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한계 넘었다"... KAIST, ‘국가 라디오맵’으로 '위치 주권' 판 바꾼다

Wi-Fi 신호 기반 정밀 위치 기술로 빅테크 의존 탈피·국가 데이터 주권 확보 시동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4/02 [23:26]

"GPS 한계 넘었다"... KAIST, ‘국가 라디오맵’으로 '위치 주권' 판 바꾼다

Wi-Fi 신호 기반 정밀 위치 기술로 빅테크 의존 탈피·국가 데이터 주권 확보 시동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4/02 [23:26]

▲ 주소 기반 무선신호 수집 자동화와 무선신호 수집 위치 라벨링 AI 기법(그림 및 설명=KAIST)  © 특허뉴스

 

국내 연구진이 스마트폰의 Wi-Fi 신호를 활용해 전국 단위 정밀 위치를 구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며,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위치 서비스 구조에 도전장을 던졌다. 실내·지하 등 기존 GPS가 취약한 환경에서도 정확한 위치 파악이 가능해지면서, ‘위치 주권’ 확보를 위한 기술적 전환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KAIST는 전산학부 한동수 교수 연구팀이 스마트폰의 무선랜(Wi-Fi) 신호와 실제 주소 정보를 결합해 전국 단위 라디오맵을 구축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약 8년에 걸쳐 관련 기술을 축적하며 10여 건의 특허를 출원, 기술 완성도를 높였다.

 

라디오맵은 특정 공간에서 수집되는 무선 신호와 위치 정보를 결합한 ‘신호 지문 지도’로, 각 장소마다 고유한 신호 패턴을 기반으로 위치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건물 단위로 제한적으로 구축됐지만, 이번 기술은 이를 도시·국가 단위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별도의 장비나 인프라 구축 없이도 스마트폰이 일상적으로 수집하는 Wi-Fi 신호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GPS가 정확도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내, 지하, 고층 건물 밀집 지역에서도 정밀한 위치 인식이 가능하다. 특히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정확도가 향상되는 구조로, 대규모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실제 대전광역시에서 가스 검침 앱을 활용한 실증을 통해 가정당 평균 30여 개의 Wi-Fi 신호를 확보, 도시 단위 라디오맵 구축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기술은 실종자 수색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 위치 오차를 크게 줄여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위치 기반 인증 기술로 확장될 경우, 특정 장소에서만 결제가 가능하도록 해 명의 도용이나 원격 결제 등 금융사고 예방에도 활용될 수 있다. 자율주행, 로봇, 물류 등 AI 기반 산업에서도 정밀 위치 데이터는 핵심 인프라로 작용하는 만큼 산업적 파급력도 크다.

 

무엇보다 이번 기술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위치 주권’ 측면에서 주목된다. 현재 위치 데이터는 구글과 애플 등 소수 기업에 의해 축적·관리되는 구조로, 국내 역시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최근 정밀지도 해외 반출 논란과 맞물려 국가 차원의 데이터 통제와 활용 역량 확보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독자적 위치 인프라 구축의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한동수 교수는 “국가 단위 라디오맵 구축은 특정 기업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를 중심으로 통신사, 플랫폼 기업, 연구기관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위치 인프라는 단순한 편의 기술을 넘어 국가 데이터 주권과 직결되는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성과는 기술 개발을 넘어, 위치 정보의 생산·관리·활용 구조를 국가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향후 민관 협력 기반의 국가 위치 인프라 구축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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