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상표법(개정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안을 공개했다. 이번 개정은 1983년 상표법 시행 이후 다섯 번째 개정이자, 명칭상 ‘수정(修正)’을 넘어 ‘개정(修订)’으로 격상된 첫 사례다. 법 조문은 9장 84조로 전면 재구성되었고, 상표의 등록–사용–보호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재설계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보완을 넘어 제도 전환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분 보완에서 전면 재형성으로”... 입법 방향의 변화
이번 개정의 핵심은 상표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질서 회복이다. 대량 사재기·악의적 선점, 유명 브랜드 편승, 미사용 상표의 장기 적체 등 누적된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동시에 디지털 경제 환경을 반영해 동적 표지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전자출원의 법적 효력을 명확히 하여 온라인 행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등록 조건 통합... ‘악의적 사재기’ 명확히 차단
개정안은 제2장(제14조~제24조)에 ‘상표 등록 조건’ 장을 신설해, 흩어져 있던 등록 요건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했다. 가장 주목되는 조항은 제18조다. ‘사용 목적 없이 정상적인 생산·경영 수요를 현저히 초과하는 등록 신청’을 명시적으로 금지해, 합법적 다출원과 악의적 사재기를 구분하는 기준을 법문에 직접 삽입했다. 이는 그간 해석과 재량에 의존하던 판단을 명문화한 것으로, 대량 선점에 대한 행정 차원의 차단력을 크게 높였다.
저명상표 보호 전면 확대... ‘비유사 상품’까지 포괄
제20조는 저명상표 보호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비유사 상품·서비스에 대해서도 복제·모방·번역 행위를 금지하고, 오인 가능성이나 권리자 이익 침해 우려가 있으면 등록 불허 및 사용 금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저명상표 보호를 ‘예외적 보호’에서 전방위 보호 체계로 전환한 조치로, 글로벌 브랜드 보호 수준을 국제 기준에 맞춰 상향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동적 표지’ 도입... 디지털 브랜드를 제도권으로
제14조는 상표 구성 요소에 ‘동적 표지’를 새로 포함했다. 영상 기반 로고, 애니메이션 식별표지, 플랫폼 내 움직이는 브랜드 요소 등이 등록 대상이 된다. 이는 숏폼·플랫폼 경제 확산 속에서 브랜드 표현의 현실을 법이 뒤따라간 사례로, 디지털 환경에서의 식별력 보호 공백을 해소하는 장치로 평가된다.
수권·확권 절차 단축... 속도와 유연성 강화
절차 측면에서도 변화가 크다.
▲이의신청 기간은 3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제35조) ▲출원·재심 철회권을 출원인에게 명시적으로 부여(제39조) ▲전자 데이터로 제출된 서류를 서면과 동일한 효력으로 인정(제25조) ▲선행권리 미확정 시 심사 중지 제도 도입(제40조)
이를 통해 심사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절차 남용과 중복 분쟁을 줄이는 예방적 구조를 마련했다.
상표 사용 관리 강화... “등록만 해두는 상표는 퇴출”
개정안은 상표를 ‘보유’가 아닌 ‘사용’ 중심 권리로 재정의했다. 제56조는 오도적 사용에 대해 ▲시정명령 ▲과태료(5만 위안 이하) ▲취소로 이어지는 단계별 제재를 명문화했다. 또한 3년 연속 미사용 또는 통용명칭화된 상표에 대해 행정기관이 직권 취소할 수 있도록 해, 장기 유휴 상표를 제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상표 라이선스·대리업 규율... 시장 질서 직접 개입
라이선스 영역에서는 품질 보증 의무 미이행 시 계약 해지권을 명시(제55조)해, 라이선시 품질 문제로 인한 브랜드 가치 훼손을 제어했다. 또한 제66·67조는 상표 대리기관·종사자의 위반 행위를 유형화하고, 최대 20만 위안 과태료 및 업무 정지까지 규정했다. 이는 대리 시장을 단순 관리 대상이 아닌 질서 형성의 핵심 축으로 본 입법이다.
보호 강도 상향... 행정–사법 연계·5배 배상
권리 보호 영역에서는 집행 강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침해 사건의 행정–사법 연동 이송 체계 구축(제72조) ▲악의적 상표 소송에 대한 민사 책임 명시(제78조) ▲징벌적 손해배상 1~5배 기준을 구체화하고, 권리자의 합리적 지출을 별도 배상 항목으로 인정(제74조)
이는 “침해 비용은 낮고, 권리 보호 비용은 높은”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명확한 정책 신호로 해석된다.
정당한 사용 명문화·정치 기호 보호 강화
제70조는 상품 설명·출처 표시 등 정당한 사용의 범위를 명확히 해, 상표권의 과도한 확장을 방지했다. 한편 제15조에서는 중국공산당 명칭·기·휘장 등 정치적 상징물과 동일·유사한 표지를 상표로 사용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해, 공공 이익과 국가 상징 보호를 강화했다.
“상표는 자산이자 공공질서”... 개정의 함의
이번 개정 초안은 상표를 사적 권리이자 시장 질서의 공공 인프라로 재정의한다. 등록 단계에서는 사재기를 차단하고, 사용 단계에서는 실질 활용을 요구하며, 분쟁 단계에서는 강한 책임을 부과하는 ‘전 주기 관리형 상표법’으로의 전환이다. 향후 최종 입법 과정에서 조문 조정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중국 상표 제도의 방향성 자체는 이미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저작권자 ⓒ 특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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