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모님의 잠자리가 위험하다?

황청풍 소장 | 기사입력 2022/05/11 [13:15]

[칼럼] 부모님의 잠자리가 위험하다?

황청풍 소장 | 입력 : 2022/05/11 [13:15]

▲ 바이오슬립센터 소장 황청풍  © 특허뉴스

부끄러운 고백

 

새벽에 눈이 떠지면 아이고 이제 늙었나 보다라는 말들을 한다.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고들 한다. 또한 중간에도 몇 번씩 깨어나기도 한다. 주변의 어르신들이 대부분 그런 상황이다 보니 으레 그러려니 한다. 정말 나이가 들면 아무 이유 없이 중간에 몇 번씩 깨는 게 정상일까?

 

부끄러운 고백을 해야겠다. 어머니의 수면무호흡증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수면의학 그리고 대체의학. 수면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지가 어느새 20년이 되어간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조용한 숙면의 세계로 안내하는 직업도 갖게 되었다.

 

나의 아버지는 코골이를 하지 않는다. 물론 수면무호흡증도 없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중간에 여러 번 깨어나신다고 했다. 밤새 몇 번씩 소변도 보고 물도 마신다고 하셨다. 올해로 86세가 되셨다. 아버지도 나도 원래 노인이 되면 그런 것인 줄 알았다. 의학 통계를 보면 노인 수면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 통계를 보여 준다. 통계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남들도 다 그래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과 같이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설령 같이 잠을 잔다고 해도 나는 한번 자면 한 번도 안 깨고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잘 자기 때문에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모른다. 그런데 얼마 전 부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아버지는 일찍 잠자리에 드신다. 오랜만에 주무시는 아버지를 보게 되었다. 입을 반쯤은 벌린 채로 주무시고 계셨다. 드르렁 드르렁 코골이 소리는 나지 않았다. 호흡이 멎는 현상도 없었다. 그래서 좀 더 가까이서 숨 소리를 들어보았다. 숨이 가늘었다.

 

일반적으로 숨이 가늘다는 것은 숨이 모자라다는 뜻이다. 숨이 모자라면 당연히 산소가 부족하고 그러면 뇌가 각성을 한다. 짧은 순간 각성이 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잦은 각성은 깊은 수면을 방해하여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각성의 시간이 길어지고 입이 말라 불편하면 일어나서 물을 마시게 된다. 일어난 김에 소변도 본다. 잠이 완전히 달아난다. 다시 자려고 눕지만 잠이 들지 않는다.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는데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밤새 서너번만 일어나면 날이 밝아 온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다. 더 누워 있어봐야 잠 자기는 글렀다.

 

밤새 깊은 잠을 못 자고 새벽 일찍 일어났으니 낮에도 졸립다. 눈이 뻑뻑하고 연신 하품을 한다. 초저녁부터 눈이 감기고 맥을 못 춘다. 일찍 잠 자리에 든다. 그런데 잠이 들면 입이 벌어지고 숨이 답답하여 깨고 물을 마신다. 매일 이런 수면 패턴이 반복된다.

 

깊은 잠을 못 자니 피로가 누적되고 면역력이 떨어지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인지력도 떨어진다. 수면 중의 호흡 불안으로 뇌가 쉬지를 못한다. 뇌도 쉬어야 한다. 하루 한시간 남짓하는 깊은 수면이 뇌가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호흡 불안은 뇌를 긴장시킨다.

 

이게 일반적인 노인의 수면 패턴이다.

깊은 수면을 못하는 사람은 치매 확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일찍 치매 증상을 맞이할 수 있다. 수면만큼 안전하고 효과가 탁월한 치료제는 없다. 깊은 수면을 해야 수면의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매일 반복되는 치유의 시간. 신이 내린 축복이고 자연의 선물이다.

 

 


 

아버지가 위험하다

 

아버지의 주무시는 모습을 보니 아래턱이 떨어지고 혀가 말려 기도를 막아 정상적인 호흡이 유지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깜빡 눈을 뜨셨다. 그리고 물을 찾으셨다. 매일 같은 상황이라고 하셨다. 상당히 심각한 상태였다.

 

다음날 아버지께 필요한 기구를 만들어 드리기 위해 구강의 본을 떴다. 필요한 기능은 입술을 닫아주고 아래턱이 떨어지지 않게 해서 기도를 유지하면 된다. 입으로 숨 쉬지 않아도 정상적인 호흡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노인들이 사용하는 기구는 복잡하지 않고 쓰기 편해야 한다.

 

치아도 약하니 그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 주말에 찾아뵙고 사용법을 알려드렸다. 며칠 뒤 전화를 드리니 잠도 잘 자고 입도 마르지 않아 좋다고 하셨다. 중간에 한번 깨는 것도 소변보려고 일어나는 것이라 하셨다. “평소에 3~4번 깨는 것에 비하면 잠도 잘 잔 것 같고 몸도 훨씬 개운하다. 그러고 보니 낮에 졸리는 현상도 거의 없어지고 초저녁부터 졸리는 것도 좋아졌구나라고 하셨다.

 

단지 입이 벌어지는 것과 아래턱이 떨어지는 것만 잡아드렸을 뿐인데 이처럼 수면과 일상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이다. 너무 많이 죄송하고 부끄러웠다. 너무 소홀했다. 어머니는 많이 편찮으신데다 심각한 수면무호흡증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많이 신경 쓰고 챙겨 드렸는데 아버지께는 해드린 게 너무 없다. 생각해보니 아버지께는 베개 하나 맞춰드린 게 다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관심을 갖고 제대로 알아야 실수도 사고도 질병도 미리미리 예방을 할 수 있다. 지나고 보면 어머니의 무호흡증은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 아마도 50이 넘어서면서 무호흡증이 심해졌을 것이다. 그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한 온갖 병이 생기셨고 병원에서는 치료 방법을 알지 못했었다. 병은 더 깊어지고 약물 부작용으로 증상은 더욱 심각 해져갔다. 우연히 학술세미나에서 수면무호흡증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어머니가 전형적인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60이 넘으셨다. 그래도 어머니를 위해 만든 무호흡증 치료기를 사용하실 수는 있었다. 다행히 사회 활동을 하실 정도로 건강을 회복하셨다.

 

 



 내가 해드린 것은 잠을 주무시는 동안 숨을 잘 쉴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드린 것 뿐이었다. 하지만 오래된 지병을 원 상태로 고칠 수는 없었다. 슬프게도 아버지만 두고 먼저 가시고 말았다. 70중반 밖에 안된 너무나 이른 나이였다.

 

좀 더 일찍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했더라면 지금도 우리 곁에 계실지도 모를 일이다. 병을 돌이킬 수는 없다. 하지만 병이 들지 않게 예방은 가능하다. 잘 먹고 운동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근본은 잘 자는 것이다. 잘 자기 위한 기초는 숨을 잘 쉬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기초적인 상식을 잘 모른다. 너무 기본이라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것일까?

 

잠이 보약이 되려면 안 깨고 푹 자야 한다. 자주 깨면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 된다. 코를 골지 않는 아버지의 수면에 너무 무심했다는 마음에 또 다른 후회가 들었다. 미리미리 가장 가까운 곳부터 잘 챙기고 보살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내 옆에서 자는 가족은 잘 자는지 숨은 잘 쉬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먹는 것보다 100배는 더 중요한 문제다. 코를 골지 않아도 숨이 잘 들어가지 않으면 문제다. 매일 반복 되는 문제가 쌓이면 결국 위험해진다. 건강은 건강할 때 일상에서 지켜야 한다.

 

 ▲ 나이가 들어가면 평균적인 수면의 구조가 취약해진다. 근력이 약해지면서 아래턱과 혀근육이 늘어져 기도가 막히고 호흡이 불안해지고 잦은 각성으로 인해 깊은 수면이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무호흡이나 코골이 소리가 없는 경우도 많은데 호흡 근육이 약해지면서 숨을 약하게 쉬기 때문이다. 특히 입을 벌리고 잠을 잔다면 숨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고 대책을 찾아야 한다  © 특허뉴스


어버이날이 다가온다. 어머니가 안 계신 어버이날은 마냥 기쁠 수 없다. 다행히 건강을 유지하시는 아버지가 계셔서 감사하다. 어머니 몫까지 효도를 다 받으시고 천수를 누리시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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