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법칙을 이해한 AI 등장... KAIST, 신약·신소재 설계 속도 높인다

분자 ‘에너지 지도’ 따라 스스로 구조 다듬는 차세대 AI 시뮬레이터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2/10 [17:44]

화학 법칙을 이해한 AI 등장... KAIST, 신약·신소재 설계 속도 높인다

분자 ‘에너지 지도’ 따라 스스로 구조 다듬는 차세대 AI 시뮬레이터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2/10 [17:44]

▲ 유클리드 공간과 리만 공간에서의 에너지 지형 비교 / 기존 인공지능은 평평한 유클리드 공간에서 원자의 좌표를 단순히 이동시키며 구조를 최적화한다 (왼쪽). 반면, R-DM은 실제 에너지 지형에 따라 구부러진 리만 공간 위에서 구조를 탐색해, 물리적으로 타당한 에너지 최소화 경로를 찾아낸다 (오른쪽). 오른쪽 그래프는 분자 구조 변화에 따른 실제 에너지 프로파일을 함께 보여준다.(그림 및 설명=KAIST)   © 특허뉴스

 

스마트폰 배터리의 수명, 난치병 치료제의 가능성은 모두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수많은 원자를 어떤 방식으로 배치해야 가장 안정적인 분자가 되는지를 찾는 ‘분자 설계’는 그동안 막대한 계산과 시간이 필요한 난제로 꼽혀 왔다. 이러한 한계를 인공지능으로 돌파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KAIST는 화학과 김우연 교수 연구팀이 분자의 안정성을 결정하는 물리 법칙을 스스로 학습해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 ‘리만 확산 모델(R-DM)’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모델은 기존처럼 분자의 형태를 단순 모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분자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과 에너지를 직접 고려해 구조를 스스로 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분자 구조를 에너지 지형으로 표현했다. 에너지가 높을수록 언덕, 낮을수록 골짜기로 나타내고, 인공지능이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로 이동하도록 설계했다. R-DM은 이 지형 위에서 불안정한 구조를 피하고 안정적인 상태를 찾아가며 분자를 완성한다. 이는 ‘물질은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를 선호한다’는 화학의 기본 원리를 수학적 개념인 리만 기하학과 결합해 구현한 결과다.

 

성능 검증 결과, R-DM은 기존 인공지능 모델 대비 최대 20배 이상 높은 ‘화학 정확도’를 기록했다. 예측 오차는 정밀 양자역학 계산 결과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줄어들어, AI 기반 분자 구조 예측 기술 가운데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

 

이 기술은 신약 개발뿐 아니라 차세대 배터리 소재, 고성능 촉매 등 신소재 설계 전반에 활용될 수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던 분자 설계 과정을 대폭 단축해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는 AI 시뮬레이터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실험이 어려운 화학 사고나 유해 물질 확산 상황에서도 반응 경로를 빠르게 예측할 수 있어 환경·안전 분야로의 확장성도 제시됐다.

 

김우연 교수는 “인공지능이 화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분자의 안정성을 스스로 판단한 사례”라며 “신소재와 신약 개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KISTI 슈퍼컴퓨팅센터 우제헌 박사와 KAIST 혁신신약연구단 김성환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Computational Science에 1월 2일 게재됐다.

 

논문명은 Riemannian Denoising Model for Molecular Structure Optimization with Chemical Accurac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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