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표절과 저작권 침해

이호응 명예회장 | 기사입력 2022/08/09 [11:47]

[칼럼] 표절과 저작권 침해

이호응 명예회장 | 입력 : 2022/08/09 [11:47]

 

오늘날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심심치 않게 표절(剽窃, plagiarism)이라는 말이 등장되곤 한다. 그간 우리는 정치계에서 유명 정치인이 표절논란으로 곤란을 겪는 경우를 여럿 봤다. 정치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학계 등에서도 표절논란이 끊이지 않고 등장된다. 최근에는 국내의 유명 작곡가의 악곡이 표절논란에 휩쓸리기도 했다. 

 

사실 표절은 역사적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있어 왔다. 동양에서는 남의 글을 베끼는 것을 경계하는 선인의 말씀이 전해진다. 고대 그리스ㆍ로마시대에도 표절이 비도덕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모두는 표절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시대의 경우다. 오늘날의 표절행위는 상당 부분 윤리ㆍ도덕적 비난을 넘어 사회규범에서 이를 다루며, 법적 책임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

 

이렇듯 표절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각되고 있음에도 정작 표절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사회적으로 비교적 확고한 개념이라 할 성문법에서 이를 정의하여 놓지 않은 탓도 있다고 볼 수 있으나, 표절의 의미를 여러 갈래로 살필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넓게는 모방(模倣, imitation)과 관련되면서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도 밀접하다는 등의 배경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 표절이다.

 

표절과 모방은 흡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으나,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라는 말을 남겼듯이 예술행위는 창작이 아닌 자연에 대한 모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모방은 기존 작품을 따라함으로써 기존 예술성에 새로운 예술성이 접목된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받아들여진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라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또다시 표절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인간이 아무런 제약이나 간섭을 받지 않고 표현행위를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그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로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이 자유는 어떠한 지배 권력에 의하여서도 침범되어서는 안 될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헌법이 명시하여 보장하는 포괄적 개념의 자유다. 그렇기에 표현을 동반하는 표절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표절이 모방이나 표현의 자유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나, 그렇다고 이들이 표절에서 모두가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매우 첨예한 문제이기는 하나, 모든 모방이 표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규정해 놓은 헌법 제21조도 제4항에서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표절은 겁박할 표(剽)에 훔칠 절(窃)을 쓰는바, 본래 “도둑질 하다.”라는 의미로 쓰였다. 영어의 표절에 해당하는 “plagiarism”은 라틴어 “plagium”에서 유래한바, 그 뜻은 “유괴”, “납치”를 의미한다. 이를 이어받아 표절의 사전적 의미는 “타인의 정신적 재화를 자신의 것으로 하는 것” 또는 “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에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라 쓰는 행위”라고 정의된다. 

 

표절의 법률적 의미는 명확하지는 않으나, 국제적으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펴낸 용어해설집에서는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저작물 전부나 일부를 그대로 또는 그 형태나 내용에 다소 변경을 가하여 자신의 것으로 제공 또는 제시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는 표절의 광범위성에 비추면 적절하지 않으나, 비교적 협소하게 저작권 부문에서는 통용될 수 있는 정의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표절과 저작권 침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최종적으로 법적 책임의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표절이 한마디로 “타인의 저작물을 훔쳐 쓰는 것”이라고 한다면, 저작권 침해는 “타인의 보호되는 저작물을 권원 없이 이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저작권이 존속하지 아니하는 공유(public domain)에 속한 저작물을 자신이 창작한 것인 양 하는 행위는 표절에는 해당될지 몰라도, 적어도 법적 책임을 수반하는 저작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비난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윤리ㆍ도덕상의 문제는 물론이고, 사회적 규범을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된다. 또한 후자의 경우는 법적 책임까지 따른다. 문화국가를 지향하면서 개인의 창작이 독려되어야 하는 것은 당위이다.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는 이를 기본 바탕에서 해치는 일이며, 양질의 콘텐츠를 확대재창출하는 데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 이호흥<(사)한국저작권법학회 명예회장>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표절,저작권침해,모방, 관련기사목록
광고