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화학물질’ PFAS, 전기 한 번에 붙잡고 분해까지... UNIST, 처리 에너지 20분의 1로 낮췄다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1/24 [01:22]

‘영구 화학물질’ PFAS, 전기 한 번에 붙잡고 분해까지... UNIST, 처리 에너지 20분의 1로 낮췄다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1/24 [01:22]

▲ 전도성 고분자 폴리아닐린의 전기적 상태 변화에 따른 과불화화합물 흡·탈착 메커니즘 / 전기 신호에 따라 폴리아닐린의 산화 상태가 변하면서 표면 성질과 과불화화합물과의 결합 방식이 달라진다. 이러한 가역적인 흡·탈착 특성을 통해 물속에 희석된 과불화화합물을 선택적으로 모았다가 다시 방출할 수 있게 된다. 한 번 쓰면 재사용이 어려운 활성탄과 같은 흡착제와의 차별점이다.(그림 및 설명=UNIST)  © 특허뉴스

 

한 번 환경에 유출되면 수백 년 동안 자연 분해되지 않아 ‘영구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신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기존 방식처럼 흡착 후 소각·매립에 의존하지 않고, 저농도로 퍼진 PFAS를 선택적으로 농축한 뒤 전기분해로 직접 분해해 처리 공정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김귀용 교수와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김병조 교수팀은 전도성 고분자 기반 흡착·탈착 전극 기술을 활용해 물속에 희석된 과불화화합물을 끌어모아 농축한 뒤, 이를 전기화학적으로 분해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환경·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1월 13일 출판됐다.

 

PFAS 규제 강화... “나노그램 수준”까지 낮춰야 하는 시대

 

과불화화합물은 프라이팬 코팅, 방수 의류 제조, 반도체 공정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돼 왔다. 문제는 이 물질이 자연계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는 데다, 최근에는 극미량만 존재해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르면서 규제 기준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미국 등은 음용수 속 PFAS 허용 기준을 리터당 나노그램(ng/L) 수준 이하로 엄격히 낮추는 추세다. 이에 따라 “고농도 폐수”뿐 아니라, 하수처리수나 수돗물처럼 저농도로 퍼져 있는 PFAS까지 효율적으로 처리할 기술이 절실해졌다.

 

전도성 고분자가 ‘자석’처럼 PFAS를 끌어모은다

 

연구팀의 핵심 아이디어는 전도성 고분자의 성질이 전극에 걸리는 전압의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전도성 고분자가 코팅된 전극을 폐수에 넣고 전압을 가하면, 고분자가 마치 자석이 철가루를 끌어당기듯 PFAS를 전극 표면으로 선택적으로 흡착시킨다. 반대로 전압 방향을 바꾸면 전극에 붙어 있던 PFAS가 다시 떨어져 나오며 탈착된다.

 

즉, 같은 전극에서 흡착→탈착이 전기적으로 반복 가능해지고, 이를 이용하면 물속에 흩어져 있던 PFAS만 골라내 고농도로 농축한 뒤 별도 처리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농축 후 분해... 전기분해 에너지 20분의 1로 절감

 

저농도 PFAS를 그대로 전기분해로 처리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번 기술로 PFAS를 먼저 농축한 뒤 분해함으로써, 기존 전기화학 분해 방식보다 20배 이상 낮은 전기에너지로 PFAS를 분해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이 기술은 실험실 조건을 넘어, 하수 처리수·수돗물처럼 복잡한 수질 조건에서도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는 실제 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지점이다.

 

분리·처리 ‘따로’가 아니라 ‘한 번에’... 일원화 시스템 구축

 

기존 저농도 PFAS 폐수 처리는 활성탄 등 흡착제를 이용해 PFAS를 모은 뒤, 이를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분리’와 ‘처리’ 단계가 분리돼 있고, 특히 매립의 경우 PFAS가 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격리되는 수준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UNIST 연구팀은 한 단계 더 나아가 흡착 전극과 분해 전극을 하나의 분해조에 함께 넣은 정화 시스템까지 구현했다. 이 방식은 PFAS가 연속적으로 모이고, 이어서 분해까지 진행되는 구조로 공정 단순화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귀용 교수는 “전도성 고분자는 일반적인 PFAS 흡착제와 달리 탈착 및 재생을 위한 화학약품 처리가 필요 없고, 흡착된 PFAS를 다시 쉽게 분리해 낼 수 있어 저농도 PFAS 폐수 처리에 경제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리와 처리 단계를 일원화하고, 매립·소각이 아니라 분해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흡착·탈착 원리까지 규명... ‘선택성과 가역성’ 갖춘 흡착제 설계로 확장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단순한 공정 제안에 그치지 않도록,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도성 고분자의 PFAS 흡착·탈착 원리까지 규명했다.

 

시뮬레이션 연구를 주도한 김병조 교수는 “이번 계산·시뮬레이션 결과는 향후 오염물 선택성과 가역성을 동시에 갖는 새로운 흡착제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구 물질’ 처리의 방향 바꾼다... 저농도 PFAS 대응 기술로 주목

 

이번 성과는 PFAS 처리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으로 꼽히는 저농도 조건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도성 고분자 전극으로 PFAS를 ‘붙잡아 농축’하고, 다시 ‘떼어내 분해’하는 방식은 기존의 흡착·매립 중심 처리에서 벗어나 분해 기반의 완결형 정화 공정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극미량 오염물질’ 처리 기술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UNIST의 이번 연구는 저농도 PFAS 문제를 에너지 효율과 공정 단순화라는 두 축에서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수처리 전략으로 주목된다.

 

논문명은 Polyaniline as an Integrated Amine-Redox Platform for Reversible Electrosorption and Energy-Efficient PFAS Remediation: From Molecular Mechanisms to System Integra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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