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스위칭의 ‘찰나’를 잡다... KAIST, 차세대 메모리 원리의 문을 열다

비정질 텔루륨으로 규명한 ‘전기가 켜지고 꺼지는 순간’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2/09 [01:09]

전기 스위칭의 ‘찰나’를 잡다... KAIST, 차세대 메모리 원리의 문을 열다

비정질 텔루륨으로 규명한 ‘전기가 켜지고 꺼지는 순간’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2/09 [01:09]

▲ 전기소자 내 액체 상태에서 급속 냉각을 통해 만들어진 비정질 텔루륨의 전기 특성(그림 및 설명=KAIST)   © 특허뉴스

 

인공지능과 데이터 집약형 연산이 일상이 되면서, 반도체 메모리는 더 빠르고 더 적은 전력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핵심에는 메모리 소재가 전기를 ‘켜고 끄는’ 순간, 즉 전기 스위칭의 물리적 원리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는지가 자리한다. 국내 연구진이 그동안 직접 관찰하기 어려웠던 이 짧은 순간을 실험적으로 포착하며 차세대 메모리 소재 혁신의 기준을 제시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서준기 교수 연구팀은 경북대학교 이태훈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나노 소자 내부에서 전기가 켜지고 꺼지는 스위칭 과정과 그에 따른 물질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실험 기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성과는 1월 1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의 접근법은 극저온 환경에서 소재를 순간적으로 녹였다가 급속 냉각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열에 민감해 기존에는 안정적으로 다루기 어려웠던 텔루륨(Te)을 머리카락보다 훨씬 작은 나노 소자 안에서 유리처럼 무질서한 구조의 ‘비정질 텔루륨’ 상태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비정질 텔루륨은 빠른 동작과 낮은 에너지 소모가 가능한 차세대 메모리 소재 후보로 주목받아 왔지만, 실제 소자 환경에서의 스위칭 메커니즘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스위칭이 시작되는 전압과 열 조건,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는 구간을 정밀하게 규명했다. 특히 비정질 텔루륨 내부의 미세한 결함이 전기 전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전압이 임계값을 넘을 경우 전류가 한 번에 흐르기보다 ▲결함을 따라 급격히 증가하는 단계와 ▲열이 축적되며 물질이 녹는 단계로 이어지는 두 단계 스위칭 과정이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과도한 전류를 흘리지 않고도 비정질 상태를 유지한 채 실험을 수행해, 전압이 스스로 커졌다 작아지는 ‘자가 진동’ 현상을 구현했다. 이는 복잡한 다원소 조합 없이도 텔루륨 단일 원소만으로 안정적인 전기 스위칭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성과는 차세대 메모리 재료를 실제 전자 소자 환경에서 구현하고, 전기 스위칭의 가장 근본적인 작동 원리를 체계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 결과는 향후 초고속·저전력 메모리 반도체를 설계하기 위한 원리 기반 지침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준기 교수는 “비정질 텔루륨을 실제 소자 환경에서 구현하고 전기가 켜지고 꺼지는 순간의 원리를 처음으로 규명한 연구”라며 “차세대 메모리 및 스위칭 소재 연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허남욱 석박사통합과정이 제1저자로, 김승환 박사과정이 제2저자로 참여했으며, 서준기 교수(KAIST)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논문명은 On-device cryogenic quenching enables robust amorphous tellurium for threshold  switch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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