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규 변리사의 특허 칼럼⑥] 특허는 기술이 아니다

장진규 변리사 | 기사입력 2022/05/11 [12:02]

[장진규 변리사의 특허 칼럼⑥] 특허는 기술이 아니다

장진규 변리사 | 입력 : 2022/05/11 [12:02]

 

▲ 장진규 변리사  © 특허뉴스

필자가 S그룹 계열사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그 회사에서 특허담당조직이 처음 만들어지면서 특허전문가와 함께 기술부서에서 근무했던 인력으로 조직구성이 이루어졌다. 부서장을 포함하여 내부의 기술부서 출신 5, 내부의 특허업무 경력자 2인과 필자를 포함한 외부의 특허전문2인으로 총 아홉 명, 일년에 특허출원이 1백건 내외인 회사 치고는 꽤 큰 규모의 특허전담조직이 만들어진 셈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근무하는 기간 동안 특허전담부서의 업무방향성이 정립되지 못했고, 구성원들은 몇 년이 지나 법무팀과 여러 조직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해보면, 새로운 직무를 대하는 열린 사고와 태도의 부재 탓이었다고 생각된다. 기술부서 출신들 중 일부는 특허=기술이라는 생각을 갖고 특허법 공부나 특허법의 논리를 거부하던 것이 기억난다.

 

특허기술이다. 특허가 기술적 사상을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기술이라는 공통분모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단언컨대 특허는 기술이 아니다. 특허가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만 비로소 좋은 특허를 만들고 고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굉장히 간단한 기계구조에 대한 아이디어인데 기술적으로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하자. 이 경우 특허나 실용신안으로라도 일단 등록받으면 좋은 특허권(실용신안권)이 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보자. 대학의 연구실에서 복잡한 알고리듬과 고도의 수학이 필요한 암호기술을 개발했다고 하자. 논문을 발표하고 나니 학계의 찬사가 쏟아질 수 있다. 연구자에게 교수직이나 기업의 연구책임자 오퍼가 쇄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암호기술을 특허등록을 받는다해도, 3자가 그 암호기술을 그대로 썼는지 발견하기란 내부고발 없이는 매우 어렵다. 심지어 암호관련 복잡한 기술들이 이미 많아서, 특허청 심사를 극복하느라 복잡한 수학식을 포함해서 특허등록을 받았다면? 누군가가 그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은 훨씬 낮아진다.

 


중소기업 공장에서 나온 아이디어든, 대기업 연구소에서 나온 첨단기술이든 기본은 같다. 특허를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특허제도라는 문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더 나은 특허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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