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송상업연맹(JBA)은 지난 9일, ‘지적재산추진계획 2026’ 수립과 관련해 일본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AI 활용, 방송 콘텐츠 불법복제, 해외 플랫폼을 통한 수익 배분 불균형에 대한 종합적 대응을 요구했다.
이번 의견서는 단순한 업계 건의 수준을 넘어, 일본 저작권 정책의 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구조적 제안으로 평가된다.
AI 확산의 명과 암... “권리 침해 없는 이용 환경부터”
JBA는 생성형 AI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용자와 제작자 모두가 법적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학습 과정에서의 저작물 사용, 자동 생성 콘텐츠의 권리 귀속 문제는 물론, 브랜드 가치·명예 훼손 등 민법상 불법행위로까지 확장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 출연자(아나운서·배우·성우 등)의 초상·음성은 인격적·직업적 가치와 직결되는 만큼, AI로 실존 인물을 모사·재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기술 활용과 인격권 보호를 동시에 고려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JBA는 ▲AI 학습 데이터의 투명성 확보 ▲불법 접근 차단(robots.txt 등 기술적 수단 포함) ▲권리자의 옵트아웃 권한 보장을 정부 정책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불법복제의 ‘구조적 이익’,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의견서는 방송 콘텐츠 불법복제가 광고 수익 구조와 결합되며 구조적 문제로 고착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일본 내외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불법 업로드된 방송 콘텐츠에 광고가 붙고, 플랫폼과 광고주가 수익을 얻는 반면 정작 권리자에게는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JBA는 정부가 이미 ‘지적재산추진계획 2025’에서 불법복제 대응을 주요 과제로 제시한 점을 상기시키며, 형사처벌 강화와 민사상 청구권의 적극적 행사를 병행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해외 서버를 거점으로 한 불법 스트리밍에 대응하기 위해 ASEAN 등과의 국제 공조 및 수사 협력까지 염두에 둔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글로벌 플랫폼 시대, ‘공정한 수익 배분’이 관건
해외 거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일본 콘텐츠 유통이 확대되는 가운데, 계약상 교섭력 부족과 수익 배분의 불균형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JBA는 정부가 시장 실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공정한 거래 관행을 유도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단순히 방송사 이익 보호를 넘어, 콘텐츠 제작 생태계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사적 녹음·녹화 보상금 제도, 대안 모색 필요
마지막으로 JBA는 방송 콘텐츠 제작에 다수의 권리자가 관여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권리자에게 적정한 보상이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사적 녹음·녹화 보상금 제도가 디지털 환경 변화에 충분히 부합하지 않는 만큼, 새로운 보상 메커니즘을 검토·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번 의견 제출은 일본 방송업계가 AI·플랫폼·불법복제라는 세 갈래 변수를 하나의 저작권 정책 프레임으로 통합해 다루어야 할 시점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적재산추진계획 2026’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설계될지에 따라, 일본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과 권리 보호 수준이 중장기적으로 좌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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