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이 고온의 한계를 넘어섰다. 국내 연구진이 고분자 사슬을 3차원 ‘나노 감옥(Nanocage)’ 구조에 가두는 방식으로, 플라스틱 복합재가 1,000℃ 화염과 항공엔진급 고온 환경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항공엔진·가스터빈·차세대 모빌리티 등 고온 구조 소재 시장에서 금속 중심의 판도를 바꿀 잠재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한국재료연구원 오영석 박사 연구팀이 3차원 탄소나노튜브(CNT) 기반의 나노케이지 구조를 설계·제작하고, 이를 통해 고분자 사슬의 열적 운동을 물리적으로 제어함으로써 고분자 복합재의 내열 한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분자 복합재는 가볍고 가공성이 뛰어나 차세대 구조 소재로 주목받아 왔지만, 유리전이온도(Tg) 이상에서 분자 운동성이 급격히 증가해 고온 환경에서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항공엔진이나 가스터빈처럼 극심한 열과 하중을 동시에 견뎌야 하는 핵심 부품 영역에서는 여전히 티타늄 합금 등 금속 소재가 주류였다. 화학 구조를 바꾸거나 나노필러를 넣는 기존 접근법 역시 Tg를 충분히 끌어올리거나 사슬 움직임을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문제의 본질을 “유리전이온도 이상에서 발생하는 사슬의 자유로운 운동성”으로 보고, 화학적 결합이 아닌 물리적 구속 구조 설계로 해법을 찾았다. 3차원으로 얽힌 CNT 그물망 내부에 고분자 사슬을 침투시키자, 나노케이지의 기공 크기가 사슬의 협동 재배열 영역보다 작을 경우 열적 운동이 극도로 억제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규명했다.
이 나노구속 효과를 통해 연구팀은 유리전이온도를 기존 대비 약 119% 향상된 350℃까지 끌어올렸으며, 이는 고분자 자체의 열분해 온도에 근접한 수준이다. 동시에 고온 탄성률 유지, 크리프 저항성, 우수한 내화·난연 성능을 함께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플라스틱 복합재가 고온 부재 영역에서도 구조 소재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이번 성과는 고분자 복합재의 사용 온도 영역을 획기적으로 확장해 차세대 항공엔진과 가스터빈용 부품으로의 적용 가능성을 열었다. 나노케이지 기반 복합재는 금속 대비 현저히 가벼워, 엔진 경량화에 따른 연료 효율과 성능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나아가 수백 도 이상의 고온과 열충격에 노출되는 초음속 비행체 구조물, 전기차 배터리팩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화재 확산을 지연시키는 안전 소재로의 활용 가능성도 크다.
오영석 박사는 “폴리이미드 등 고내열 수지와 복합화해 유리전이온도를 500℃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탄소섬유와 결합해 실제 부품 환경에서의 장기 신뢰성과 공정 안정성을 검증할 계획”이라며 “대형 부품 제조를 위한 공정 확장성과 경제성을 확보해 실용화 단계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복합재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에 1월 10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은 Interpenetrating three-dimensional carbon nanotube nanocage network for exceptional thermal and structural stability in polymer composites이다.
<저작권자 ⓒ 특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나노케이지, 고분자복합재, 초고온내열, 탄소나노튜브, 항공엔진소재, 금속대체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