율(TOF)이 3배 이상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고성능 원인도 이론 계산을 통해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촉매 비용 절감부터 차세대 에너지 저장까지... 파급효과 확대 기대
공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새로운 소재 하나를 합성한 것이 아니라, 42종 금속 원소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기반 기술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촉매 공정의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에 기여할 뿐 아니라, 이차전지나 커패시터 같은 차세대 에너지 저장 소재의 성능 개선에도 즉각적인 응용이 가능해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UNIST 신소재공학과 김효석 연구원, 에너지화학공학과 오대원 연구원,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김미연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재료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지난달 26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은 Diverse Cation Exchange in Layered Titanate Nanostructures for Tailored Catalysi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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